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 개막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태진 아나운서를 KBS N 미디어 센터에서 만났다.
<프로필>
이 름 : 윤태진 아나운서
출 생 : 1987년 11월 25일
소 속 : KBS N 스포츠
수 상 : 2010년 제80회 춘향선발대회 선경력
- 프로그램
2012년 : 아이 러브 베이스볼
2012년 : 명불허전
2012년 ~ 현재 : 축구화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디시인사이드는 알고 계세요?
잘 알고 있죠. 워낙 유명한 사이트니까 디시는 처음에 입사해서 알게 됐어요. 제 기준으로는 악플들이.. 하하. 야구갤러리, 배구갤러리, 농구갤러리 다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신입때 들어가 보고 요즘에는 잘 못 들어가요.
- 프로야구랑축구 개막으로 요즘 바쁘시죠?
지금이 사실 가장 바쁘죠. 농구도 아직 안 끝났고. 야구는 시범 경기 때문에 바빴고요. 다음 주부터는 엄청 바빠질 것 같아요.
- 내일 아이러브베이스볼(KBS N)도 특집 방송 시작하고 시즌5 시작되더라고요.
네. 아이러브베이스볼도 이번 주(인터뷰 시점)야구 개막하고 나면 평일엔 최희 선배님이 하시고, 저는 다음 주부터 주말에 하게 될 것 같아요
- 축구, 야구만이 아니라 농구, 배구 다 하시던데. 방송 스케줄은 회사에서 조정해 주는 거죠? 거의 모든 스포츠를 섭렵하고 계셔야겠어요.
네. 2주 정도 전에 스케줄이 나오는데 뭐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미리미리 기사 챙겨보고 감 잃지 않게 해야 해요. 지나간 경기들놓치면 안되니까 공부하고. 기사도 보고, 전 경기나 오늘 중계하는 경기 보고. 인터뷰 내용도준비하고요.
- 올해로 입사 3년 차인가요?
이제 두 번째 시즌 맞는 거죠. 횟수로는 2년차? 3년차.
- 초기 인터뷰를 보니 1년 지나면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하셨는데 여유가 생겼나요?
저의 욕심이었어요. 하하. 전혀 여유로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더 여유로웠던 것 같아요.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했는데.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서 실수를 뭘 하면 안 되는지도 아니까 더 생각이 많아진 거예요. 지금도 그렇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고 열심히공부하고 있어요.
- 첫 방송 기억하세요?
네 저 배구로 데뷔했어요.
- 첫 방송과 지금 비교해 보면 어때요?
제가 찾아봤거든요? 첫 영상을. 오글거리더라고요. (웃음) 대학생이 인터뷰 나온 것 같고. 지금도 훌륭한 거는 아닌데 이때는 아나운서라는 이름에 안 어울릴 때였구나. 풋풋하긴 한데 풋내기처럼 보여서. 하하.
- 그런 것들이 이제 눈에 보이나 보네요.
제가 제 모습을 봐도. 하하. 못 보겠던데요? 그런데 지금도 그때보다 괜찮아진 거지. 아직도 선배님들에게 많이 혼나고. 아직 멀었어요.
- 잘못된 부분들은 선배들이 많이 지적해 주시나요?
네. 모니터해주시고요. 경기가 없는 날에는 회사 나가서 제가 인터뷰했던 모습들 돌려보고 실수했던 것들 체크해 놨다가 다음번에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해야겠다는 것을정리해 두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워낙 생방으로 이뤄지고. 끝나고 나면 제가 준비한 걸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경우에는 당황스러워해서. 또 '그런 상황이 다시 오면 이런 표현을 해야겠다' 체크해뒀다가 신경을 쓰죠.
- 직속 선배가 있나요?
그런 건 없고요. 모든 선배님이 다 알려주세요. 한 달에 한 번 합평회 같은 걸 해서 인터뷰 틀어놓고 선배들이 뭐가 잘못됐다 얘기해주세요.
- '유로2012'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있었어요. 본인은 부인하셨지만 '유로여신'이라는 별명도 생기고요.
하하. 유로는 제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정말.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잘 만나서 운이 좋았던 거죠. KBSN이 독점으로 유로 생중계를 했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거죠. 사실 유로는 아쉬움이 많아요. 공부는 많이 했는데 방송 경험이 별로 없고 생방송이다 보니까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자신 있게 틀려도 몰라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는데. 겁이 많았어요. 잘 못하면 어쩌지 이런 것 때문에. 워낙 큰 대회라서, 진행은 편하게 했는데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풀어야 할때는 겁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 이런 얘길 해도 되나’ 이런 생각들이요. 솔직히 그렇게 안해도 됐었거든요. 해설위원이 '아닌 건 아니다, 맞는 건 맞다'라고 얘기해줬을 텐데. 스스로 겁을 많이 먹어서. 유로는 사실 저한테는 너무 아쉬운 방송으로 남아 있고요. 수혜자는 아닌 것 같아요.
