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전 현지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후회" 표명과 관련 "그가 그렇게 한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와의 관계를 전처럼 회복하겠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가 구입한 테슬라 차량 앞에서 언론에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이날 새벽 X(옛 트위터)에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올렸던 게시물 중 일부를 후회하고 있다"며 "너무 지나쳤다"고 썼다. 그는 앞서 지난 9일엔 X에 로스앤젤레스(LA) 시위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와 머스크는 지난 9일 밤 비공개 통화를 계기로 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먼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은 짧게 통화했다고 한다. JD 밴스 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양측의 화해를 중재한 끝에 이뤄진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그(통화) 시점엔 머스크가 이미 물러선 모습이었고, 대통령은 전날보다 화가 덜 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머스크, 트럼프, JD 밴스 미 부통령. AP=연합뉴스
이달 초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막말을 퍼부은 데 이어 사실상 '공개 결별'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 요구 게시글에 "찬성"이란 의견을 달았고, 트럼프는 머스크와의 관계에 대해 직접 "끝났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각료들과 자주 부딪치며 멀어진 두 사람은 트럼프가 머스크의 측근에 대한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돌연 철회하고,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공개 비판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였다.
한때 세기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세계 최강 권력자와 세계 최고 부자가 정면충돌하자 미 정·재계는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돌연 화해 배경을 놓고 사업적·정치적 손실을 우려한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머스크 고별식에 참석한 머스크(왼쪽)와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와 머스크가 충돌한 지난 5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4% 넘게 급락했다. 두 사람의 불화가 테슬라의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가 대규모 계약을 맺은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머스크는 프랑스의 테슬라 운전자들에게 소송을 당하는 사면초가에 처하기도 했다. 이날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 운전자 10여 명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극우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며 환불이나 차량 임대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머스크의 (트럼프를 향한 갑작스러운) 유화적인 태도는 그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로서도 머스크를 '정치적 적'으로 돌리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머스크는 앞서 "감세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정치 자금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세 법안은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는데, 일부 의원들이 머스크를 의식해 반대할 경우 법 통과가 무산되고 트럼프의 공화당 내 입지는 흔들릴 수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매우 큰 이해관계 때문에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회복될 순 있지만 예전처럼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지난달 말 DOGE 수장직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진 데다 서로에 대한 공개적인 막말로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게 이유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