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한국 4대 수출국? 해저케이블·HBM 힘입어 ‘역대 최대’

대만 신추시 TSMC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신추시 TSMC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의 대만 수출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해상풍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 확산에 따른 K-소비재 수출 회복세도 더해지며, 대만은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 영향에 따른 수출 둔화를 상쇄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5월 한국의 대(對)대만 수출액은 160억8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5%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 가운데 대만은 미국·중국·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10년 전인 2015년만 해도 대만 수출 규모는 8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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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 보면 HBM 비중(52.6%)이 가장 크지만, 전선 수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올 1~5월 대만으로의 전선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7.6% 급증한 1억6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로 아직 크지 않지만, 전선업계에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만 정부가 2035년까지 20.6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발전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관련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LS전선은 2023년 대만과 11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도 지난 4월 케이블 매설 계약을 체결했다. LS전선 관계자는 “계약 물량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공에 들어가면서 관련 수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단연 HBM을 포함한 메모리반도체다. 전체 1~5월 기준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84억5900만 달러로, 전체 대만 수출의 52.6%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92.9% 급증한 수치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까지 포함하면 반도체 관련 품목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72%(160억8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AI칩 공급망이 대만 중심으로 형성된 영향이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대만 내 자사 공장에서 SK하이닉스가 대만으로 수출한 HBM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패키징(조립)해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들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을 수시로 찾고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 4월 대만을 찾아 TSMC를 만나는 등 대만은 아시아의 AI 칩의 제조 허브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오는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K-뷰티 엑스포 대만 2025' 행사 포스터. 사진 K-뷰티 엑스포 대만

오는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K-뷰티 엑스포 대만 2025' 행사 포스터. 사진 K-뷰티 엑스포 대만

 
‘일본제 선호’ 성향이 강한 대만에서 K-소비재 수출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1~5월 승용차 수출은 33.3% 늘어난 1억4200만 달러, 화장품 수출은 16.2% 증가한 1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전히 대만에서 승용차·화장품 1위 수입국은 일본이지만, 한국 비중도 매년 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타이베이무역관은 “대만 자동차 시장은 토요타로 대표되는 일본차 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최근 한국차에 대한 구매 의향이 높아졌다”며 “미디어를 통한 한류 콘텐트 파급력이 커지면서 K-소비재 시장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