- 그래도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알아보는 분들 계시지 않던가요?
지금도 많이 알아보시진 않으세요. 그런데 제 이름을 좀 더 알리는 기회는 됐었던 것 같아요.
- 다른 사람들에 비해 5개월이라는 짧은 아나운서 준비기간을 갖고 아나운서가 되셨어요. 스포츠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질문 여쭤볼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참 난감한 게 저는 사실 5개월 공부를 하고 아나운서가 된 건 운이 좋아 잘 된 케이스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준비가 덜 됐을 수 있죠.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고요. 제가 아직 그렇게 알맹이가 알차거나 그렇지 않아서 누구를 가르치고 지적한다는 게 조심스럽거든요. 지금 길게 준비하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아나운서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 그냥 때가 오는 것 같아요.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아나운서 자리에 있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노력하거든요.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해요.
- 아나운서 준비기간에는 주로 어떤 것들을 하나요?
저는 아카데미에서 배웠어요. 뉴스 리딩하는 거나 발성하는 거 여느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준비하는 거 했고. 아, 그런 건 노력했던 거 같아요. 제가 워낙 다른 쪽. 무용을 오랫동안 하다 왔기 때문에 기본을 잘 다지고 싶었거든요. 그런 면을 많이 신경 썼어요. 발음이나 발성 같은 것 노력을 많이 했어요.
- 선천적인 목소리를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몰랐는데, 명불허전을 같이 진행하는 강성철 선배님이 예전에 한번 그런 얘길 하신 적이 있어요. 제가 명불허전 처음 했을 때랑 최근이랑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대요. 제가 여기 회사에 입사해서 졸업했으니까, 처음에는 갓 대학생이 그냥 방송반에서 방송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좀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목소리가 변한다거나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아무래도 방송할 때 조금 더 신경 써서 목소리를 내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자기 목소리 내는 게 가장 좋은거라고 저도 배웠거든요. 꾸밈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 그럼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랄까 기본 자질을 꼽는다면 어떤걸까요?
한 시즌 지내다 보니까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웃음) 출장도 워낙 많이 다니니까 체력이 좋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방송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힘들어 보이면 안 되잖아요. 안 그러면 현장에서 무너지니까. 아프면 안 되니까 체력이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그런데 지금 보니 너무 마르셔서 약해 보이세요. (웃음)
말랐는데 튼튼해요. 제가 또. 하하
- 미스 춘향 대회 선발 후 방송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아나운서가 됐다고 들었어요. 미스 춘향은 어떻게 나가게 된 거예요?
제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원에 못 가게 된 상황이었는데 저한테 어느 정도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20년 넘게 무용을 해왔는데 다른 거 해보면 어떨까 다른 걸 계속 찾고 있었거든요. 제가 제일 안하던 게 뭐냐면 미인대회나 미모 쪽에 신경 써서 하는 거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무용할 때 항상 민낯에 머리도 하나로 묶고. 무용할 때 입는 티 하나 입고 막 돌아다녔지 힐 신고 예쁜 옷 입고 학교 다닐 때 그런 걸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도전 차원에서 신청하게 됐어요. 제가 항상 피하고 무서워했던 것들인데 한 번 해보자. 친구들도 많이 도와줬고. 저는 어차피 한국 무용을 전공했으니까 따로 할 건 없었거든요. 학원 갈 필요도 없었고. 제가 안무짜서 음악 들고 한복 챙겨서 가면 되니까.
- 미스춘향은 기본적으로 한국무용이나 이런 걸 준비해 가야 하나 봐요?
꼭 배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국적인 거 많이 보는 대회니까 많이들 준비해서 해요.
- 파이브돌스의 효영 씨가 그 대회 진이었죠? 지금도 연락하세요?
네. 가끔 안부 전화해요. 그 친구도 참 착해서. 연락하고. 저도 효영이 TV에 나오면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고 그러죠.
- 어떻게 두 분 다 방송에 진출하셨네요.
춘향대회 나갈 때도 같은 방 썼었거든요. 동생이 잘 따르고. 잘돼서 정말 좋아요. 더 잘 될 친구니까. 응원하고 있습니다.
