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방부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 상원의 예산 청문회와 샹그릴라 대화(싱가포르 안보회의)에서 말한 것 처럼 우리 유럽 동맹국들은 이제 특히 아시아에서 동맹의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방에(on defense) GDP의 5%를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중국이 막대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동맹들도 유럽의 (변화)속도와 국방비 지출 수준에 발맞추는 방향으로 움직하는 게 유일한 상식”이라며 “미국 국민들이 보다 균형 잡히고 공정한 동맹 간 분담을 아시아 동맹(의 국민)과 함께 지는 건 상식적인 것으로, 이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나토에만 적용해왔던 ‘5% 기준’을 한국에도 적용하겠다고 공식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5월 말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 “북한 같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의 핵심 동맹들이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에 대비할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지금도 모범생 한국, 매년 7%씩 늘려

미 공군의 F-35A 52대가 활주로에서 '코끼리 행진(Elephant Walk)'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중기계획에 따르면 2028년 한국의 국방비는 처음으로 약 80조원(GDP의 약 3%)에 진입하는데,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2030년대 초엔 100조원(약 5%)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자체 계획에 따라 국방비 지출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미 측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오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산 무기 구매 등 ‘+α ’ 설득
이와 관련, 한국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매년 1조 넘는 비용(올해 1조4028억원)을 별도 지출하고 있는데, 이와 별개로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 손’이란 점도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 간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제도를 통해 6조 9160억원어치를, 상업구매(G2B)를 통해 3조원 넘는 무기를 사들였다. 이를 합하면 연 평균 2조원 가량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항목들을 최대한 활용해 기여분을 주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문상균 서울사이버대 교수(통일안보북한학)는 “방위비 분담금을 별도로 내고 있는 한국은 기존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히 설득하되, 설사 트럼프가 요구하는 기준을 수용해 국방비 지출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늘리더라도 전략 자산의 추가 전개 등 반대 급부를 받아내는 것으로 득실을 철저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총액'만 관심 트럼프, 내역으로 윈윈 가능
이와 관련, 군사 분야에 대한 직접 투자 외에 인건비 등 전력 운영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돼온 초급·중급 간부 처우 개선 예산을 대폭 늘리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도 실질적인 대미 이전에 관계 없이 트럼프가 선호하는 ‘숫자’를 맞춰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