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에 화답하나...LG디스플레이, OLED에 1.2조 투자한다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기술에 대규모 투자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대기업의 첫 국내 투자 발표다.

LG디스플레이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OLED 신기술에 1조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투자액 중 약 7000억원은 경기도 파주 생산단지 설비 등 인프라 구축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2027년 6월까지 2년에 걸쳐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첫 간담회를 가졌다. 과거엔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면담이 이뤄진 뒤로 대규모 투자·채용 발표가 잇따르곤 했다. 이번엔 LG가 스타트를 끊었다.

중국 공장 매각, 국내로 유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광저우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중국 최대 가전업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차이나스타)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매각 대금은 2조2466억원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매각 대금으로 LG전자로부터 빌린 1조원을 지난 5일 조기 상환했다. 나머지 일부는 이번 국내 투자에 활용한다.

LG는 파주를 비롯한 경기도 지역 경제에 낙수효과를 예상한다. 대규모 직접 설비 투자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와 연계 효과도 있다.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LG 관계자는 “해외 공장 매각대금으로 국내에 재투자한 ‘국내 U턴’ 사례”라며 “국가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LED 기술 차별화로 미래시장 선점

LG는 LCD 등 경쟁력이 떨어진 제품 대신 프리미엄 OLED에 집중해 시장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OLED는 LCD 대비 화질·두께·소비전력 측면에서 우수하다. 얇고 유연해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성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LCD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약 1% 성장에 그치는 반면, OLED는 지난해 533억 1057만 달러(약 76조원)에서 2028년 686억 7500만 달러(약 100조원)로 연평균 약 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OLED 비중은 역대 최대인 55%를 기록했다.

LG는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차세대 프리미엄 OLED 신기술을 적용한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차로 비유하자면 기존 ‘쏘나타’를 만들던 라인에서 ‘제네시스’를 만들기 위해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는 셈이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차 증가하는 프리미엄 OLED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LG는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는 등 중국의 기술 탈취에도 제동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와 함께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공격과 방어 전술로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