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왔다! 장보리'의쏟아지는 인기는 드라마 시작부터 예견됐다.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바뀌는 순간 시청률이하락하는 드라마가 상당수 있었음에도 '왔다! 장보리'는 오히려성인 연기자들이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시청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특히, 풋풋한 시골처녀 장보리와 날라리 검사 이재화의 아웅다웅 애정신은 '막장드라마'라고 소문난 이 드라마에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름을 붙여주면서 젊은 시청자들을 주말 저녁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당연히 시청자들은 보리와 재화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관심을 보내기 시작했고, 술주정, 논밭 구르기, 깝죽대기, 얼굴에 수박씨 붙이기, 여자 가슴 덥석 잡기(!) 등 잘생긴 얼굴로 홀딱 깨는 행동을 쏟아내는 재벌 2세 검사 재화 역의 김지훈에게신선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데뷔 13년 차 배우에게 신선하다는 말은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그간 반듯하고차가운 고소득 전문직 남성을 주로 연기해왔고, 덕분에 그와 비슷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된그에게 '신선하다'는 말은 시청자들이 배우 김지훈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좋은 의미다. '왔다! 장보리'가 종영되자 그를 향해 쏟아진 말이"빨리 차기작 내놔"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 그가 보여줄 캐릭터에기대감과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프로필>
본 명:김지훈
생년월일 : 1981년 5월 9일
데 뷔: 2002년 드라마 '러빙유'
- 드라마
2002년 :러빙유(K)
2003년 : 흥부네 박터졌네(S)
2004년 : 토지(S)
2005년 : 사랑찬가(M), 황금사과(K)
2006년 : 얼마나 좋길래(M), 위대한 유산(K)
2007년 : 꽃 찾으러 왔단다(K), 며느리 전성시대(K)
2008년 : 우리집에 왜 왔니(S), 연애결혼(K)
2009년 : 천추태후(K)
2010년 : 별을 따다 줘(S), 기찰비록(tvN)
2011년 : 행군 시즌1(국방TV)
2013년 : 이웃집 꽃미남(tvN), 결혼의 여신(S)
2014년 : 왔다! 장보리(M)
-영 화
2010년 : 나탈리
-연 극
2009~2010년 : 웃음의 대학
-예 능
2008년 : 상상 더하기(K)
2013년 : 노는 오빠(Y-STAR), 떙큐 셰프(FOODTV)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디시는 아시는 것 같으니 이 말부터 하죠. 질문은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에서 받았어요. 그곳에서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 저도 가끔 보거든요. 거기.
-아, 그래요? (웃음)
눈팅하죠.
-반응 좋아서 기분은 좋으셨겠어요.
그렇죠. 좋죠.
-눈팅하셨던 것 중 기억에 남는 글 있나요?
어우~ 거긴 글이 너무 많아요. 하하하. 거의 드라마 볼 때 가끔씩 가요. 제가 드라마를 볼 상황이 안 될 때, 촬영하거나 그럴 때 휴대전화로 보고 있지요.
-같이 글 쓰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아뇨. 쓰지는 않아요. 거기서 생중계를 하잖아요.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아서 갤러리를 보는데,다들 뭐라고 뭐라고. (웃음)
-아직 김지훈 씨 갤러리가 없는데, 팬들이 지금갤러리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갤러리 만들어지면 인증글은 쓰실건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럼요. 그런데 대신 천천히요. 생기자마자 남기면 없어 보이잖아요. 하하하.
-아니에요. 첫날 남기면 더 좋아해요.
나중에 '아, 생겼네요' 이렇게. (웃음) 그런데 여기 인터뷰 가끔 보는데, 제가 인터뷰한 내용 그대로 다 싣죠?
-욕은 바꿔드립니다. (웃음)
욕을 할 일은 없어요. 하하하. 제가 이야기한 거를 거의 그대로 적으시는 거죠?
-네. 왜요?
말을 순화해야 하나 해서요.
-걱정 마세요. 제가 순화하니까요. (웃음)
아, 그리고요, 너무 상투적이지 않은 질문이 많이 있나요?
-아! 오늘 같은 이야기 계속하시느라 지겨우셨죠? (그는 이날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본인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이미 몇 매체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음… 아무래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사실 궁금한 게 다 비슷해요. 저 그럼 다른 분들과 똑같은 이야기하면 안 되겠네요?
하하하. 괜찮아요. 각오하고 있어요. (웃음)
-장보리가 국민드라마가 되었잖아요.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촬영장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해요. 선생님들도 다 좋으시고, 젊은 배우들에게 호의적이시고요. 정말 타의 모범이 되는 분들이 선생님으로 계셔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현장이 되었어요. 또 젊은 친구들끼리도 서로 벽 같은 거 없이 지냈어요.어느 정도 시간이 긴 편이니까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김지훈 씨트위터에 올린 사진 보면 다들 재밌게 노는 것 같더라고요.
드라마 인기가 생기고, 저희가 SNS에 사진 같은 걸올리면 사람들 반응이 재밌고. 그래서 촬영하다가 짬 나면 우리끼리 장난치면서 재밌는 설정 사진도 찍고 그러는 편이에요.
-시청률이 좋아서 화목한 거예요, 시작할 때부터 좋았어요?
뭐가 먼저인지는 애매한 것 같아요. 일단 보리와 저는 많이 부딪히니까 원래부터 분위기가 좋았고, 재희와도 제가 자주 부딪히니까 분위기 좋게 되었죠. 또 유리 누나는 12년 만에 만났음에도 진짜 신기하게 1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친근했어요. (두 사람은 '러빙유'라는 작품을 함께 했다)그 사이에 어디서 한두 번 마주쳤나? 그 정도밖에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동창생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12년이 지났음에도 둘 다 그때에 비해서 변한 게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친해진 관계들이 시청률이 높아지고 흥행이 되니까 좀 더 끌어올려지게되었던 것 같아요. 같이 상호작용을 한 것 같아요.
-12년 전에도 이유리 씨는 악역이었는데 지금 또 악역으로 만났어요.
그러네요. (웃음) 워낙 연민정을 잘 했고…. 이유리 씨가 욕심이 많은 배우예요. 열정적인 배우이고요.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착한 역할을 하더라도 잘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데 연민정의 이미지가 너무 세져서… 제가 할 걱정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다음 작품에서 역할이 그 이미지에가려지면 어쩌나 싶어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죠? 하하하.
-뭐 어때요. 그래도 연민정은 네티즌들의 손을 거쳐 유쾌한 캐릭터가 됐어요. 솔직히 드라마에서 유쾌한 캐릭터는 재화인데 뺏겨서 아깝지 않아요?
약간 아쉬운 면도 있죠. 재화가 좀 더 사랑받고 관심의 중심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죠. 제역할이고 배우의 욕심이 있으니까요. 어쨌든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처음에는 보리와 재화의 알콩달콩 스토리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위기탈출 연민정으로 옮겨졌어요. 연민정이 과연 어디까지 가나 보자, 저렇게 했는데 어떻게 혼쭐이 나나 보자 이런 쪽으로 초점이 옮겨지게 되니까 좀 안타까웠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작가님께서 주인공들의 손으로 복수하지 않는 착한 드라마를 기획의도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예상은 했었어요. 그런데 그 임팩트가 너무 세니까 상대적인 서운함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웃음)
-주인공이 복수 안 하는 드라마가 가능한가요?