- 20년 동안 무용을 하셨는데 무용과는 다른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생각이 들면 이 직업을 하기 싫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무용을 그만둘 때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텀을 좀 뒀어요. 내가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게 아예 미련 없이 다른 일을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다시 돌아올 곳이 있으면 다음에 선택한 일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내가 얼마든지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그런 게 싫어서 미련을 확실히 버리고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천천히 시작했고 고민도 많이 했었죠.
- 그렇다면 만약 아나운서를 안 했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요?
아나운서 일을 안 했다면 무용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요. 무용 교수가 꿈이었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 아나운서 중에서도 특별히 스포츠 아나운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아나운서는 시험을자주 봐야 경험이 쌓인다고 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부담 갖지 않고 잘되면 좋은 거고. 카메라 테스트를 어떻게 하는 지 봐두는 것도 경험이고. 그 정도로 보러 가서 회사에 덜컥 붙게 돼서.하하. 그렇게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된 거라서. 여기 와서 스포츠 아나운서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게 필요한지, 뭘 봐야 하는 지 배웠죠. 시작할 때 목적을 두고 하지는 않았어요.
- 그럼 원래 스포츠는 좋아하셨나요?
저는 하는 걸 좋아했어요. 보는 건 보통 여자들같이 평범한 정도. 월드컵 하면 보고 WBC 하면 보고 응원하고 이 정도지, 프로팀이 몇 구단 몇 개가 있고 어느 팀이 유명한지는 여기 와서 알았어요.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운동선수가 있고 매일 매일경기가 있다는 거에놀랐어요.
- 스포츠 아나운서가 남성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선망받는 직업이 된 것 같아요.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아무래도 스포츠가 남자 위주의 종목들이 많다 보니까 주변에는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부모님은 걱정하시는 편인데 선망이라는 눈빛 때문에 제가 겸손함을 잃거나 그런 분위기를 누릴까 봐 우려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 TV에 매일 나온다고, 윤태진 아나운서 쉬는 날이 없는 거 같다고 하는 글들을 봤어요. (웃음) 대략적인 일주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3월이 제일 바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번 주는 여자 배구 갔다가 다음날 포항으로배구 경기갔다가 야구 시범 경기 가고. 다음날 다른 인터뷰하고 또 경기 가고. 쉬는 날은 거의 하루? 그런데 하루 쉬는 건 쉬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다음날 경기가 또 있으니까 그걸 보게 돼요. 일의 연장이라서. 자기 전에 기사 보고. 이틀은 쉬어야 온전히 쉴 수 있더라고요. 하하.
- 그럼 온전히 쉴 때는 주로 뭐하세요?
저는 자요. 하하. 아무것도 안 하고 자려고 노력해요. 체력을 비축하려고 맛있는 거 먹고 자고.
- 지금 고정 프로는 어떤 거 하시는 거죠?
'축구화' 하던 거는 종영됐고, 이제아이러브베이스볼 주말에 들어가죠.
- 아무래도 자기 시간도 없고 친구들도 잘 못 만나겠어요.
네. 친구들도. 떠났다기보다 제가 친구들을 떠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주말에 일하고 친구들은 쉬니까. 자주 못 만나요. 안타깝죠.
- 그럼에도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세요?
저는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취업하기 어렵잖아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죠.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해서 회사에 들어와서 졸업한 경우니까. 저 같은 행운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더 잘하고 싶고. 보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더라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방송 욕심이나 뜨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진짜 있는 것 같아요. 허세 부리지 않고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 입사 후에 선배들이 윤태진 아나운서의 어떤면을보고 뽑았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가능성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물론 경력도 없고 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 열심히 해라. 그런데 가능성이 정말 무서운 거거든요. 하하. 사라질 수도 있고 그런 건데. 정말 전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시험 볼 때도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했고.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이분들은 정말 스포츠 전문가들이어서 내가 하루 공부하고 거짓말을 하는 지, 아는 척을 하는 건지 다 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거 없이 제가 어차피 첫 시험이었고 하니까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어요. 제 신조도 말씀드리고. 다 솔직하게 오픈 했고. 그런 면들에 플러스 점수를 받은 거 같아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직업이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말 공부할 것도 많고 힘들 텐데요.
저요. 저. 정말 잘 모르고 들어와서. 하하
- 그럼 잘 몰랐다가 일을 하면서 스포츠가 더 좋아진 게 있나요?
