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찾아 ‘공동대출’…생존 기로 놓인 지방銀의 ‘전국구 창구’ 전략

최근 지방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손을 잡고 ‘공동대출’에 나선다.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채널을 빌려 영업망을 ‘전국구’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최근 지방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손을 잡고 ‘공동대출’에 나선다.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채널을 빌려 영업망을 ‘전국구’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올해 지방은행이 잇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인뱅) 등과 동맹을 맺고 ‘공동대출’에 나선다.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인뱅의 비대면 채널을 빌려 영업망을 ‘전국구’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지역 경기 침체로 수익이 악화한 지방은행의 생존전략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연내 공동대출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동대출은 모바일뱅킹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인뱅과 대출심사 경험이 풍부한 지방은행이 공동으로 자금을 분담해서 대출을 공급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카카오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전북은행과 카카오뱅크는 함께 대출 심사 후 대출 금리와 한도를 결정한다. 이후 대출금은 두 은행이 협의된 비율로 나눠서 실행되는 구조다.  

 

대출 공급만 나눠서 할 뿐 대출 신청부터 대출 심사, 실행과 대출 관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인뱅)’으로 관리된다. 영업기반이 본점 인근 지역에 한정된 지방은행에선 인뱅 플랫폼(앱)을 활용해 전국에 창구를 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두 은행 간 협업은 금융위원회의 혁신서비스로 지정돼야 가능하다. 전북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공동대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됐다. 부산은행도 연초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방은행이 줄줄이 공동대출에 나선 것은 ‘1호 공동대출’ 성과가 좋아서다. 지난해 8월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손잡고 선보인 공동 신용대출은 누적 공급액이 지난달 23일 1조원을 돌파했다. 약 9개월간 3만2000건의 대출 신청이 몰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은행이 대출금을 나누기 때문에 고객 모집 비용과 리스크를 낮춘 만큼 대출자에겐 금리 인하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은행들 입장에선 신규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윈윈”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제주은행은 ‘중소기업 전문 대출’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과 손을 잡았다. 더존비즈온은 전략적 동맹을 위해 제주은행 지분(14.99%)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약 300만 ERP 회원사 데이터를 활용해 내년 상반기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대출)을 공급하겠다는 게 제주은행의 향후 목표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판매ㆍ재무 등 기업의 업무를 통합해 관리하는 ERP에 금융을 더한 국내 첫 ‘ERP 뱅크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제주에 특화한 영업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방은행이 분주하게 새 먹거리를 찾는 건 실적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개 지방은행(부산ㆍ광주ㆍ제주ㆍ전북ㆍ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000억원으로 1년 전(4000억원)보다 2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iMㆍ씨티ㆍSC은행) 순이익은 2조9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30.8% 불어났다. 실적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지방경기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지방에 거점을 둔 기계 등 전통산업의 쇠퇴와 부동산 침체, 지역 인구 감소 등이 지방은행을 흔들고 있다. 연체율도 들썩인다. 3개월 이상 빚을 못 갚은 고정이하여신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분기 0.98%로 지난해 동기(0.6%)대비 0.38%포인트 뛰었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0.36%)은 지방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역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역주민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지방은행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방은행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 신용평가 모델 개발, 디지털 손님 관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도 “지방은행은 내실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대구은행(현 iM은행)처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거나 지방은행 간 합병으로 시장 지위와 경쟁력을 개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