됐잖아요. 잘 됐잖아요. 얼마든지. 하하하. 대신 주인공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더 나아가서는 '왜 저러냐' 비난을 받기도 하고요.
-재화는 검사인데 추리력이 너무 떨어져요. (디시 이용자 'ㅇㅇ')
내 말이. 하하하. 사실 모르겠어요. 검사인데 추리력이 너무 떨어지고 너무 몰라요.
-눈치가 너무 없대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건 사랑에 눈이 멀어서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사랑에 눈이 멀어 다른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웃음) 어쨌든 제 캐릭터에 설득력을 줘야 하는데 뭐든 사실을 가장 늦게 아는 게 재화잖아요. 사랑에 눈이 먼 관계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지요.
-그래도 작가님이 배우들 의견을 많이 받아주셨다고 들었어요.
그렇죠. 이건 다른 인터뷰에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으르렁 프러포즈 제가 제안했었죠' 이런 제목으로 기사가 났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조금 내용이 달라요. 그때 상황을 말씀드리면 제가 시청자 공약(시청률 25%가 넘으면 명동에서 엑소의 '으르렁' 춤을 춘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 그냥 혼자 명동 가서 춤출 수 없잖아요.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했죠.'친구한테 촬영해달라고 부탁한 뒤 이걸 찍어 SNS에 올려달라고 할까?'생각하다가 그건 너무 폼이 안 나는 것 같아 '섹션TV 연예통신'에 이야기를 하고, 거기서 괜찮다고 해서 공약 이행 스케줄을 잡았어요. 언제 명동에서 공약을 실천하겠다고요. 그럼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인터뷰를 나오는 걸로요. 그런데저 혼자서 춤추면 허전하니까 헤일로라는 신인그룹 친구들이 도와주기로 했죠. 이렇게 정리가 되었어요.
그 다음날 대본이 나왔는데, 제가 명동에서 으르렁을 추게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 대본은 간단했어요. 보리보리한테 커플 잠옷을 사자고 하고 매장에 갔는데,매장 내에서 으르렁이 흘러나와요. 보리가 '이 노래에 맞춰서 춤추면 커플 잠옷 살게요' 그러면 갑자기 거기에 맞춰서 춤을 추는 재화였죠. 그렇게 가볍게 집고 넘어가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공약으로 하고 드라마에서도 또 하고, 그 두 개를 다 하기는 조금 번거로운 거예요. 공약을 지키려고 춤을 췄는데 드라마에서 또 그걸 추면 의미가 퇴색될 것 같고요.
그래서 작가님께 상의를 드렸어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공약을 하려고 정리를 했는데 이렇게 대본이 나왔어요.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작가님께서 '아, 그런 상황이었나요. 몰랐어요' 그러시더라고요. 시청률도 올라가고, 공약에 대한 기대치도 계속 올라가고, 사람들은 '25% 넘었는데 왜 공약 실천 안 하느냐' 그러고, 시청률 공약 기사는 계속 나오고. 그러니까 작가님도 이걸 드라마에서 풀어보면 재밌겠다 생각하셔서 그렇게 대본을 쓰신 거죠. 제가준비한 게 있는데, 연기로 같은 걸 또 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으르렁' 음악이 나온다고 으르렁 춤을 출 수가 없더라고요. 으르렁 춤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으르렁 노래가 나오고, 보리보리가 '춰봐요' 해서 재화가 춤을 추는데 또 잘 춘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가님께 '어차피 제가 으르렁을 춰야 하는 거고, 명동에서 해야 하는 거면 차라리 재화가 뭔가 이벤트를 준비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했어요. 그때가 결혼이 진행되기 전이었는데, 특별한 프러포즈 없이 결혼이 진행되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프러포즈 이벤트로 만들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하니 작가님도 '나도 사실은 플래시몹 이벤트로 대본을 쓰려고 했는데 여건상 간단하게 한 거였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준비했고, 다른 친구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하니 작가님께서 '감독님과 상의해 그 부분을 보완해 다시 쓰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나온 게 프러포즈 신이었어요. 제가 상의를 드린 거였고, 그걸 작가님께서 생각해대본을 맞춰 써 주신 거였는데 마치 제가 프러포즈 아이디어를 작가님께 제안했다는 식으로 나오니까 저도 당황스럽고, 작가님도 '얘는 왜 이런 말을 했지?' 오해가 생기게 되었어요. 어쨌든 기사는 나버렸고, 작가님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한지 모르시고, 그 기사는 제가 이야기한 게 되어버렸고. 그렇게 오해가 생겨 그걸 풀어드렸던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지? 하하하.
-괜찮아요. (웃음)
아무튼 그런 자초지종이 있는 신이었습니다. (웃음)
-사실 사람들은 춤보다 김지훈 씨가 SM엔터테인먼트에 가서 연습한 걸 보고 많이 놀랐죠.
제 제일 친한 친구가 SM에서 퍼포먼스 디렉터를 하고 있어요. 황상훈, 심재원이라는 친구죠. 그래서 저는 으르렁에 대해서 막연하게 자신감이 있었어요.제가 춤은 안 췄지만 만약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이 안무를 만든, 뮤직비디오를 찍은 친구들이 제 친구니까 얘들한테 배우면 그래도 금방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신감이 있었지요. 막상 배워보니까 얘들은 잘 가르쳐주는데 제 몸이 안 따라가서 힘들었어요. (웃음) 걔들 워낙 바쁜 애들이라 새벽에 시간 겨우 맞추고, 밤늦게 가 연습하고. 정말 애썼어요.
-인터뷰 시작부터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데, SM과 좋지 않은 일이 있었잖아요. 전 그걸 뜻하는 거였어요. (김지훈은 과거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뭐,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저는 안 좋은 일은 잘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앙금 같은 건 없어요. 서로 안 좋게 대립은 했지만 제 입장도 있었고 그쪽 입장도 이해해요. 지금은 법적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죠. 어쨌든 다 털어냈으니까요. 그리고 SM이라서 불편한 것보다는 그냥 친구가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어요.
-원래 성격이 재화랑 비슷하나 봐요. (디시 이용자 'ㅇㅇ')
비슷한 부분도 있죠.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원래 장난스럽고 유쾌하고 그런 느낌의 성격을가지고 있죠.
-하지만 김지훈 씨가 무거운 연기를 많이 하셔서 사람들은 김지훈 씨를 진지한 성격으로 생각해요.
물론 진지한 면도 있죠. 제게 이런 성격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 했던 분들이 많이 있는데 저는 제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갈증이 늘 있었어요. 이 역할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그 갈증을 해소한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을, 재화라는 역할을 선택했어요. 얘기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이 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그게 아니지만 그걸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 수가 없어요. 제가이런 캐릭터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이 역이 적당한 역할이었어요.
처음 시놉시스 제의를 받았을 때 '또 검사야? 주말드라마야?' 그래서 별로 마음이 안 끌렸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까 같은 검사지만 '결혼의 여신'의 강태욱과 180도 다른 인물인 거예요. 제가 만들 수 있는 만큼 캐릭터를 버라이어티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가 그게 가장 커요. 물론 작가님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요.