네. 확실히 왜 사람들이 그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지를 일을 하면서 점점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고 지금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스포츠라는 게 말씀하신 대로 정말 어렵잖아요. 그리고 너무 무서워요. 경기장에 나가서 질문 한번 잘 못 하면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 돼버리기 때문에 그런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실순데 그게 전부로 평가받고 그런 점이 힘들었고요. 그런데스포츠만큼 명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과가 딱 나오고.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저도 그 자리에 앉아서 응원하면서 치맥 먹고 그러고 싶을 때 많거든요. 매력 있어요.
- 리포터나 아나운서의 경계가 없어진 거 같아요. 그런 얘기들도 많이 하고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게시판에서 그런 글도 봤는데 ‘너희가 리포터지 아나운서냐?’ 제가 아침 방송하면서 리포터 분들을 가까이서 볼 경우가 많았는데 정말 고생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댓글을 리포터가 봤을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절대 폄하할 수 없는 직업이거든요. 저는 그런 명칭에 신경 안 써요. 제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는 리포터인 거고 방송을 진행할 때는 아나운서인거니까. 저는 제 할 일을 더 잘하려고 하죠.
- 경기장에서 인터뷰하실 때 대본을 직접 작성하신다고 들었는데, 대본이 어느 정도는 나와 있나요? 어떤 준비를 하세요?
아니요. 직접 경기를 보면서 그 자리에서 다 작성하는데요. 아무래도 준비하면서 저는 그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더 전문적인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보다는 '팬들은 어떤 걸 더 궁금해할까?' 생각을 해요. 이런 상황에서 팬들이 궁금한 것은 뭘까? 이 선수에게 듣고 싶은 대답은 뭘까? 그런 것들을 물어보려고 해요. 그런 경우 있잖아요. 팬들은 궁금하지만 선수들은 말하기 껄끄러운 것들. 그런 걸어떻게 예쁘게 잘 포장해서 끌어낼까 고민을 많이 하죠.
-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스포츠 지식을 얻기 위해서 본 책이나 주로 어떤 공부를 하셨어요?
입사 처음에는 온갖 종목들의 규칙서를 전부 다 사서 읽었어요. 보니까 제가 별걸 다 샀더라고요. 농구는 슛 쏘는 법이 나와 있는 책도 샀어요. 하하. 그런 것들도 다 사서 보고. 규칙서도 다 읽고 공부한 편이고요. 선수들 인터뷰하려면 선수들도 잘 알아야 하잖아요. 이 선수를 잘 몰라서 바보 같은 질문을 하면 안 되니까. 인터넷 자료 조사 많이 하고 그때그때 기사들 보고 캐치해 두고 있다가 질문하고. 기회가 될 경우에는 선배들과 같이 가서 물어본다거나 그렇게 하고 있어요.
- 혼자서 경기를 보고 분석해서 질문하려면 순발력도 있어야 하겠어요. 그런 부분들은 현장에서 도움받기도 하나요?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저는 경기를 보고 있지만 위원님들은 중계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도와주시기는 어렵고요. 중계하는 것들을 잘 보고 듣고 있다가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입 때는 안보이고 안들려요. 어려움이 많았었죠. 지금도 제일 어려운 게 인터뷰에요. 워낙 짧은 시간에 해야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제가 실수를 해도 만회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인터뷰 도중에는 사과 할 수가 없잖아요. 실수인 채로 인터뷰가 끝나 버리면 그게 제일 괴로운 거예요.
- 지금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실수가 있다면요?
이거는 디시인사이드랑 좀 연결이 돼 있는 거 같아요. 배구 하경민 선수 인터뷰할 때였는데요. 제가 신인 때였어요. 정말 방송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햇병아리 때였죠. 배구가 한창 승부조작으로 힘들 때였거든요. 제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고, 말을 좀 더 예쁘게 했어야 했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좀 느꼈어야 했는데. 그때는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소녀 같은 애였거든요. 제가 하경민 선수에게 질문을 너무 직설적으로 던졌던 것 같아요. 제 실수죠. 선수들이 안 좋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이었어요. 그걸 좀 더 예쁘게 포장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제가 인터뷰 스킬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직접적으로 물어봐서 하경민 선수도 당황을 한 거예요. 예상은 했겠지만 질문을 칼같이 받아서 마음이 아프셨나 봐요. 가만히 서 계시다가 울먹이시더니 인터뷰 못 하겠다고 이어폰 빼고 경기장을 나가버리셨어요. 하경민 선수도 당황하셨겠지만 저도 진짜 당황했거든요. 머릿속에는 ‘어떡하지’ 생각밖에 안들고. 저는 이미 하경민 선수가 가만히 서 계셨을 때부터 당황을 해서. 중계 끝나고 디시에서도 정말 욕 많이 먹었어요. 별별 욕을 다 먹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죠. 제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 아이고 그래서 어떻게 마무리하셨어요?
