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오른쪽)과 박단 부회장이 지난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 의장을 예방, 우 의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25일 "박 전 위원장이 사퇴했다고 해서 의협 입장이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박 전 위원장을 포함한 사직 전공의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당선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발언이나 의협의 공식 입장이 박 전 위원장의 의중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 왔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 등은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거취와 관계없이 의협의 기존 입장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그간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12일 정례브리핑)이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의협의 태도가 오히려 의대생·전공의 복귀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은 지난해 2월부터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의사회장은 "현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의대생·전공의가 복귀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한 의대 교수는 "박 전 위원장 사퇴 뒤 의정 대화 물꼬를 기대하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의협이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며 의협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집행부가 아무 책임을 안 지려고 하던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전날(24일) 오전 내부 공지를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 지난 일 년 반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며 사퇴했다. 그는 의협 부회장(비상근)도 겸임하고 있는데, 같은 날 오전 의협 상임이사회 단체 채팅방에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직도 사퇴하겠다. 그간 감사했다"며 부회장직 사퇴 의사도 밝혔다.
다만 의협 내부에선 "굳이 부회장직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대전협과 의협은 별개의 조직"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결정을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의협은 박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부회장직 사퇴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