-사실 태욱이라는 인물의 반응이 좋아서 태욱이를 아는 분들은 '김지훈이 그 좋은 이미지 다 만들어놓고 왜 저 역을 맡았을까?' 의아해하셨죠. 게다가 제목이 '장보리'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배우로서 한 가지 색깔로 굳어지는 걸 굉장히 경계하는 배우예요. 물론 자기가 잘 하는 한가지를 메인으로 놓고 연기하시는 배우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런 성향이 아니라서 제 색깔을 한 가지로 고정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예능에서 일부러 더 재밌게 하려고 하는 것도 이미지를 순화시키는 방법의 일환으로서 선택한 거였어요. 사람들은 제가 예능에 나가서 아무 생각 없이 떠든다고 하는데, 저는 나름대로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고, 계산을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하고. 전략적으로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제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끔씩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안 좋은 결과를 일으킬 때도 있었죠. 하하하. 저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생각 없이 떠들지는 않아요. (웃음)
-사실 그 질문 많았어요. 예능 안 나오시면 안 돼요? (디시 이용자 '결신')
저도 사실 그런데… 아, 이거 앞 질문이 뭐였어요?
-하하하. 저도잊어버렸네요.
아! 캐릭터 잘못 선택한 거 아니냐. (웃음) 그런데 저는 그렇게 고정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재화는 저의 이미지를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했고, 결과도 다행히 좋았어요. 굉장히 잘 선택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통해서만 저를 본 사람들은 제가 딱딱하고, 고지식하고, 고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드라마상 캐릭터는 실제저의 성격과는 너무 동떨어진 캐릭터예요. 저는 되게 트렌디하고, 얼리어답터 스타일이에요. 늘 진지하지도 않고, 쾌활할 때는 유쾌하고 진지할 때는 진지한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중에 한 가지 색으로만 굳어지니까 그게 싫고, 그걸 바꾸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거죠.
-성공하셨네요. 이제 진지한 이미지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요. (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저를 아는 사람은 저를 이재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를 봐왔던 분들은 '어? 쟤가 저런 것도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하실 거라고요.이렇게 새로운 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고, 그건 배우로서 큰 숙제를 해결한 거라고 생각해요. 여태껏 비슷한 역할들이 들어왔어요. 검사, 변호사 실장님이든 비슷한 색깔들이죠. 그런데 이제는 다른 색깔의 캐릭터에 사람들이 저를 대입시킬 수 있게 된 거죠.
-이거 나중에 질문하려고 했는데, 김지훈 씨 필모그래피를 보니까 군대 이전과 이후가 다르더라고요. 군대 이후는 그런 고민이 많이 들어간 캐릭터를 연기하신 것 같아요.
저는 제 연기생활을 '별을 따다 줘' 이전과 이후로 나눠요. 그전에는 아마추어였어요. 그런데 '별을 따다 줘'라는 작품은 내가 프로 연기자구나, 프로 액터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했어요. 돈을 받고, 그 값어치 이상을 하게 되면 다음 작품은 더 높은 개런티를 받고 일을 할 수 있어요. 프로의 세계가 그런 거잖아요? 하지만 그전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역할을 맡으면 '아, 열심히 해야지, 잘 해야지' 이런 생각만 가지고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주인공 롤을 맡으면 내가 내 것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해요. 감독님처럼 생각해야 해요. 그러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주연배우로서 제 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그런 걸 느끼기 시작한 게 '별을 따다 줘'였어요.
그 작품을 하고 얼마 안 되어서 군대를 갔어요.그 생각을 군대에서 숙성시킨 거죠. 그래서 제대하고 나서는 더 프로의식을 가지고 프로액터로서의 이미지메이킹과 연기자로서의 자질 관리를 하면서 작품을 선택했어요. 사실 저에게는 작품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어요. 하지만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늘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며 작품을 선택해요. 또 작품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 했어요. '결혼의 여신'의 태욱이라는, 정말 딱딱하고 바닥에 깔린 대리석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역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어요. 그때는 촬영장에서 장난도 한 번 안 쳤어요. 진짜로. 거기서장난치다가 곧바로 슛 들어가 태욱이 캐릭터를잡을 수 없거든요. 슛 안 들어간다고 까불고, 농담하다가 연기한다고 해서태욱이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쉬는 시간에도계속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촬영장에서 계속 떠들고, 웃고, 장난쳐요. 재화로 있다가 촬영 들어가면 장난치고. 거의 촬영을 놀면서 하는 거죠. '결혼의 여신' 때도 재밌었지만, 다른 의미로 지금은 놀면서 재미있게 연기를 하고 있죠. 그런데 이야기하다 보니까 질문을 까먹네요.
-군대를 기점으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넓어진 것 같다. (웃음)
그렇죠, 그렇죠. (웃음) 어떻게 하면 제가 재화 역할을 더 버라이어티하게 표현해내면서도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제대로 전달하나 고민했죠. 예를 들어 한 신을 연기해요. 이 신에서 하고자 하는 말, 목적이 뭔가 그걸 분명하게 전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재화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걸 늘 고민했고, 많이 연구했어요. 대사 하나를 할 때도 그냥 밋밋하게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거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거고, 조용히 깔아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고, 갑자기 비웃을 수도 있는 것고, 동작을 취할 수 있는 거고. 저는 얼마든지 자유로웠어요. 왜냐, 재화니까. 태욱이는 그럴 수 없었어요. 태욱이는 동작을 최대한 절제하고, 눈빛만으로 연기하고, 얼굴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정말 속삭이듯 이야기하는데 푹푹 찌르게끔 연기해야 했어요.그 역할을 할 때는 늘 초집중 해야 했죠. 아, 그런데 나 자꾸 이야기하다가 질문을 까먹어요. 하하하.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았나 봐요.
디시인사이드라서 흥분했어요.
-왜, 왜! (웃음) 제가 꼭 그대로 다 내드릴게요.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세요.
방금 거 질문이 뭐였어요?
-아, 진짜. 하하하. 군대 이전에는 캐릭터가 비슷비슷했는데 군대 이후에는 이웃집 꽃미남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연기한캐릭터가 다양하다 이거죠. 그래서 군대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나 보다 했다고요.
제가 자꾸 이 질문에 대답하다가 다른 이야기까지 하네요. 제가 오지랖이 넓어져서요. (웃음)
-정말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믿겠습니다. (웃음)
아무튼. (웃음) 재화 역할을 하려고 늘 연구해요. 프로의식을 가지고 내가 이 역할을 더 살려낼 수 있을까…. 중언부언이네요. 어쨌든 프로의식을 가진 게 제일 큰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결론은요. 아이고~.
-지금까지 진지했으니, 가볍게 넘어가죠.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오연서 씨 가슴 만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디시 이용자 'ㅇㅇ')
아니 그게 무슨 화제가 돼요. 하하하.
-남초에서 난리 났어요. 도대체 NG를 몇 번 냈을까. (웃음)
그런 곳에서도 이런 게 이슈가 되나요?
-당연하죠. (웃음)
NG는 안 냈어요.촬영에 필요한만큼만 했죠. (웃음) 그런데 오연서 씨가 놀라기는 했어요. 저는 진짜 대본에 나온 대로 했어요. 보리보리와 이야기를 하다가 보리보리가 화가 나서 일어나고, 재화는 이걸 말리려고, 앉히려고 하다가 손을 내놨는데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상황을요. 그런데 아무래도 남이고, 또여배우니까 제가 살짝 올릴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제가 너무 덥석 올렸죠. (웃음) 상대방도 당황했었는데 저는 잘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거기서 억지로 앉히려고 했는데 손을 살짝만 가져다 대봐요. 그리고 가슴이 아니라 가슴 위 쪽에 손을 대봐요.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 장면은 분명 코믹한 장면인데. 그걸 살리기 위해서는 제가 덥석 손을 가슴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한 거죠. 그때 제가 손을 살짝 대거나, 쇄골 쪽에손을 댄다면 그 장면이 그렇게 재밌거나 임팩트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생각해요.