그 때 당시에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밖에 생각이 안 들어서 ‘하경민 선수 만나봤습니다’ 얘기하고 하경민 선수를 무작정 쫓아갔어요. 어떻게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PD 선배 한 명과 락커룸에 가서 ‘하경민 선수 만나고 싶다고 제가 미숙해서 실수를 했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경기장을 떠나셨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 그런 실수라든가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어느 분 도움 많이 받으세요?
아무래도 여자 선배님들. 희 선배님 한테 조언 많이 받고요. 그때는 공서영 선배님이 계셔서 많이 여쭤봤는데 적극적으로는 못 물어본 것 같아요. 지금은 희 선배님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 아무래도 스포츠에 남자 팬들이 많다 보니까 외모로 주목을 받고 계시잖아요.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치우치는 것에 아쉬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민망해요. 정말. 저도 화장 지우고 머리 묶으면 그냥 여자인데. 과대 포장이 돼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어떨 때는 제가 사기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웃음) 그런 거에 주목 받으면 받을수록 제가 더 역량을 쌓아야 겠다 생각을 해요. 관심과 주목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디시뉴스에서 최희 아나운서와도 인터뷰 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 아나운서의 수명이 길지 않다 보니까 그런 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스포츠란 게 세대교체도 워낙 빠르니까. 미래를 보고 일을 하면 이 일이 지칠 것 같아요. 워낙 체력 소모도 많은 직업이고. 그래서 당장 이 일을 그만두면 뭘 하지란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하면 일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수명이 짧은 이 일을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버리니까 이 일을 더 사랑할 수 있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아직 저는 시작단계라서. 나중에 제가 희 선배님의 위치에 올라가면 그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되면 희 선배님에게. 하하. 조언을 구해야지요. (웃음)
- 선배님의 길을 따르겠다? (웃음)
그렇죠. 하하. 정말 선배가 있다는 건 행복한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방패막이 돼주고 계시니까. 혼자 정말 힘드실 거예요. 그래도 희 선배님이 꿋꿋하게 걸어가시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배울 점도 정말 많고요.
- 방송인이라면 대중의 인지도를 쌓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 보니까 노출 있는 의상들이 언론에 노출되고 주목받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좀 다행인 거 같아요. 저는 뛰어난 몸매 이런 걸로 이슈가 된 적이 없어서. 하하. 음.. 하지만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의상 노출로 이슈가 된다는 건 좀 아쉽죠. 그것보다 더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 때문에 가려진다는 게 아쉬운데. 그런 부분도 어쩔 수 없다고밖에 말을 못할 것 같아요. 그런 걸 탓하기보다는 제 일을 하고 있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이상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저는 체형이 이래서 그런지 하하. 노출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일하게 되면서 어느 팀에 팬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게 장점인 것 같아요. 저는 스포츠를 막 시작해서 팀을 하나씩 알아가는 입장이거든요. 제가 만약에 어느 팀을 정말 좋아했다면 입사해서 그 팀만 더 찾아보고 그랬을 텐데 저는 못하는 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입장을 갖게 되더라고요. 어느 팀 팬이 됐다고 딱 어느 한 팀을 꼽을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프로그램 통해서 한 번 만나뵌 감독님이나 선수, 팀들은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전지훈련 때 NC, 넥센, 롯데 다녀왔는데 시범 경기 때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 그럼 인터뷰하면서 친하게 된 감독님이나 선수가 있나요?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어요. 감독님도 그냥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 전에는 인사하고 소개하면서도 항상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런 게 있는데 올 시즌에는 반갑게 인사해주시더라고요. 축구장은 경기장에 나갈 기회가 없고요. 배구나 농구나 작년에 봤던 아나운서가 또 오니까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있으세요?
개인적으로 인터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기억에 남는데요. 박찬호 선수 마지막 등판 때. 한화 경기였는데. 박찬호 선수가 은퇴할 지 안 할지 결정이 안된 상태에서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어요. 근데 팀이 져서 인터뷰를 못했어요.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만약 박찬호 선수가 은퇴를 해버리면 이 경기가 박찬호 선수 야구인생에서 마지막 경기가 되는 건데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때 인터뷰를 하지 못해서 아직도 아쉬워요. 결국 박찬호 선수가 은퇴를 해버렸어요.
