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도 있는데…제네시스, PGA 투어 공식 자동차 됐다

지난 2월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 설치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로고. 성호준 기자

지난 2월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 설치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로고. 성호준 기자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하는 ‘로켓 클래식’을 하루 앞둔 26일(한국시간), PGA(미국프로골프) 투어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2030년까지 ‘공식 자동차(Official Vehicle Sponsor)’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제네시스는 PGA 투어 및 챔피언스 투어 대회 현장에 차량을 전시하고, 중계방송과 다양한 매체에 ‘PGA 투어 공식 자동차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노출이 가능해진다.

공식 후원사 선정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제네시스의 공식 자동차 지정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PGA 투어가 ‘공식 자동차’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시장은 단일 브랜드에 ‘공식’ 타이틀을 부여하기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BMW가 현재 PGA 투어 플레이오프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음에도 제네시스가 공식 자동차로 선정된 점은 PGA 투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놀라움의 대상이다. 자동차 산업의 상징적 도시인 디트로이트 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점도 인상적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PGA 투어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마케팅 격전장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독일 브랜드부터 포드·크라이슬러·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브랜드까지 모두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수소차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틈이 생겼고, 제네시스가 이를 효과적으로 파고들며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공식 후원하며 PGA 투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일본 닛산이 2008년까지 21년간 후원했던 LA 오픈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탈바꿈시켰고, 이는 골프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타이거 우즈 재단과 협약을 맺고 우즈를 대회 호스트로 영입해, 선수와 팬 모두가 반드시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회로 만들었다. 이후 대회는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타이거 우즈에게만 허용된 ‘인비테이셔널급’ 대회로 격상됐으며, PGA 투어 내에서도 손꼽히는 위상을 갖게 됐다.

또한 2022년, LIV 골프 출범으로 PGA 투어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 제네시스는 DP 월드 투어와 PGA 투어가 공동 주최한 첫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이는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 PGA 투어를 도운 ‘의리 있는 파트너’로서의 상징성을 갖는다. 게다가 이 대회는 디 오픈 바로 전주에 열리는 만큼, PGA와 DP 월드 투어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대회로 자리 잡으며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 또한 크게 상승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제네시스는 PGA 투어의 ‘공식 자동차’를 넘어 ‘공식 모빌리티 파트너’ 자격까지 확보했다.

한편, PGA 투어는 최근 NFL(미국프로미식축구) 출신 브라이언 롤랩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그는 NFL에서 1,100억 달러 규모의 미디어 계약을 이끌며 차기 커미셔너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로, PGA 투어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네시스와의 협약 역시 그의 서명을 통해 마무리됐다.

디트로이트=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