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이날 영국·캐나다·노르웨이·뉴질랜드·호주 등 5개국은 팔레스타인 공동체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국가들에서 금융자산이 동결되고 입국이 금지된다.
두 장관은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를 주장해왔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이들은 극단주의 폭력과 팔레스타인인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조장했다"며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책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조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에 루비오 장관은 반발했다. 그는 "(미국은) 이번 제재를 규탄한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말할 수 없는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 무고한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막는 테러 조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파트너들에게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친이스라엘 인사인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아예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커비 대사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국가가 미국 정책의 목표로 남아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커비 대사는 또 "미국은 더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여지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대신 다른 아랍 국가의 땅을 일부 떼어내서 팔레스타인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모두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공식 지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두 국가 해법이 더 이상 효과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허커비를 대사로 임명한 것은 (집권 1기 때 펼쳤던) 친이스라엘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허커비 대사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정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사안"이라며" 허커비 대사 본인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서방 5개국의 제재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선출된 대표, 정부 구성원에게 이런 조처를 하는 건 충격적"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를 논의했으며 내주 초 특별 회의를 열어 이 용납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한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