- 인터뷰를 가장 매너있게 하는 선수도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ㅇ')
박찬호 선수요. 인상 깊어요.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람은 정말 최고라고 느낀 게 박찬호 선수는 워낙 경험도 많고 미디어를 잘 아는 분이시구나 느껴지더라고요. 인터뷰어의 눈을 바라보면서 얘기를 하는 선수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박찬호 선수는 ‘당신이 질문했죠? 내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줄게요’ 이런 매너가 느껴지는 거예요. 친절하게 눈도 마주쳐 주고. 다른 선수들은 민망한 것도 있겠지만 허공을 바라보거나 다른 쪽을 쳐다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박찬호 선수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눈을 마주쳐주세요. 정말 이 인터뷰에 진짜 집중하고 계시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경기장에서의인터뷰는 짧게 이뤄져서선수들한테 죄송할 때가 많아요. 민감한 부분이 있을때는 하면서도 죄송하거든요. 말하기 싫을 때도 있을 텐데. 제가 팬들이 무엇을 궁금할까도 생각하지만 선수들이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대답할까도 생각하거든요. 박찬호 선수가 참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 그래서 더 아쉬웠겠네요. 마지막 인터뷰 못하셔서.
네. 더많은 이야기를 듣고 박찬호 선수의 마지막 이야기를 팬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쉽죠.
- 진행하셨던 '‘축구 話(축구화)'는 토크쇼다 보니까 방송 전후로 가졌던 인상이 달라진 분도 있을 것 같아요.
허정무 감독님이요. 지금은 재단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저는 정말 무섭게 봤었거든요. 워낙 코트에서 지시하는 모습만 봤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초등학생들 보시고 너무 귀엽다고 아빠 미소 지으시고 손자들 얘기하시면서 웃으시는 모습에서 아기같은 모습을 봤거든요. 정말 깜짝 놀랐고. 서정원 감독님도. 선수 때의 날카로운 모습을 기억하는데. 코치 때 한 번 뵙고 감독님 되고 나서 봤었는데 정말 감독이 됐다고 해서 권위의식도 없으시고 변함없이 너무 편안하게 잘 해주셨어요.
- 지금 다양한 종목을 하고계신데 최희 아나운서가 야구로 입지를 다졌고.윤태진 아나운서가'축구화'도 진행하고 계셔서 축구 쪽을 전문으로 하려는 게 아닐까생각도 했어요.
저는 축구화 하면서도 아이러브베이스볼 주말에 했거든요.
- 제가 야구 갤러리와 축구 갤러리에 질문을 올렸는데 야구 갤러리 가니까 윤태진 아나운서가 축구로 가지 않았냐고 글을 남기시더라고요. (웃음)
축구가면 또 '야구간 애 아니야' 이러시고. 하하.
- 팬들은 어느 한 종목 전담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시간이 지나면 좀 정해지긴 하는 것 같아요. 전 아직 정할 만큼 된 거 같진 않고 농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다 하고 있어요.
- 어느 쪽을 전문으로 하고 싶다. 그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언젠가는 종목을 맡아서 전문적인 이미지를 키우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저는 좀 더 해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건 욕심인 것 같고. 스포츠를 좀 더 봐야하고 겪어봐야 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연차가 쌓이면 언젠가는 종목 하나를 맡아서 전문적으로 진행을 하고 이미지를 쌓을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런데 그건 너무 나중의 일이에요.
- 국내 스포츠 선수 중좋아하는 선수 물어봐 주셨는데. 말하기 곤란하실 테니 해외 축구 선수 중에 말씀해 주세요.다른데서 보니토레스 선수를 언급하셨더라고요? (디시이용자 '수제자')
아, 제가 토레스(첼시 FC)랑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를 항상 밀었거든요? 요즘 토레스가 너무 힘들어해서 응원하는 차에서 얘기했었고. 이니에스타는 제가 보니까 K리그 선수들이 닮고 싶은 선수 1위에도 올랐더라고요. 이니에스타가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선수 뒤에서 조연급 활약을 하고 있잖아요. 다 잘하는 선수니까. 드리볼, 경기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좋아서 응원하고 있어요. 메시와 호날두 선수는 워낙 유명한 선수니까.
- 그럼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예상해볼까요? (디시이용자 '알레이나')
하하. 그건 너무 위험한데. 아무래도 메시가.. 잘 하고 있으니까. 모든 팀을 응원합니다. (웃음)
- 월드컵하게 되면 방송 욕심이 생길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알레이나')
저희 회사가 월드컵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유로 때 아쉬움이 많다고 했었잖아요? 유로는 4년마다 한 번 씩 돌아오는 거기 때문에 유로를 다시 하게 된다면 아쉬웠던 점을 발판삼아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순 있을 것 같아요.