-그 외에도 촬영하다 민망했던 적 있나요? 하기 부끄러웠던 대사.
제가 민망할 건 없었죠. 사실.
-그래요? 다른 인터뷰에서 수박씬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건 민망한 거기보다는 대본 상으로 봤을 때 너무 콩트 같았어요. '우리는 그래도 시트콤은 아닌데 이걸 어떻게 소화하지?',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이걸 자칫 잘못 연기하면 쟤네 왜 저러느냐고 할 텐데', 재미도 없고, 말도 안 된다는 반응 나오면 실패하는 거거든요. 어쨌든 제게미션이 주어진 거잖아요? 그걸 성공시켜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죠. '어떻게 이걸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최대한 열심히 연기했었어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잘 살아서 나오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진짜 이 드라마를 통해서 김지훈 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아요.
어떤 거요?
-코믹, 춤, 로맨스, 진지한 거….
네. 여러 가지 다 보여줬죠.
-배우는 어느 정도 자기를 숨기는 것도 중요한 데 이렇게 다 보여주면 신비감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죠. 하하하. 이게 예능이 아니라 극으로서, 드라마 안에서의 역할로서 보여주는 것이기에 배우의 신비감을 깎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만약 예능에 나가 제가 가진밑천 다 드러내고, 내 모든 걸 보여준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극 안에서는 어디까지나 연기잖아요. 사람들은 저의 실체를 모르거든요. 저렇게 춤을 추는 게 김지훈인가? 저렇게 장난을 치는 게 김지훈인가? 저렇게 진지한 게 김지훈인가? 알 수 없거든요.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하죠. 그래서 그건 나쁜 게 아니에요. 배우로서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긍정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나시트콤을 한 번 해보래요. 꼭, 재밌을 것 같다고요. (디시 이용자 'ㅇㅇ', 'ㅐ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시트콤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 제가 재수 없을 수도 있지만, 제가 코믹에 자신 있어요. 하하하.
-SNL 코리아재밌었어요. (웃음)
그런 장르를 하면서 배울 수 있잖아요. 제가 워낙 코미디를 좋아하고, 주성치나 짐 캐리 같은 배우들을 어릴 때부터 관심 있게 봐 왔어요. 사실 제가 코미디에 좀 인색해요. 잘 안 웃어요. 진짜 웃기면 크게 웃는데 시답지 않은 개그에는 안 웃어요. 제가 개그맨으로서 사람들을 웃기는 건 어렵지만, 연기로서, 주어진 대본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극중 애드리브를 상당히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디시 이용자 'oo', 'ㅇㅇ')
애드리브가 많다기보다는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그냥 뻔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재화는 뻔하게 연기해서는 뻔한 역할 밖에 안 돼요. 이걸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더 돋보이게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대사를 했죠. 연서는 제가갑자기 대본 속 대사를 다르게 표현하니까 웃겨서 빵 터지는 거죠.
전에 '미안하다~' 했던 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미혼모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미혼모가 아니라 불쌍한 아이를 데려다 키운 거라는 걸 엿들어요.여태껏 오해하고 있던 것에 대해 내가 너무 미안하고, 그런 마음을 가진 이 여자가 사랑스럽고, 애한테도 미안하고, 나도 원망스럽고. 이런 감정을 가진 감정적인 장면이었죠. 일반적으로 '보리야 미안해, 내가 바보 같았구나' 이렇게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대본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당시 고승덕 씨의'미안하다' 패러디물이 난무하던 시절이어서 '이거 한 번 해볼까'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장에 갔죠. 리허설을 하는데 그때까지 진지하게 울고불고 하다가 '미안하다아!' 하니까 깜짝 놀라는 거예요. 저보고 미쳤냐고 그랬죠. 하하하. 제가 얘기치 않은 연기를 했을 때, 연서가제일 놀랐어요.
연기할 때 대본 내용을 바꾸려면 감독님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제가 '미안하다~'로 마무리하려는 데 어떠냐고 물으니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그때 감독님은 제게 무한 신뢰를 주고 계셨고, 제가 뭘 하든 이해해 주셨어요.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색깔도 있고,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그걸 판단하지 못해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쿨하게 허락했어요. 오히려 연서 씨가 '하지 마~, 괜히 오해받아~ 재미도 없어~'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그거 가지고 싸웠어요. 하하하. 나는혼신의 힘으로 연기하는 데 안 받아주니까요. 원래 주연배우들끼리 다퉜다, 싸웠다, 삐쳤다, 풀었다 많이 해요. 아무튼, 그때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연서 때문에 조금 걱정했지만제 소신껏 밀어붙였어요. 다행히 제가 생각한 결과가 반응으로나왔어요. 사람들이 감동적이면서도 재밌게 봐주셨고, 재화의 캐릭터를 더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요.
-'나는 자연인이다', '센스쟁이', '욕망의 찌끄레기' 등을 애드리브로 보시더라고요. (디시 이용자 '뗀뚜땡이냬텬', 'ㅇㅇ')
아, 그런데 의외로 애드리브인 것 같은데 대사인 것들이 많아요.
-그래요? 욕망의 찌끄레기는 애드리브라고 소문났던데.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건 제 애드리브가 아니라 도씨 엄마의 애드리브였죠. '이런 욕망의 찌끄레기' 이렇게 애드리브를 하셨는데 다음 주부터 작가님께서 그걸 대사로쓰시더라고요.
-또 보리보리요.
아, 그건 대사를 '보리보리'라고 적어주셨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애드리브인 것 같은 것들 중작가님이 적어주신 게 많고, 제가 했던 애드리브들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아요. 또 많이 잘릴 때도 많았고요. 저희 드라마 방영 시간이 60분인데, 촬영하고 편집해 붙이면 편집 전 8~90분이 나와요. 매회 2~30분을 잘라내야 하는 거죠. 생 살을 잘라내는 거예요. 그래서 통으로 날아가는 장면도 있고, 거의 모든 신에서 중언부언 설명하는 건 다 드러냈어요. 배우들이 그런 부분들에 힘들어했죠.
-아, 사람들이 갑자기 전개가 쌩뚱맞아진다고 했는데 그 때문이군요.
그게 시간의 촉박함에 의한 편집 때문에…. '최소한 이것마저 없으면 말이 안 돼' 하는 거 빼고는 진짜 거의 다 편집돼요. 그런데 재화를 연기할 때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장난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음에 그걸 가지고 부연 설명을 하거나 '~하러 가자' 하는 데서 재밌게 하는 부분이 많은데 시간상편집된 부분이 굉장히 많았죠.
-이거 살짝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데, 갤러들 사이에서는 오연서 씨와 김지훈 씨에 대해 '시놉 사기당했다' 이런 말씀도 하세요. 원래는 재화가 염색장 되는 거잖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렇죠. 사실 염색장이 안 된 거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약간 안타까운 부분도 사실 있죠. 주인공으로서 저도 그렇고 보리도 그렇고요. 어쨌든 메인타이틀이지만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요. 배우로서 그런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시청자들이 느껴지면 배우는 그거에 몇 곱절을 느껴요. 소중한 내 연기를 하는데 시청자들이 느껴지는 걸 저희가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작가님께서 주인공이 복수하지 않는 착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하셔서요.
