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은 1997년 MBC '뽀뽀뽀'로 처음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뒤, 같은 해 SBS '형제의 강'을 통해 처음 아역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MBC '대장금'에서는 장금이의 라이벌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금영 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2004년 영화 '아홉살 인생'에서는 가슴 속에 상처를 품고 있는 깍쟁이 서울 소녀 장우림 역으로 풋풋한 연기를선보였다. 또 2007년 영화 '열세살, 수아'에서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편모슬하의 외톨이 소녀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밀도 있는연기력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즈음, 돌연 작품 활동을 접은 이세영은 대학 입시에 전념하여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부 1기생으로입학했다.이후 2011년KBS2 단막극'영덕우먼스 씨름단'으로 조용히 복귀식을 치른 그녀는2012년KBS1 '대왕의 꿈'에서 김유신의 첫사랑이자 절세미모 천관녀로, MBC '보고싶다'에서는 박유천의 철부지 이복동생 한아름 역으로 연이어 출연, 아역 이미지를 벗고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지개를 켰다.
아역 시절 새침한 깍쟁이 정도로 알려졌던이미지를 쇄신하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있는배우 이세영. 그녀와옥션걸 탄생 비화, 아역 출신 연기자로서의 고충, 그리고 자신의 꿈에 관한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나누어봤다.
<프로필>
이름 : 이세영
직업 : 배우
생년월일 : 1992년 12월 20일
학력 :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부
데뷔 : 1997년 SBS '형제의 강'
드라마
2012년 MBC '보고싶다' 한아름 역
2012년 KBS1 '대왕의 꿈' 천관녀 역
2011년 tvN'총각네 야채가게' 한태인 역
2011년 KBS2 '영덕 우먼스 씨름단' 차봉희 역
2008년 MBC '자매바다' 어린 송춘희 역
2008년 MBC'코끼리' 국세영 역
2005년 KBS2 '소나기' 소녀 역
2003년 MBC '대장금' 어린 최금영 역
2002년 MBC '내 사랑 팥쥐' 어린 양송이 역
2000년 MBC '보고싶은 얼굴' 이소담 역
1999년 MBC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 어린 강재영 역
1998년 SBS '대왕의길' 청선공주 역
영화
2007년 '열세살, 수아' 이수아 역
2004년 '여선생 VS 여제자' 고미남 역
2004년 '아홉살 인생' 장우림 역
2004년 '고독이 몸부림칠 때' 영희 역
뮤직비디오
2011년 보이프렌드 '내 여자 손대지마'
2008년 블랙 '가슴아 그만'
2002년 S.E.S 'Soul To Soul'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입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세영입니다.
- 디시에 들어와 본 적 있나요?
'대왕의 꿈'이나 '보고싶다'하면서 제 얘기가 나오면 같이 검색어로 뜨니까 그런 거 보다가… 좀 신세계더라고요. (웃음) 제 얘기하는 글에 들어갔더니 'KBS 드라마 갤러리'에서 '대왕의 꿈'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TV로 프로그램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하나 보더라고요. 하하하 무슨 일하시는 분들인지 정말 궁금해요. 일하시면서 하실 텐데 시놉시스 분석도 하고 그러시더라고요.
- 예측도 하고요.
네, 상플이 무슨 뜻이에요?
- '상상플러스'라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에 대해 상상하는 거죠.
아, 그래서 아직 전개 안 됐는데 예측한 거구나. '보고싶다'도 딱 맞추고. 하하하
- 뭘 맞췄는데요?
알고 보니 청소부 아줌마가 범인이었다. 그거 보면서 '우와'이랬어요.
- 트위터 보니 '보고싶다' 갤러리에서 보낸 선물 받고 인증사진 올리셨더라고요.
선물을 받고 깜짝 놀라서 집에 와서 막 뜯어봤어요. 근데 그날은 얼굴이 좀 초췌해서다음날 메이크업하고 인증샷 찍었어요. 그날 옥션 촬영인가 있어서 메이크업한 상태에서 잠옷 입고 인증샷 올렸어요. 근데 진짜 아기자기하게 준비하셨더라고요.
- 선물이 뭐예요?
그 사진집 안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쓴 응원 메시지가 수록돼 있고, 배우들에게 바라는 말들 그리고 컵 안에 초콜릿과 사과랑 파인애플맛 과자, 파이, 사탕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되게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수연이(윤은혜/김소현 분) 노란우산! 하하하 정말무슨 일하시는 분들인지궁금하더라고요. 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거의 제작진들에 버금갔어요. 진짜 궁금해요.
'보고싶다 갤러리' 조공 내용보러 가기
- 한아름(이세영 분)에게는 무슨 메시지가 쓰여 있었나요?