- 해외축구는 지금도 좀 보고 계시나요?
인영언니가 라리가 쪽을 거의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냥 기사로 감잃지 않을 정도로만 보고 있어요.
- 아무래도 입사 동기다 보니까 정인영 아나운서와 많이 비교가 될 것 같아요. 그에 대한부담은 없으세요?
인영 언니와 비교된다는 건 영광이죠. 언니가 워낙 잘 해주고 있으니까. 비교하는 건 감사해요. 한번도 부담감을 느껴 본 적은 없었어요. 저는 그런 게 너무 재밌어요. 만약에 언니와 제가 비슷했다면 부담도 느끼고 질투도 났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와 저는 너무 달라요. 제가 언니같은 체형에 키에 모습을 했는데 얼굴만 다르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교를 한다 그랬으면 저도 그랬을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너무 다르기 때문에 비교되면 너무 재밌어요. 그냥 재밌게 넘기는 것 같아요.
- 우스갯소리로 피지컬에서 밀린다고. (웃음)
밀리죠.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거 보면 맞아 맞아 그러면서 동의해요.
- 키가 어떻게 되세요? 연관검색어로 ‘윤태진 키’가 있던데.
음 160은 넘어요. 160.7 저에겐 소중한 점 7. 하하. 그게 마지막으로 잰 키거든요? 다시 재고 싶지 않아요. 줄어들었을 것 같아서. (웃음)
- 윤태진으로 검색 많이 해보세요?
요즘엔 검색 잘 안 해요. 처음엔 신기해서 쳐보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안 해봤어요.
- 윤태진 연관 검색어에 '담배'가 있는 거 아세요?
그게 저도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뭐 아니니까. 저는 담배 냄새 맡는 것도 싫어하거든요. 아 저런 글을 봤어요. 전자랜드 농구 인터뷰 끝나고 흡연 구역에서 제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봤다 이런 댓글을 본 것 같아요. 그것 때문인가?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루머일 수도 없는 게 제가 아무리 흡연자라도, 경기 끝나고 사람들 다 나오는 데. 흡연석이 바로 문 옆에 있거든요. 거기서 담배를 피운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그냥 웃고 넘겼어요. 담배 안 펴요.
- 안 좋은 글 보면 기분 나쁠 수밖에 없을 텐데 자신만의 극복 방법 있나요?
저에게 달리는 악플들 있잖아요. 그런거 저도 같이 얘기하는 거라서. 공감? 하하. 정말 얼토당토 않은 이상한 댓글 같은 경우에는 에휴 이게 뭔가 이러고 넘겨요. 사실도 아니니까. 사실 아닌거 넘기는 편이고.
- 그러고 보니 '어좁이(어깨가 좁은 사람)'라는 악플을 오히려 윤태진 아나운서가 좋다고 친구한테 자랑했다는 글을 봤어요.
그런 재밌는 거 있잖아요. 가끔 신체적인 거 폄하하기 위해서 올리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가끔 본 적도 있고. 그런데 인정.
- 어좁은 왜 좋아요? (웃음)
사람들이 보기엔 제가 외소하다고 평가하시는데. 무용하는 제 친구들은 키가 다 큰데 178, 180 이런 친구하고 있어도 제가 어깨가 넓었어요. 의상 핏 재면 선생님들이 '키는 작은데 어깨는 제일 넓다'고 해서 학교 다닐 때는 이게 스트레스였어요. 옷 봉제선이 안맞아요. 어깨를 맞추려면 66사이즈 옷을 입고 줄여야 하는 정도여서. 어좁이를 보고 제가 정말 좋아했죠. 계획대로 되고 있어. 그러고. 웃고 넘기고 그래요.
- 다른 아나운서와 비교하는 글도 많잖아요. 자신만의 장점이랄까 차별성이 있다면요?
제가 제일 막내일 때는 어린 게 저의 강점이라고 했는데 신입 윤재인 아나운서가 들어오고 나서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없게 돼버렸어요. 하하. 그냥 저는 솔직함? 방송에서 척을 잘 못하는 거 같아요. 뻔뻔함이 좀 필요한데. 선배님들한테 지적을 많이 받고 있어요. 몰라도 아는 척. 잘 하는 척. 해야하는데. 그런데 저만의 색이라고 생각해서. 솔직하고 그런 것들이 강점까지는 아니라도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 이번에 후배로 박지영 아나운서와 윤재인 아나운서가 들어왔는데 어떤 얘기 많이 해주고 계세요?