-주인공이 복수 안 한다고 착한 드라마인가요? (웃음)
작가님의 처음 의도대로 쓰고 계신 거니까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서운함을 느끼긴 했어요.
-재화가 은비를 알아보는 신을 기대 많이 했는데 연민정 악행 때문인지 몰라도 기대했던 것보다 싱겁게 끝났어요. 아쉽진 않아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쉬웠죠.
-만약 다시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고 싶으세요? 사실 그 장면 임팩트가 제일 크죠.
그런데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짧긴 했지만, 임팩트 있게 표현된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설명하고, 풀이를 해줬으면 좋았을 수도 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제욕심을 채울 만큼 우리 드라마가 여유롭지 않았어요. 나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한 시간에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다 해야 했어요. 물론 그게 중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 신으로 충분히 함축돼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그거보다는 엄마의 죽음의 비밀이 밝혀졌음에도 약간 어영부영 넘어간 것 같아 아쉬웠지요. 어렸을 때 엄마가 죽고, 그것에 대해 오해를 해서 재희를 미워하게 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 살고, 그래서 이모를 엄마처럼 생각하며 따르는데 정작 엄마의 죽음의 비밀이 밝혀졌음에도 약간 어영부영 넘어간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어요. 은비와 엄마의 존재가재화의 캐릭터를 세우는 두 축인데, 은비 부분은 짧긴 했지만 분명한 임팩트 있게 넘어갔는데 엄마에 대한 부분은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고 약간 얼렁뚱땅? 하하하. '야, 너 불곰이랑 아는 거랑 퉁치자' 그런 식으로 퉁치고 지나가서요. (웃음) 그때 우리 엄마 이야기를 할 만한 적절한 상황이 아니었긴 하지만 어쨌든 아쉬움은 있었지요.
-보리보리 장보리 어디가 그렇게 예뻐요? (디시 이용자 'ㅇㅇ')
다 예쁘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쁘고.
-진짜 본인이 재화라면 보리와 결혼했을까요? (디시 이용자 'ㅇㅇ')
(단호하게) 안 하죠.
-으하하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웃음)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저는 그만큼 대인배는 못 될 것 같아요.
-재화만큼 대인배는 아닌가요?
그럼요. 재화는 정말, 정~말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물론 현실 어딘가에도 있을 수 있지만 감히 범접하기 힘든 멘탈과 이해력과 포용력을 갖춘 인물이죠. 조금 추리력이 딸릴 뿐이지요. (웃음)
-드라마 결말은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는 드라마 종영 전 진행되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어느 정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연민정이 정말 처절하게 응징당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용서받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무튼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를 거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의견들을 통합적으로, 100%는 아니지만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훈훈한 결말이라고 생각돼요. 그런 걸 만족시키면서 주말드라마로서의 건강함과 따뜻함도 놓치지 않는 결말이죠.
-만약 왔다 장보리를 리메이크한다고 해요. 이재희, 문지상, 강내천, 강유천 역 중 하나를 하라고 하면 뭘 하시겠어요? (디시 이용자 '황미영남준우')
재화 빼고? 당연히 갓지상 해야죠. 하하하.
-갓지상 별명 부럽죠? (디시 이용자 'ㅇㅇ')
아우, 지상이는 불사신이잖아요. 제가 보다가 '뭐야, 얘 미친 거 아냐?' 그랬어요. 하하하. 이게 대본에 나온 걸그대로 표현 못 해서 그렇지 사실 다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대본상에서 훨씬 더 심각한 부상이었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눈 번쩍 뜨고. '아, 뭐야, 다치지도 않아?' 그랬죠.다쳐서 뼈 부러지고 그러는데 너무 잘 돌아다니고. (웃음)
-그래도 재화 오빠, 찌끄레기 별명 있는데 둘중 뭐가 좋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재화 오빠? 그게 무슨 별명이에요. 호칭이지. 하하하.
-에이~ 별명 맞죠.
찌끄레기가 낫죠. 저는 그게 정감가고 좋아요.
-그리고 20년 후에 이 작품을 리메이크해요. 한진희 씨, 안내상 씨, 전인택 씨 역할 중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디시 이용자 '황미영남준우')
하하하. 당연히 한진희 선생님이죠. 정자왕. 현장에서 별명이 정자왕.
-우와, 진짜요?
저희끼리 종방연 때 티셔츠 맞췄잖아요. 원래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다 해 드리려고 했어요. 여자배우들까지도요. 그런데 너무 일이 번거로워지니까 남자들끼리만 한 건데, 우리끼리 별명을 정해봤거든요. 여상할매 금보라, 정자왕 한진희 이렇게요. 호구와트도 제가 지었어요. 재희가너무 호구라 '국민호구' 그러기에는 너무 가슴 아프고, 작가님 보기에도 기분 안 좋으실 것 같아 '호구와트 어때?' 그랬죠. (웃음) '호구와트'는 국민호구의 이상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살짝 가미됐죠. 창석이가 라디오 스타에 나가 이미지 전환을 하면서 비호감이 될 수 있는 호구 역할을 호감스러운 호구로 잘 환기시킨 것 같아요.
-재희는 aka. JC라고 썼는데, 재화도 그거 있어요. JYC.
음, 몰랐어요. JC만 알았어요.
-오창석 씨가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김지훈 당분간 예능 안 한다' 하셨는데 당분간이 굉장히 짧네요?
음. 그렇죠. (웃음) 사실 그때 진짜, 저 라스 나가고 조금 있다가 창석이가 자기도 라디오스타 나간다고, 어떠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망했다고, 나 이제 예능 안 할 거라고 얘기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저 갤러들의 글이나 인터넷 기사 댓글들을 거의 다 확인해봐요. 뭐라고 하나. 이거 꼭 써주세요. 저 댓글다 본다고. 거짓말 아니라고, 나쁜 말 쓰지 말라고. 상처받으니까요. 하하하.
-음, 너 고소? 하하하.
고소까지는 안 하겠지만. (웃음) 그래도 제가 본다는 걸 감안하고 쓰셨으면 해요.
-그럼 사람들이 더 독하게써요.
그래요?
-그럼요. '아, 보는구나, 이렇게 써줄 테니까 좀 알아들어 먹어라' 이렇게.
저를 알아들어 먹게 하려면 그렇게 독하게 이야기할 이유가 없죠. 아무튼 또 뭐였죠? (웃음)
-SNL 코리아 나가셨잖아요.
아, 사람들의 말을 수렴해서 예능에서 이미지 소진하지 말자,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차라리 말 안 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저도 좋다, 이렇게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요. 라스 나가서 하면서 '내가 진짜 재미가 없구나', '내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질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껴서 앞으로 예능 안 하겠다고 한 거죠. 사실 그 이후에도 예능 많이 들어왔는데 다 거절했어요. 단, '런닝맨'은 좀 특별하잖아요.
-왜요?