저는 짧더라고요. (웃음)그런 댓글이 기억나요. '아름이는 아름아름해' 하하하
- 그때 분량이 적었잖아요. 좀 많이 아쉬웠죠?
그럼요. 이만큼 찍어도 방송 분량은 요만큼 나오니까. 메인은 자르면 안 되잖아요. 가지 치고 가지 치면 그렇게 줄어들어요. 러브라인이 있었으면 더 예뻐해 주셨을 텐데. 원래 시놉시스에는 유승호 씨랑 러브라인 얘기가 있었거든요.
- 그래도 지금은옥션걸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잖아요. (웃음)
한 달하고 재계약했어요. 그날 촬영 다니면서 분위기가 무척좋았고, 편집·녹음하면서도 좋았고, 광고주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 그게 한아름 콘셉트에서 따온 거 맞죠?
아, 처음 옥션 콘티를 봤는데 그냥 후드를 쓰면 밋밋할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여성스러운 느낌은 아닌 것 같아서 생각했어요. 아름이가 정우(박유천 분)랑 같이 촬영할 때 후드티를 입고 나오니까귀엽다는 짤(사진)을 디시에서올려주셨어요. 솔직히 그날유천 오빠랑 찍을 때도 제가 분량이 없으니까 막 모자 쓰고 괜히 (모자 끈으로) 묶고 그런 거예요. 제 캐릭터에 대해설명해줄 시간이 없으니까 차라리 귀여운 콘셉트로 나가자. 그래서 앞머리도 내리고 단발머리 가발 쓰고 했던 거예요. 그래서 옥션도 그 콘셉트로 그대로 했어요.
- 광고주 측에서 그렇게 요구했던 게 아니군요?
아니에요. 제가 옥션 촬영 날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그 광고가 컷이 많잖아요. 콜 타임을 딱 맞춰야 하는 상황이어서 제가 시간표를보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모든 컷에서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OK가 안 나겠구나 그리고 나는 ('보고싶다') 촬영장을 못 가겠구나. 안 그래도 분량이 없는데 잘릴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OK 내려고 열심히 했어요.
- 반응이 좋아서 재계약하고 2탄 찍은 게 설 콘셉트로 찍은 CF군요? 큰 가위 들고 있는 거요.
네, 아마 또 시리즈가 나오긴 할 텐데… 저는 깨요. 하하하
- 왜요?
물론 연기니까 그냥 하긴 하는데 귀여운 척하려니까… (웃음)
그건 좀 가발을 써야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되거든요. 귀엽다는 세뇌랄까? 저는 귀엽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다들 귀엽다고 칭찬해주셔서….
- 디시에서도 이세영 씨 이름으로 검색하면 "옥션걸 누구냐", "옥션걸귀엽다" 이런 말밖에 없어요. 주변 반응은 어때요? 학교 친구들이나 지인들.
아, 귀엽대요.
- 다른 소리는 안 해요?
저건 딱 너던데? 이래요. 깨방정에 뭔가 촐랑촐랑하고.
- 원래 성격하고 비슷하군요.
근데 혼자 있을 때만 그래요. 제가 여중·여고 나와서 학교 친구들하고만 그렇게 놀고, 다른 분들 볼 때는 조용한 척하고 목소리 깔고 그러죠.하하하
- 근데 처음 '보고싶다'에서 단발로 나왔을 때 다른 분인 줄 알았어요.
제가 앞머리 있는 거와 없는 게 너무 달라요.
- 짧은 머리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은데, 가발 말고 진짜로 커트할 생각 없으세요?
제가 한 번 머리를 확 자르려고 했어요. 머리 자르는 게귀찮아서 그냥 기르는 것이거든요. 근데 작품 들어갈까봐 확 자르지 못하겠더라고요. 관리를 안 해서 머릿결도 별로 안 좋고. 그래서 긴 거예요. 아, 맞다. '보고싶다' 갤러리를 '복갤'이라고 하잖아요!
- 네, 줄여서 그렇게 부르죠.
드라마에서 '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이수연'이라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근데 복갤도 '디시갤러리에서 제일 유명한 복갤'이라면서 애정이 되게 많으시더라고요. 서로서로 화목해 보였어요. 그래서 무슨 일 하시는 분들인지 정말 궁금해요. 저한테 답변해주세요. 하하하 댓글 보면 연령대라든가 그런 게 되게 궁금했어요. '저분은 주부일 수도 있겠다'이러면서요.