정말 부담스러워요. 후배님들이. 왜냐면 제가 6개월차 됐을 때 들어온 친구들이어서. 제가 선배라고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인터뷰를 보고 '너 이거 못했어. 잘 못 얘기했어' 라고 하기에는 제가 역량이 너무 부족해서. 같이가는 동료로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거는 알려주죠. 야구장이나 농구, 배구장 갈 때 어떤 걸 주의해야 하는 지. 경기장 매너 같은 건 알려주려고 해요. 기본으로 해야 할 것들 알려주는 정도에요. 지금은 고민 서로 나누고 어떤게 힘든지 얘기하고.'힘들지. 나도 힘들었어. 버텨' 이정도에요.
- 그럼 두 분을 각각 평가해 준다면요?
아직 친하긴 한데 그렇게 막역한 사이는 아니라서요. 박지영 아나운서는 일단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고 예쁘잖아요. 방송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스포츠에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좋은 거 같아요. 재인이는 정말 밝아요. 외국어를 잘 한다는 확실한 색이 있고요. 밝고 명랑하고. 선배들도 잘 따르고 해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귀여워요. 두 친구도 색이 정말 다른 친구에요. 진정 여신으로 성장할 수 있을 만한 친구들이죠.
- 윤태진 아나운서도 여신이잖아요. 아, 요정? (웃음)
저는 여신 안 하는 걸로. 요정도 아니고. 그냥 스포츠인.
- 보니까 게임 모델도 하셨더라고요. 회사에서 외부활동에 대한 제약은 없나 봐요?
외부 활동에 대해 제재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 허락하는 편이에요.
- 공중파 예능에서 볼 수 없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가서 재밌게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그런데 나가기에는 인지도나 이런 게 부족하기 때문에. 나가면 재밌게 해보고 싶어요.
- 프로그램 욕심나는 거 있으세요?
MC 같은 게아주 재밌거든요. 포맷 정해져 있는 거 아닌 것들이요.명불허전 같은 프로그램 하고 있는데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고 그런 게 재밌어요.MC물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 이제 프로야구 개막하잖아요. 축구는 했고. 기대되는 경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야구는 9개 구단으로 늘어났고. 분명히 지난 시즌보다 훨씬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NC가 돌풍을 좀 일으켰으면 해요.확실히 프로야구를 흥행시킬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을 해서. NC가 잘해줬으면 좋겠고. NC가 들어오면서 롯데와 미묘한 것도 생겼잖아요. 그래서 재밌을 것 같고. 축구는 사실 좀 아쉬워요. 그런 더비가 야구만큼 없잖아요. 서울하고 수원 말고는. 그런 더비가 많이 생겨서 축구도 야구만큼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회사에서 야구만큼 축구 인터뷰를 많이 나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나 아나운서들도 다양하게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게 아쉬워서 다른 더비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충추 출신이시다 보니까 충주 험멜 응원하시나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네. K리그 충주 험멜 이번에 지켜보려고요. 응원하고. 고향팀이라서 눈이 한 번 더 가는 건 사실이에요. (웃음)
- 윤태진 아나운서의 최종 목표는 뭔가요?
저는 반짝하고 빛나는 거 말고 꾸준하고 천천히가 제 신조거든요. 욕심부리지 않고 제 할 일 제 앞에 있는 일 하고 있으면 찬스가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번쩍이는 거에 눈이 멀거나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제대로 가는 게 제 목표거든요. 유명세에 현혹되지 않고 제 앞에 것을누리려고 하지 않고 제 자신을 채찍질 해가면서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저는 예쁜 아나운서. 귀여운 아나운서. 이런 거 말고요. 멋지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요. 멋지다는 말은 모양새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잖아요. 제 일을 제대로 멋지게 해내는 사람이 꼭 되고 싶거든요. 두 번째 선택한 인생이기 때문에 첫 번째는 사실 포기하고 그만둔 거나 마찬가지여서 두 번째 찾아온 제 삶에 애정을 많이 쏟고 있어요. 제대로 해보려고. 지켜봐 주세요.
- 팬들에게 동영상 인사말 부탁 드려요.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원피스를 입고 카페에 들어선 윤태진 아나운서는 이곳 저곳 인사하기에 바빴다. 카페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선배들에게 하는인사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윤태진 아나운서 팬이에요', '사인해 주세요'라며 장난을 건네는 선배들에게 쑥쓰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인터뷰 중 '많이 부족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당당해 보였다. 보는 사람도 웃게 만드는 환한 미소와 꾸밈없이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니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는 선배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됐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윤태진 아나운서를 만나게 될 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가 됐다.
사진 = Mustapha(mustapha7jazz@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