일단 SNL 같은 경우는 예능이라고 생각 안 하고요, 시추에이션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콩트니까요. 제가 거기서 말로 떠들어 뭘 하는 게 아니라 대본을 가지고 즉흥연기를 하고, 애드리브를 하고, 거의 연극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예능이라고 생각 안 하고 연기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다른 모습을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한 거였어요. 진짜 예능은 '런닝맨'이었는데, 런닝맨의 게스트들은요즘 대세의 척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런닝맨에 보리와 제가 같이 섭외가 들어왔는데, 물론 예능 안 한다고 이야기했고 마음도 먹었지만 런닝맨은 그런 의미가 있으니까, 그래도 요즘 대세가 됐다는 걸 입증하는 척도가 되는 것 같아 수락을 했지요.
-그래도 저는 SNL 보고 참 좋았던 게, 많이 솔직하셨더라고요. 마지막 토크쇼 보고 '아 정말 솔직하게 했구나' 그랬어요.
음… 내가 뭔 이야기를 했지?
-예능 이야기도 하고, 막장드라마 논란 이야기도 하고. 전 되게 재밌게 봤어요. 단단히 각오하고 나왔구나 느낌 많이 받았어요.
그런 것보다는 제가 원래 솔직한 거를 좋아하고 가식적인 거를 싫어해요. 그게미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예능 같은 경우 나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제딴에는 그런 의도가 아닌데도 보는 사람들 눈에는 '쟤 왜 저래?' 이런 이미지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냥 솔직하고, 농담하는 거 좋아하니까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니까… 그런 착오가 있었지요. '이 정도면 괜찮겠다' 했는데 사람들은 아직 그정도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 같았고요. 예능을 하고, 욕을 먹으면서 그걸 정제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예능에 나갈수록 드는 생각은 '아, 말할 때 조심하고 더 생각해서 해야겠다'였어요.
그래서 SNL에서는 더 조심하고, 최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이야기했어요. 다행히 SNL을 가지고는 그렇게 욕은 안 먹은 것 같아요. '런닝맨' 같은 경우는 제 이야기를 말할 시간이 적잖아요. 계속 미션을 하고, 뛰어다니니까. 저희 편되게 재밌어요. 촬영장가기 전까지 촬영내용을 안 가르쳐줬는데 가서 보니 되게 재밌는 아이템으로, 추리극같이등장시켰더라고요. 저희도 모른 채 다 속고, 재밌게 촬영했죠. 그렇게 재밌게 찍으면 더 재밌게 편집되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기대하고 있어요.
-SNL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자막이었어요. 장보리 속보. 그건 누구 아이디어예요?
그쪽 제작진이요. SNL을 해보니까 내용이 즉흥적으로 바뀌고, 빠지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연민정 유산한다' 소리친 것도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원래 두 프로그램 시간이 안 겹치는데 그날은 아시안게임 중계 때문에 시간이 겹치게 된다, 어떻게 하느냐, 이걸 고지해줘야 하지 않느냐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그럼 제가 사람들에게 장보리 보시라고 이야기할까요?' 했죠. 그러다가 '그럼 사람들이 장보리 보러 간다 하면 말려'라고 이야기가 됐어요. 대신 내가 말리는 건 좋은데 '엔딩 어떻게 될지 알려줄 테니까 가지 마라' 식으로, '연민정 오늘 유산한다' 이렇게 알려주는 걸로된 거죠. 브레인스토밍처럼 아이디어가 즉흥적으로 하나씩 나오더라고요. '아, 그럼 우리 생방송이니까 아시안게임처럼 장보리 중계할까?' 해서 속보 자막을 하게 됐는데 참신하다고 하셨죠.
-솔직히 아시안게임 중계할 때 사람들이 야구 중계 말고 장보리 보여달라고 할 때 기분 좋았죠?
네. 되게 좋았죠.
-야구 해설하시는 분까지 '장보리보다 재밌다' 그러고.
그러니까요. 이게 한 주가 방송이 안 나가 안타깝기도 했는데 그게 사람들을 애태우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방송이 본의 아니게 중단되니까 뭔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안 좋은 거 반 좋은 거 반이었어요. 결방은. (웃음)
-앞으로 재화 같은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있겠지요? 하하하.
-아, 심플하시네. (웃음) 인터넷을 제가 검색하니 김지훈 씨에 대해 연기도 잘 하고, 마스크도 좋고, 작품운도 나쁘지 않은데 배역운이 없다는 말씀이 많더라고요.
배역운이요? 글쎄요. 제가 못 했던 것도 있죠.
-에이~.
지금 잘 한다고 이야기하면 잘난 척하는 거고. (웃음) 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못했어요. 옛날에는 열심히는 했지만, 맡은 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작품 운이 따를 수 있고, 안 따를 수 있지만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요. 지금도 되게 좋죠. 운이 많이 따라서 잘 됐고요. 열심히 한다고 늘 잘 되는 건 아니거든요. 열심히 했는데 운이 따라 잘 되고, 기분이 좋고, 행복하지만 그것에 연연하고 우쭐대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없어요. 동요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수 년 동안 다져진 것 같아요. 어쨌든 스무 개 가까이 되는 작품을 하면서 다져진 단단함 같은 게 있다 보니까 이런 일에도 동요되지 않는 내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뜨면 과거 사진들을 많이 찾아내요. 2002년 EBS에서 나왔던 요리 프로그램 짤방이 요즘 돌아다니는 거 아세요?
네. 봤어요. 그런데 그때 저 되게 좋았는데?
-실제로 요리 잘 하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때는 요리하는 시늉만 했어요. 초등학생들, 유치원생들 보는 프로그램이라 간단한 요리만 했었어요. 지금도 요리하는 건 좋아해요. 제가 일본에서만 방송된 요리 프로그램을 했어요. '헬로우 비비고'라고, 1년 정도 했어요. 쉐프와 같이 요리를 만들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한식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집에서 가끔 요리해요.
-뭐가 제일 자신 있어요?
된장찌개요.
-에이, 그건 기본이죠.
아니, 그럼 집에서 뭘 해 먹어요. 하하하. 갈비찜을 해 먹겠어요? 간단하게 밥해 먹죠.
-스파게티 이런 거.
스파게티 안 어려워요.
-아니, 파는 소스 안 쓰고 토마토를 직접 으깨서 소스를 만든다거나….
뭐 하러 그렇게 해요. 사서 먹는 게 더 맛있는데. (웃음)
-요리 잘 하신다면서요. 하하하.
아니, 좋아는 하는데 굳이 쉽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걸 어렵게 해서 맛없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 하면 맛없을 가능성이 더 높거든요. (웃음)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셨는데 대본 보면서 '얘 진짜 답답하다' 했던 작품 혹은 캐릭터가 있었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음… 글쎄요. 저는 지나면 잘 잊어버려요. 기억력이 좀 안 좋아요. 단기기억력은 좋아 대본은 잘 외우는데 돌아서면 까먹어요. 1주일 정도 지나면 머릿 속에서 사라져요. 그때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에 안 나네요.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 꼽아달라면 못 꼽으시겠어요.
그건 뽑을 수 있죠. '기찰비록'이라는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는 실험정신이 있는 드라마였거든요. 시놉시스 자체가요. 그거 찍은 감독님이 지금 '모두다 김치' 하시는 김흥동 감독님인데 얼마 전 만났어요. '지훈아 나는 막장에 소질이 있나봐.' 하하하. 그때 되게 고생했었거든요. 그때 감독님이 대본이랑 시놉도 많이 쓰시고, 연출도 다 하시고, 조선시대판 엑스파일을 만들면서 이렇게 열심히 기획을 해서 했는데 아무래도 허술했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주인공이라 그걸 같이 만들어갔던 게 많았어요. 감독님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면서 대본 속 오류도 바꾸고. 제가 전작인 '별을 따다줘'를 하면서 프로의식을 느꼈다면 그 작품은 제가 본격적으로 프로가 되어 연기를 하는 걸 느낀 작품이었죠.