- 지금 질문하시면 그대로 올려드릴게요. 아마 댓글로 답변이 올라올 겁니다. (웃음)
(녹음기에 가까이 다가가) 뭐라고 하지? 어… 누구 신지참 궁금해요. 무슨 일 하시는지… 드라마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지만 일 끝나고 바로 드라마 보러 칼퇴근했다면서 약속도 안 잡으시고 무슨 일 하시는 분들인지 항상 궁금했어요. 가끔 스태프분들이 (디시에) 어떤 글 올라왔다고 보여주시거든요. 댓글 보면 (드라마) 내용을 다 꿰차고 계신 거예요. 두세 번 보신 분들도 있고 진짜 귀여우세요. 되게 재미있으시고요.
- 근데 무섭지는 않으세요? 촬영하면서 놓쳤던 것들도 잡아내잖아요.
은혜 언니가 어그부츠 신고 있었는데(신발이 하이힐에서 어그부츠로 갑자기 바뀐 옥에 티)복갤에 계시는 분들은 드라마 주연 배우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어서 눈치채지 못하다가 복습하다가 발견했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세요.
- 복갤을 정말 자세히 보셨군요.
하하하,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서요. 그때 스태프 언니 태블릿PC로 갤러리 봤어요.
<캡처 = MBC>
- 박유천 씨와 잘 어울린다는 평도 많았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유천 오빠가 원래 유쾌하시잖아요. 촬영장에서도 농담 툭툭하시고. 사실 저랑은 몇 번 안 붙었거든요. 근데도 오랫동안 만나 왔던 것처럼 "아, 우리 동생" 저는 "우리 오빠" 이러면서 편하게 지냈어요. 오빠라서 어색하면 안 되는데 제가 어색하지 않게 농담도 해주시고 드라마 상에서도 막 장난치고 (웃음) 성격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1화 보면 '마법의 성' 부르는 장면에서 가수인데 노래 못 하는 연기를 하니까 되게 웃겼어요. 원래 노래 잘하시는데… 연기를 되게 잘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배우들이 잠 못 자고 촬영하면서 되게 힘들었거든요. 유천 오빠는 저랑 대화하는 신 찍으면서도 다음에 할 신 대사 외우고. 그런데도 항상 밝은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제가 촬영장에 오면 (밝은 목소리로) "어, 아름이 오랜만이야!" 하면서 옥션CF 봤다고 말해주시고 그랬어요.
그리고 유천 오빠랑 저랑 병원에서 울면서 진지하게 얘기한 장면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울면서 연기했는데 쪽대본이어서 그날 대본 받고 바로 찍었거든요. 서로 대사를 길게 하면 틀릴까 봐 조마조마해하는데 계속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우는 장면인데 눈물 쏙 들어가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 고된 상황에서 그러기도 싶지 않은데.
소탈한 거 같아요.
- 두 분이서 남녀 주연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아, 박유천 오빠랑요? 제가 감히? (웃음)
- 유승호 씨와도 얘기가 있고요. 같은 아역 출신이잖아요.
나이대가 비슷한데 이제 군대 가잖아요. 승호군이 군대 가 있는 동안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제대한 뒤엔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보고싶다' 배우들하고 다른 작품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고요. 그 인연이 계속 유지되는 게 쉽진 않겠죠.근데 은혜 언니는 저랑 같은 샵 다니고, 박유천 오빠는 제가 계속 챙겨 본 드라마의 주연이었고…. 하하하
- 옥션CF로 인지도를 많이 높였지만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주목받지 못한 건 좀 아쉽지 않았나요?
그렇죠. 근데 앞으로 잘하면 되죠.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CF를 해서라도 잘됐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드라마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CF는 좀 단편적이잖아요.
- 특정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도 걱정될 것 같아요.
예, 맞아요. 좀 그래요. '대왕의 꿈' 때는 차분하고 여성스럽고 제 성격이랑 좀 달라요. 장난기 되게 많은데 여성스럽게 하느라 목소리 톤도 깔고… 어, 오글거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모기만 하게 목소리 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런 목소리 톤으로 대사를 못하겠는 거예요. 모니터하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죠. 하하하
- '대왕의 꿈'에서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발연기를 해서. 하하하 현장에서 딱 한 번 모니터한 건 괜찮았어요. 나머지는 분장 문제도 있고, 모니터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못했어요. 나중에 방송 나간 거 보니까… 흐흐흐… 그렇더라고요.
- 그래도 본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모두 체크하나 봐요? 관심을 두지 않는 배우들도 많잖아요.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근데 뭔가 심심해서. 이것저것. 저는 악플도 다 보고 댓글도 다 봐요.
- 악플 보면 속 쓰리지 않아요?
