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염병 환자 54.5% 늘어…백일해·성홍열 등 유행 여파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국내 감염병 환자가 전년 대비 54%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연령대를 중심으로 백일해·성홍열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질병관리청은 26일 이러한 내용의 '2024년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를 공개했다. 지난해 전수감시 대상 법정 감염병(1~3급) 66종 중 40종의 감염병이 신고됐고, 26종은 신고 환자가 없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4급 감염병(23종)은 표본감시 대상이다.

전수감시 감염병 신고환자 수는 17만1376명(인구 10만명당 3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6만8586명과 비교하면 54.5% 늘어난 수치다(감염병 급수 바뀐 코로나·매독 제외).

지난해 환자 증가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속에 호흡기 전파 감염병이 급증한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미취학 영유아나 학령기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백일해와 성홍열 등의 유행세가 거셌다. 백일해 환자 수는 2023년 292명에서 지난해 4만8048명으로 164.5배 뛰었다. 성홍열 환자도 같은 기간 815명에서 6642명으로 8.1배가 됐다.

2022~2024년 월별 백일해 발생 현황. 지난해에 그래프가 크게 뛴 게 보인다. 자료 질병관리청

2022~2024년 월별 백일해 발생 현황. 지난해에 그래프가 크게 뛴 게 보인다. 자료 질병관리청

그 밖엔 수두(18.3%), 쯔쯔가무시증(10.7%),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 감염증(10.3%)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유행성이하선염(-17%), A형간염(-11.8%), C형간염(-11.1%), 결핵(-7.9%) 등의 환자 수는 크게 줄었다. 이 중 결핵은 신규 환자 수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 신환자 비율은 58.9%(지난해)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 환자는 606명이었다. 전년 대비 55.8% 증가(코로나 제외)했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0년대 수준(연 400~700명)을 벗어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론 뎅기열-매독-말라리아 순으로 신고가 많았다. 이들 환자 10명 중 8명(79.5%)은 아시아에서 유입됐다.

한 해 동안 감염병으로 숨진 사람(결핵 제외)은 1238명이었다. 2023년보다 18.2% 늘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건 CRE 감염증이었고, 후천성면역결핍증과 폐렴구균 감염증이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감염병 관리를 위해선 의료기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영미 청장은 "의료기관 등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감염병 신고는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인지하고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차단하여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감염병 감시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