-그 드라마 시즌 2 계획은 없나요? (디시 이용자 '==')
저는 계획은 있는데 제작사에서… 하하하. 그게 아이템은 진짜 좋아요. 캐릭터도 괜찮고, 정말 참신하고, 얼마든지 공들여 만들면 잘 만들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제가 더 뜨면 한 번 좀 해볼까 진짜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재밌어요.
-'김지훈 관심 많아졌는데 작품 뭐 보면 돼?' 그런 글 올라오면 그 작품 보라고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뭔가 엉성한 부분은 있지만 되게 참신했어요. 지금은 5D(5D mark2) 카메라 많이 쓰잖아요. 드라마 찍을 때. 그걸 저희가 처음으로 5D 서너 대한 번에 돌려 원샷으로 찍었죠. 그러면서 저도 배우이자 스태프로서 같이 만든 것 같은 부분이 많았어요.
-대학에서 심리학 전공하셨는데 전공이 도움 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죠.
-사실 그것 때문에 '공부 잘 하셨나 봐요' 질문이 나왔어요.
저 공부 잘 했어요.
-몇 등 했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반에서 3등 밖으로 나간 적은 없어요. 진짜.
-우와~.
인문계. (웃음)
-그럼 집에서 연기 못 하게 했을 것 같은데요?
저희 집은 자유로운 집안이어서 '네가 하고 싶은 거면 해라' 이렇게 수수방관하는 집안? (웃음)
-본인은 덕후스러운가요?
저요? 저는 아닌데요.
-코미디 장르 좋아하신다면요?
뭔가 깊이 빠져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깊이 빠져들잖아요.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시즌 끝까지 다 보고. 저는 누가 '이거 재밌어' 그래서 보면 시즌 1도 다 못 봐요. (웃음) 시즌 1 보다가 끝까지 다 안 봐요. 결국.
-그럼 제가 하나 추천드릴게요. '왕좌의 게임' 꼭 보세요.
그거 봤어요. 시즌 2까지 봤는데, 좋다는 평가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루즈하더라고요. 제가 시즌2 보고 '재미없어' 그러니까 '시즌3를 꼭 봐' 하더라고요. 시즌3에서 용 나오고 난리 난다고요. 아직 시즌3는 안 봤어요. 저는 '하우스 오브 카드' 재밌게 봤어요.
-와, 그거 재밌죠. 케빈 스페이시 우왕굳.
그게 훨씬 좋았어요. 그건 진짜 짜임새가 한 눈을 팔 수가 없어요. 밀도가 대단해요.
-사실 이 질문을 한 게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 혹은 영화가 있느냐고 질문이 나왔거든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하우스 오브 카드' 추천해주고 싶고요, 영화는 '프로메테우스'요.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이요.
-안 봤어요.
안 보셨어요? 내용은 약간 에일리언의 프리퀄? 탄생 전?
-제가 에일리언을 안 봤네요.
에휴~. 뭐라 할 말이 없네. 안 보셨다니. (웃음) 그런데 에일리언이 뭔지, 어떻게 생긴지 아시죠? 그럼 에일리언을 안 보시고 봐도 돼요. '프로메테우스'는 SF 공상과학영화의 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완성도며 상상력이며 표현력이요.
-힘들 때 들을 수 있는 노래도 추천해달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노래요? 음….
-으르렁? 하하하.
힘들 때? (웃음)
-힘들 때가 없었나 봐요.
있죠. 저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내 플레이리스트에 뭐가 있지? (스마트폰을 한동안 검색한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이셉 라키(A$AP Rocky)의 '패션 킬라(Fashion Killa)'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 좋아해요. 또 켄드릭 라마도요. 스위밍 풀(Swimming Pool).
-초록창 사이트 프로필 사진 바꿀 생각 없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거 제가 바꾸는 거예요?
-네.
그걸 어떻게 바꿔요?
-소속사에서 요청하면하면 돼요.
그래요? 마음에 안 들어요?
-안 든다네요. (디시 이용자 'ㅇㅇ')
생각해볼게요. (웃음)
-드라마에서는 자주 뵈었는데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워요. (디시 이용자 'ㅇㅇ')
영화는 할 거예요. 하고 싶은데 사실 벽이 있어요. 그 벽을 뛰어넘으려면 좀 더 지금보다 제가 더 캐스팅 파워가 생겨야지요.
-이제 생기지 않았을까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죠. 그런데 연기 계속할 거니까요. 조급한 마음도 아직은 없고, 주말드라마에서 잘 됐으니까 미니시리즈에서도 잘 되고 그러면 영화계에서도 잘 되고, 드라마에서도 잘 되고 그러지 않을까요.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김지훈 씨에 대한 반응은 하나로 모이더라고요. '잘 생겼다' 이건 배우로서 좋은 걸까요, 안 좋은 걸까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거죠. 일단 잘 생긴 거는 좋은 거니까요. 못생긴 것보다는 좋잖아요. 그런데 잘생긴 거를 넘어서는 뭔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잘 생겼다는 평가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 외모 때문에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은가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원빈, 장동건 선배님처럼 잘생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분들도 자신들의 외모를 뛰어넘으셨잖아요. 이제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되었고, 연기로 인정을 받고요. 그런 것처럼 저도 그분들만큼 잘생김은 아니겠지만 (외모를) 털어버리고 잘 생긴 것보다는 저의 연기가 돋보이게끔 더 열심히 해야죠. 아직 연기보다는 외모가 더 보인다면요. 지금 드라마에서도 그래도 잘생긴 것보다는 재화의 캐릭터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진정성이죠. 그게 제일 중요하죠. 진지한 연기를 하든 재밌는 연기를 하든 가짜로 하면 전달이 안 돼요.
-재화는 100% 진짜로 하신 것 같아요?
100% 진짜이기는 사실 힘들어요. 그러려고 노력을 하는 거고, 집중해서 몰입하는 거죠. 그래도 최선을 다 해서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하려고 노력하죠.
-이 장르의 작품은 꼭 해보고 싶다. (디시 이용자 '뀨잉')
다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액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하하하.
-왜 웃으세요.
아니, 너무 제 입으로 이야기하니까요. 뭐 제 생각이니까. 생각은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웃음)
-느와르 추천하시네요. (디시 이용자 'ㅇㅇ')
해보고 싶어요.
-피가 철철. 여자분들은 잘생긴 남자가 피칠갑 한 걸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음, 그렇군요.
-예능 나와서 깬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재밌다', '순발력 있다', 'MC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도 많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런 분들도 계시죠. 저 댓글 다 본다고 했잖아요. 반반으로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그런데 호를 믿고 가는 것보다는 불호를 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간 다음불호를 신경 쓰면 되잖아요.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제가 지금도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했는데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라디오스타'처럼 제 개인적인이야기를 내 입으로 풀어내는 그런 콘셉트의 예능은 사실 저와고는 상극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이야기를 재미없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엉뚱한 발언을 하거나 순간적인 재치, 순발력으로 재미를 만들 수는 있는데 얘기를 재밌게 하는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면 진짜 재미가 없어요. 그런 걸 저 스스로 파악해서 그걸 잘 살릴 수 있는 예능이라면 할 수 있죠. 그런데 사실 지금 예능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아요. 제가 매력을 느끼고 입이 근질근질할 때 해야 하는데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을 하면 저도 재미가 없고, 제가 즐겁게 해야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까요?