볼 때만 좀… 그냥 잘하면 되지 하고 같이 웃기도 해요. 솔직히 댓글 보면 다 공감해요. 저도 그렇고 다 비슷한 생각을 하잖아요. 옛날에 '라디오스타' 나왔을 때 몸살 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었더니 기분이 몽롱하더라고요. 방송 보면서 왜 저렇게 얼빠진 사람처럼 나왔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댓글에 백치미 있다고…. (웃음) 좋은 거겠지 하고 넘겼어요.
- '대왕의 꿈'에서 천관녀 캐스팅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때는 하반기에 다른 드라마를 해야 해서 특별출연의 개념으로 생각했어요. 성인으로 공중파 출연은 거의 처음인데 큰 역할보다는 한두 신하니까 부담이 적잖아요.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신다고 하니까 현장에서 감도 좀 잡고, 나를 다시 추스르자는 의미에서 하게 됐어요.
그랬는데 첫 회 나가고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주시는 거예요. 제가 볼이 통통해서 화면에 잘 안 나올까 봐 여리여리하고 예쁘게 나오는 것만 신경 쓴 것 같아요. 연기도 신경 쓴다고 썼는데…. 거의 하루에 7시간씩 무용연습을 했거든요. 다이어트 하면서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마시면서 하면 정신이 몽롱하거든요. 근데 정말 그렇게만 나왔더라고요. 하하하 좀 충격적이었어요.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했을까. 죄송하기도 하고.
- 다시 한다면?
잘해야죠. 감독님한테 되게 죄송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작품 때문에 ('대왕의 꿈'을) 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세영아 "니가 해라. 천관녀 할래? 덕만공주 할래?" 그러시면서 천관녀가 임팩트가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천관녀 하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덕만공주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사람들이 절 새침한 이미지로 아시니까 천관녀를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느낌이랄까?
- 전에는 어땠는데요?
영화 '아홉살 인생'에서 장우림 역 했잖아요. 저는 착한 역인 줄 알았는데 도도하고 새침하고 당돌하고 못된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 그래도 천관녀를 통해 배운 건 많으셨죠?
네, 제가 감정표현을 많이 안 하거든요. 활동 안 하면서 습관적으로 혼자만 생각하는게 방송에서도 보이더라고요. 처음 제가 김유신을 슥 보고 웃는 게 있어요. 근데 캡처된 거 보니까 난 기뻐서 활짝 웃는 건데 남들은 도도하게 한쪽 입꼬리만 올린 줄 알더라고요.
- 원래 그런 이미지가 좀 있나 봐요?
입을 다물고 있으면 뭔가 차가워 보여요. 그래서 좀 상큼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장난기 있고 제 성격이랑 비슷한 좀 밝은 느낌의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 최근 드라마 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음... 전 일본 드라마… 뭔가 오덕 스멜… 하하하 '노다메 칸타빌레' 좋아하고 우에노 주리 역할은 정말 잘할 자신이 있어요. 그래도 좀 어른스러운 느낌이 있어야 하니까, 살짝 철든 노다메? 그리고 '호타루의 빛'에서 건어물녀. 집에서 그런 것밖에 안 봐요. (웃음)
- 개인적으로는 이세영 씨 출연작 중 '소나기', '아홉살 인생'을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특히 '아홉살 인생'은 어릴 때이긴 하지만 잘 어울리던데.
근데 '아홉살 인생' 보면 정말 연기 못 하는데 뭘 그렇게 잘했다고 얘기들 해주시는지… 하긴 애니까 그렇게 얘기해주시는가 보다 하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꽃을 꺾어서 나에게 줄래?" 하하하 저 꽃을 꺾어서 나에게 달래요.
- "나보고 (쓰러진 나무를) 넘어가라고?" 이런 것도 있었죠.
"지금 나보고 넘어가라는 거니? 거니↑" (웃음) 대사에 나와 있으니까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지금 같으면 다르게 하겠죠. 하하하
- 그래도 소녀의 감성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공감한 게 아닐까 싶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어릴 때는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근데지금은 뭔가 분석을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는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 과도기라고 해야 하나요? 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근데 뭔가 가짜로 하려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아홉살 인생'에서제목소리 톤이 지금목소리랑 거의 비슷할 거예요. 나레이션 기억나세요?
- 어떤 거요?
여민아 어쩌구저쩌구. 편지 쓰면서 미안하다고 할 때 있잖아요? 목소리가 똑같아요. "여민아~" 하는데 정말 똑같더라고요. 아우, 오글거려서….
- 본인 목소리가 싫으신가요?
싫어요.
- 명랑하고 밝아서 좋은 것 같은데, 왜 싫으세요?
아, 그런가요? 옥션이랑 클린앤클리어 CF다 녹음했거든요. 근데 화면에 얼굴이 잡힐 때는 오글거려서 진짜 못하겠어요. 목소리를 가늘고 여리게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제 목소리는 걸걸하고 좀 탁하거든요. 그래서 싫어요.
- 나긋나긋하고 들으면 사르르 녹을 것 같은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원하시는 거예요?
네, 부러워요. 그런 목소리를 저한테 바라는 분들이 있잖아요. 근데 목소리가 살짝 깬다. 얼굴이랑 매치가 안 된다는 말을 듣거든요. 목소리 톤이 살짝 낮아요. 노래를 해도 어두운 노래, 음침한 노래. 중저음 이런 게 잘 어울리고, 제가 밝은 걸 하면 갈라져요. 녹음할 때도 삑사리 나고.
- '대왕의 꿈'에서 노영학 씨하고의 키스신이 화제였는데.
친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장난을 되게 많이 쳤어요. 걔가 한 살 어리거든요. "우리 키스신 있잖아! 야, 너 대본 봤어? 대박이야!" 이러면서. 키스신 다가오면서 뭔가 미리 상의했어요. 왜냐하면 감독님께서 짓궂으시거든요. (키스신) 쓸 장면이 5초라도 10초, 15초 동안 컷을 안 하실 게 분명해요. 그러다 혼자 키득대면서 장비 빼고 철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영학이에게)얘기했죠. 우선 입을 대고 내가 부끄러운 듯 입술을 떼겠다. 그럼 네가 다시 잡아서 입술을 대라. 그런 말을 하고서 영학이가 다 했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친하니까 어색하지 않잖아요. 애정이 있잖아요. 이성적인 게 아닌.그런 상황에서 카메라 돌아가면 그런 '애정' 플러스 '난 얘를 사랑한다'는 생각만 하면 더 몰입되더라고요. 그래서 영학이는 저한테 진지하게 그랬어요. '라디오 스타' 때 "누나가 저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라고.
- 첫 키스신이었죠?
제 첫 키스신을 연하한테… 걘첫 키스 아니었어요. 걔는 다영이라는 아역 친구랑 먼저 영화에서….
- 지금보다 훨씬 진한 키스 강도를 요하거나, 배드신을 요구해도 할 의향이 있나요?
우선 노출은 좀 안 될 것 같아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저한테 요구하지 않아요. 분명 그럴걸요?. '이세영 19금 노출 파격 변신' 이런 기사가 있으면 댓글에 '그런 거 원하지 않아. 아가 옷 입어라' 이럴 걸요. 하하하 그리고 좀 겁이 나기도 해요. 근데 키스신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좀 싫어하려나? 배우니까 이해는 해주겠지만, 기분은 좀 안 좋을 것 같아요.
- 사랑하는 사람 있으세요?
(웃음) 그저 초콜릿이나 먹지요. (이날은 밸렌타인데이)
- 이세영 씨도 '학교2013'(이하 '학교')캐스팅 얘기가 있었죠?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을 텐데 왜 안 하셨어요?
피팅도 여러 번 하고, 감독님도 뵈었어요. 근데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여주(여자주인공)라고 하지만 저를 어떤 역할로 쓸지모르니까 그냥 '보고싶다' 하겠다고 한 거죠. 그리고 학생 역이다 보니 뭔가 아역 느낌도 있고요.
사실 '학교'도 욕심이 났지만, '보고싶다' 캐릭터가 끌렸어요. 시놉시스상 제 이름이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 장미인애 그다음다섯 번째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살짝 제 얘기를 할 시간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리고아역의 연장선이 아니라 한 번 끊어주는 작품이 있으면 했고요. '얘가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이런 인식을 남긴 다음에는 교복을 입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죠.
-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있었군요. 당연하겠지만….
네, 그러니까 아역 이미지를 벗으려고 어떤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딱히 뭐 한 건 없지만 '벗어나야지! 벗어나야지!' 이런 생각이요. 그래도 '보고싶다' 하면서 어느 정도 (성인 연기자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어릴 때 그랬어요. 키도 안 크고 그래서 좀 불안했어요. 요즘 나오는 신인 배우들은 신선함이라는 플러스도 있고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잖아요. 물론 저를 아역 배우로 보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아역 배우출신이라는 건 아시니까요. 그래서 배우로서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해서 불안했어요.
작품은 하고 싶었는데 입시준비 때문에 안 했거든요. '아, 다시 시작하기 되게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성인 되기 전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안 들어갔거든요. 그러니까 주위에서 제가 일 못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자의적으로 안 한 건데. 대학교 입시 볼 때도 소속사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도대체 왜 소속사가 중요한 건지 모르겠어요. 겉으로 보이는 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튼 이런 것 때문에제가 좀 독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그건 중요한 것 같아요. 나에 대한 사람들의인식이 어떤지 알아야 뭘 바꾸든가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거에 휘둘리면 안 되겠지만 발전하려면 항상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아역 배우 박지빈은 연기자의 길을 위해 고등학교도 포기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한 것 같아요. 저랑은 또 다르죠.저는 공부를 포기하기 싫었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었고, 또래들이 다 하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또 지는 걸 싫어해서 공부를 되게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머리가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노력해서 성적을 올렸던 편이에요. 중1 때 반에서 10등 했거든요. 겨우겨우 해서 전교 이십몇 등으로 올려놓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코끼리' 하면서 다시 반에서 10등 한 거예요. '아, 또 시작이구나' 작품과 공부 둘 다 하면서 따라갈 자신이 없었어요. '남들 다 하는 입시준비 나도 하자' 그래서 아예 연기를 접었던 거죠.
근데 지빈이는 자기 재능에 대한 확신이 있고 좋은 작품이 있으니까요. 저는 검정고시 생각을 못했어요. 물론 알았어도 제가 택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지빈이 보면 현명하게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검정고시로 공부도 하니까 잘 선택한 것 같고, 또 승호 군은 대학교 진학을 아예 안 하기로 했잖아요. 자기만의 신념이 있는 거니까 그것도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애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대학교 1학년 때인가 언어 과외도 했었어요. 처음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우리 학교 선생님 옛날에 배우 했었대' 이러면 좀 집중도 잘해서 말 잘 들을 것 같은 거예요.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고, 여중·고 나오다 보니까 남중이나 이런 데 가서 수업도 해보고 싶은 거예요. (웃음) 솔직히 그런 게 좀 있었어요.
- 지금도 변함없으세요? 요즘 교권이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잖아요.
그래도 말을 좀잘 듣지 않을까요? (제가 교사가 되면) 만만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알게 모르게애들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 아이들 좋아하세요?
말 잘 듣는 아이들? (아니라면)머리 아플 것 같아요.
작품마다 좀 다른 것 같아요. '열세살 수아'라는 영화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80%를 끌고 가거든요. 그때가 중학생 때인데 몰입해서 찍었더니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살짝 목소리도 다운되고 어두워지고 덜 웃고, 장난칠 때는 막 웃는데 평상시 표정 자체가 캐릭터 때문에 좀 어두웠어요. 또 (영화에서) 길 걸으면서 걸음 세고, 혼자 사물과 대화하는 그런 아이라서 우울하기도 했고, 큰 역할이기도 해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대장금'에서 잣 끼우는 신은 지금도 명절 때마다 생각나요. 장금이한테 알려줄 때는 "보지 말고 눈을 감고 (잣을) 살살 돌리면서 느껴 봐" 이러는데 실제로는 미리 잣을 끼워놓고 "돌려 봐" 이랬죠. 직접 잣을 끼워 봤는데 안 들어가더라고요. 히히히
'아홉살 인생' 때는 저를 수심 10미터에 빠트린 감독님이 생각나고, '여선생 VS 여제자' 때는 이지훈 오빠한테 입술 두껍다고 말했다가 팬들한테 완전 욕먹은 게 기억나요. (웃음)
- '영덕우먼스 씨름단'에서는 힘센 역으로 나왔잖아요? 기존에 했던 예쁘장한 이미지의 캐릭터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을 것 같은데.
거의 메이크업도 안 하고 씨름단이어서 살도 찌우고 쫄티에 쫄바지 입고 연습을 했거든요. (웃음) 아주 그냥 잘 찌웠더라고요. 아마 '대왕의 꿈' 할 때와 '영덕우먼스' 할 때 한 5킬로그램 차이 날 거예요. 5킬로그램이면 여자한테 큰 거거든요. 그리고 그때는 활동 안 하다가 다시 시작하는 시기여서 연기에 자신이 없기도 했었어요.
- 스칼렛 요한슨을 롤모델로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롤모델에는,제가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분의 어떤 좋은 부분을 닮고 싶다는 의미가 있어요. 스칼렛 요한슨은 우디 앨런 감독의 '스쿠프'에서 처음 봤어요. 기자로 나왔는데, 그 예쁜 배우가 안경 끼고 못나 보이게 나오더라고요. '천일의 스캔들'에서는 매혹적이고, '아일랜드'에서는 신비롭고 이렇게 매우 여러 가지느낌이 있잖아요. 배우로서 '천의 얼굴'을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그래서 스칼렛 요한슨이 제 롤모델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근데 기사가 난 뒤에 뭔가 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아니나 다를까, 순화해서 표현하면'스칼렛 요한슨이랑 이세영이랑 너무 다르지 않으냐'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안다고요. 안다고. 그런 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이랬죠. (웃음)
- 스칼렛 요한슨을 롤모델로 꼽은 이유가'어벤져스'나 '아이언맨' 때문인 줄 알았어요. 액션 연기에 관심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렸을 때는 '글레디에이터'를 열 번 넘게 봤어요. '페이스오프' 등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다 봤고요. '영웅', '와호장룡' 등의 액션영화도 좋아해요. 장쯔이는 무용을 전공해서 같은 액션을 해도 남다르고, 앤젤리나졸리는 강한 여전사 느낌이 나잖아요. 또 우마 서먼은 칼을 잘 다루죠. 이런 것처럼저도 한국의 특징있는 액션 여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제 키가 좀 더 크면액션이 멋지게 보였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저한테 잘 어울리는 게 있겠죠? (웃음) 20대 때는 아직 액션은 아닌 것 같고, 30대 정도에 체력 좀 키우고 액션스쿨도 다니고 계속 준비를 해서 완성된 모습으로 뭔가 낯설지 않고 공감이 가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어요. '추격자'의 여자 버전을 찍어도 어설프지 않게. 근데 '대왕의 꿈'에서 칼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내가 과연 액션 여배우를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웃음)
- '뽀뽀뽀' 출신이시죠?
어머니께서 오디션을 보라고 해서… 거기서 항상 부르는 노래는 하나였어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거였어요. 그러면 붙어요. 창피해서 다들 안 하는데 저는 붙으려고 혼자 해요. 뽑히고 나서는 너무 못하니까 떨어져요. 다시 또 오디션을 가서 '텔레비전에…' 해서 붙어요. 그리고 또 잘려요. 계속 반복이었어요. (웃음)
- 어땠기에 잘린 거죠?
어리니까 말귀도 못 알아듣고어벙했거든요. 그래도 정기적으로 오디션 볼 때 가서 또 뽑혀요. 근데 삐쩍 말라서 볼품도 없고 춤도 못 추고 눈치도 없고 웃지도 않고 하니까…. (웃음)
- 내성적이셨나요?
어릴 때는 산만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시도때도없이 장난치고. 근데 크면서 장난칠 때는 치고 아닐 때는 가만히 멍 때리고.
- 공상을 많이 하셨군요.
네, 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해서 성격테스트하면 공상성이 80점 만점에 80점 나와요. 근데다른 항목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나오죠. 그래서 이중적이에요. (웃음)
- 성신여대에 연기학부 1기죠? 심심하지 않았나요?
올해 신입생이 3기예요. 벌써 60명이나 돼요.
- 1기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
'20분의 1'의 책임감? (웃음)
- 대학 들어가고 나서 '성신여대 3대 퀸카'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이런 말 들을 때마다 기분이 어떤가요?
제 생각보다는 성신여대생들의 생각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주 웃기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초췌한 얼굴로 만날 운동복에 모자 쓰고다니거든요. 그러면 '제가 연예인이냐? 연예인이야?' '제 이세영이잖아' '아, 진짜?' 이래요. 뭔가 메이크업하고 가면 지금처럼 하고 다니겠죠. 근데 초췌할 때는 모자 쓰고 찌질해요. 히히히
- 근데 이 말이 왜 생긴 건가요?
그 무용하시는 민지원 언니 소속사에서 낸 거라… 언플이에요. 언플.
- 성신여대가 예술 쪽으로 투자를 많이 하나 봐요?
예, 지금 총장님이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으셔서, 아예 융합문화예술 대학을 만들었잖아요. 건물 짓고, 무용과·실용음악과·연기과·문화예술경영과 신설하고,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시는 분(배우 송승환)을 학장님으로 모시고, 감독님이나 PD님들도 교수님으로 오시고 그랬죠.
- 3학년이면 전공에 전력해야 할 시기겠네요.
하~
- 한숨은 왜 쉬세요?
올해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학점 F가 나오면 다시 들어야 하잖아요. 꽉꽉 채워서 듣는데도 부족해요.
- 전공 이외에 따로 관심이 가는 교양 과목이 뭔가요?
저 '영유아 발달과 교육'이란 과목을 지난 학기에 들었거든요. 재미있었어요. 책 전체를 정독하고 여러 번 요약해 내는 출석 대체 리포트가 있었는데, 타이핑하고 손으로 쓰고 책을 거의 다 외웠어요. 심리와 관련해 유아 발달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라거나 등등. 지금 수강신청 기간인데 '부모역할훈련'이나 '발달학' 이런 쪽으로 관심을 두고 있어요.
- 유아교육과를 갔어도 잘 맞았을 것같아요.
화나지 않았을까요? 아기들이 말을 잘 안 듣잖아요. 보니까 또 과도기가 있더라고요. 아기들이 자기가 뭔가 해보려고 시도하는데 그걸 막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며 좌절을 맛보고 수동적이 된대요. 그럼 하는 대로 내버려 둬야 하나? 전 못해요. (웃음)
- 30대에는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그보다 더 먼 미래를 생각해보신 적은 있나요?
계속 연기를 해야죠. 근데 액션을 나이 들어서까지 하기에는 뭔가 불쌍해 보일 것 같고요. 안 그래도 조만한 게 어릴 때는 어리기나 했지… 어후 팔다리도 짧고 액션 한다고 하면 웃길 것 같아요. 나이 들어액션하기에는 그렇고, 뭐 사모님 역할이나 하려나? 모르겠어요. 개성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공부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 저 교수가 되고 싶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대학원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졸업해서 연기과 교수가 됐으면 해요.
그러면 좋겠는데. 작품하면서 공부 제대로 못 하면 졸업하기 어렵잖아요. 대학원 잘 졸업한다면 실무랑 이론 같이 공부해서 교수해보는 게 꿈이고, 애들 가르치는 거 해보고 싶어요. 또다양한 직업도 경험해보고 싶은데 작품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노숙자분들을 위해서 공장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소년소녀 가장이라든가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한테는 적성에 맞는 걸 찾아주고 지원해줘서 나중에 그 아이가 잘돼서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면 몇 프로 후원을 받아 그걸로 또 도와주는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저도 돈이 있어야 할 테고, 여러 군데서 모금도 해야겠죠.
- 일종의 사회복지단체군요?
네,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아, 중학교 때봉사활동으로 노숙자들에게 배식한 적이 있는데, 꼴불견이긴 한데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런 게 오히려 더 안 좋잖아요. 안쓰러운 사람이 있어도 슬픈 내색 안 하고 그래야 하는데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아빠뻘인 사람들도 있고 아기랑 같이 온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우리나라에 있는 독거노인들이나 많은 사람을 보살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어릴 때부터 생각이 어른스러웠네요.
학교의 영향이에요. (봉사 활동을) 학교에서 강요했어요. 하하하
- 이런 건 어때요? 재능기부라고 돈 대신 자신의 재주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거죠. 예를 들어, 수학을 잘하면돈이 없어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강의해주는 거죠.
그런 건 좋아요. 어릴 때 그랬거든요. 고딩 때까지 생각한 게, 다 저물어 가는 동네에 보습학원 같은 거 만들어서 거대한 M사 B사 이런 학원들보다는 못 하겠지만, 공부에 아예 관심이 없는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경험자 입장에서 어린 자녀들을 연기자로 키우려고 애쓰는 부모님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제가 어릴 때는 부모님의 권유로 연기하게 됐고, 뭣 모르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제가 선택했잖아요. 근데 부모가 길을 틔워줬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어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일을 좋아하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적성에 맞는 길을 부모가보여줬으면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연기와 공부 둘 다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저랑 성격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저는 악플을 봐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처받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의외로 그거못 견디는 사람 되게 많아요. 아역 배우를시켰는데 아이가 힘들어하면 '나중에 잘 될 수 있을 거야'가 아니라 그때그때 해소시켜줘야 해요. 아역 배우 중에도 상처받는 친구들이 있고, 자기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단 말이에요. 아이와 부모 간의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오랜 시간 수고 많으셨어요. 끝으로 동영상 인사말 부탁드릴게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 이세영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반은말하고 반은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늘 함박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아역 시절부터 기성 연기자들의 치열한 경쟁과 살벌한 촬영 현장을 접했다면 다소 경계심이 묻어날 수도 있을텐데, 그런 기색은 커녕 이세영 특유의 쾌활함은 그녀를 보는상대방까지 행복한 기운에 젖어들게 했다.
비록 언플로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일반인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역 출신 연기자'보다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성신여대 3대 퀸카'란 수식어가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같은 대학에서 같은 교수님에게 배우고같은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우리학교의 든든한친구. 서로 같은 대학은 아니어도만나게 되면학점 짜게 주는 교수님들 뒷담화하며 부담 없이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또래 친구말이다.
그렇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철부지 같은여대생은 아니다. 이세영은'노숙자를 위한 공장을 짓고,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적성을 찾아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속 깊은 생각을 밝히는가 하면, 부모들에게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이 필요하다'고 경험에서 얻은 값진 조언을 풀어놓는 성숙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려 노력하는 배우이세영의 미래가 밝아보는 이유이다. 그녀의 말대로20대에는 멜로, 로맨스 등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고, 30대에는 특징 있는 액션 여배우로 성장하고, 이후 연기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꿈까지 모두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사진 = Mustapha(mustapha7jazz@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