-'라디오스타'는 안 즐거웠어요?
조금 힘들었어요. 이걸 재밌게 하기도 뭐한 게,제가 가진 이야깃꺼리 자체가 적고, 그걸 다 이야기하면 할 이야기도 없고….런닝맨이라면 뛰고, 잡고 뭐라도 할 수 있는데….
-그나저나 왜 그렇게 안 늙어요? (웃음)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건 젊게 사니까? 늘 트렌드에 관심 있어요. 요즘 어떤 노래가 좋은지, 누가 어떤 옷을 입고 나왔는지에 관심을 가져요. 그렇게 젊은 감성을 유지하죠. 세 가지로 이야기하자면 젊은 감성을 유지하는 것과 삶에 찌들지 않는 거. 저는 제가 행복한 일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요. '아, 회사가기 싫은데' 이렇게 찌들기 시작하면 아저씨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어쨌든 제가좋아하고 즐거운 일은 하니까 되게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덜 늙는 것 같아요. 또 꾸준히 운동해요. 그게 안 늙을 수 있는 비결?
-34년 정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의 삶을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비가 오는데 혹시 그런 경험이 있었나요?
저같은 경우는 소송 사건 때가 가장 컸죠. 정말 사방이 깜깜하고, 한줄기 빛도 안 들어오는 심정이었으니까요. 어쨌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다 보니까 빛이 들어오게 되고, 살림살이도 나아지게 되었죠. (웃음) 그때 되게 막막했어요. 나이도 어리고, 군대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지금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고, 일할 때도 어려움이 있었고…. 그때가 저한테는 암담한 시기였었죠.
-그걸 그냥 넘기면 후유증이 커요.
원채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 암울한, 시련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걸 시련, 역경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건 나를 강하게 하는, 단련하는 담금질이라고요. 지나고 보니까 그게 맞았던 생각이었어요. 어쨌든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 그 시기를 견뎌냈기에 지금은 웬만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가지고있어요. 누가 제 욕을 하든 뭘 하든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내 갈 길을 가는 소신이 생기고, 내 가치관이 생겼으니까요.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해요. 제가 어렸을 때 '논스톱' 이런 데 한 번 출연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미팅 한 번 해보는 게요. 그거 한 번을 못해봤죠. 그런데 제가 만약 논스톱에 나와 반짝 스타가 됐다면 지금의 내 나이에 어땠을까, (인기를) 잘 다지면서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강인한 멘탈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얻지 못하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를 피폐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아쉬웠던 일이 있었는데, 논스톱 작가를 다른 작품에서 만났어요. 그 작가가 요리요리 팡팡 보고 저 섭외하려고 그렇게 연락을 했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몇 년 후에 들었을 때 정말 속상했죠.
-부럽네요. 그런 걸 이겨낼 수 있다는 멘탈이 있다는 게.
운명론적으로 보면 내가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때 잘 됐다가 나태해지고 자만해져서 더 나락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고요. 답은 없는 거니까요.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쪽으로 해석하고 생각하는 게 긍정적인 사고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방식이. 어쨌든 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성격 자체가요. 그런 식으로 편하게 전환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있어요. 그러다 보니 덜 스트레스받고 덜 우울하죠.
-싫어하는 여자 스타일을 이야기해주세요. 이상형은 많이 이야기하니까. (디시 이용자 'ㅇㅇ')
허영심, 허세 있는 여자들이요. 뭐라고 할까, 질투심과 허영심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데였나요? (웃음)
아뇨. 하하하. 원래 그런 사람들 보면 별로더라고요.
-작품 안 하고 쉴 때 뭐 하세요?
일단은 꾸준히 운동하고, 피부관리도 열심히 하고, 영화도 만히 보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하고, 친구들 만나서 놀고요.
-피부관리에 가장 좋은 건 뭔가요.
정기적으로 피부과를 다니시면 돼요. 하하하. 그게 제일 좋아요.
-돈이 많이 들잖아요.
돈을 버세요. 하하하. 아니면 아예 타고 나야 해요. 타고나거나, 전문과의 관리를 받거나. (웃음) 저는 트러블이 잘 나는 피부라 피부과를 주기적으로 가줘야 해요. 짜면 다 덧나요. 병원 가서 처치해야지. 자기 피부에 맞는 관리법을 찾아야 해요. 그건 다 달라요. 자기가 자기 피부에 관심을 가져 여러 가지를 시도해야 해요.
-마지막 질문할게요. SNL에서 '꽉 찬 행복'을 언급하고 그 이유는 설명 안 하셨는데 그걸 이야기해주세요.
그때 '긍정적인 사고는 유연한 눈높이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었어요. 제가 힘들 때, 저보다 더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또, 제가 잘 될 때는 저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고 자만하는 게 아니라저보다 잘 됨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며 저를 채찍질할 수 있는 거고요. 그렇게 눈높이를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게 긍정적인 사고라고 생각해요. 그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스스로의상황에 맞게 생각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차로 따지면 경차를 탈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고급 외제차가 타고 싶어요. '아, 나 외제차 타고 싶은데 왜 내 인생은 이래서 경차만 타고 다닐까' 이렇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차를 살 조건이 안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그래도 내가 번 돈으로 경차를 소유하고 있구나' 이렇게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이 무조건 행복한 것도 아니에요. 행복의 크기는 크지만, 그게 꽉 차 있지않은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행복의 크기가 작아도 본인이 그걸로 만족한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경차 타면 불행하고, 외제차 타면 행복한가요? 경차 타도 행복할 수 있고, 고급 외제차 타도 불행할 수 있어요. 행복의 크기가 아니라 '이 행복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 이게행복하느냐 안 하느냐를 결정한다고 봐요.
내 현실이 작다고 '나는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이 정도로 잘 살고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큰 꿈을 꾸고 열심히 살면 행복한 거예요. 행복이 큰 사람을 보고 '아,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어요. 그렇다고 큰 행복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아요. 가질수록 정신이 더 피폐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꽉 찬 행복은 내가 가진 행복의 양, 크기가 지금 현재 어떻든 이걸 가득 채우는 게 중요하지, 행복의 껍데기 크기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금 100%인가요?
저는 늘 90% 이상인 것 같아요.
-모자라는 건요?
100%는 사실 거짓말이죠. 완전히 행복할 수는 없잖아요. 고민도 있고, 바라는 것도 있고, 걱정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저에게는 10%밖에 차지하지 않는 거죠. 나쁜 것들로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다는 거예요.사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으면 행복하기 쉬운 것 같아요. 내가 나의지금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노력하면서, 미래를 꿈꾸면서 생활하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든 꿈이 있고, 노력을 하잖아요.그런데 꿈이 없고, 노력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렵겠지요. 그럼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하하.
-네. 훈훈한 마무리 감사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끝내고 카페 조용한 곳 테이블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봉투 하나를내 앞으로 밀며"단팥방 드세요. 옆집에서 사왔는데 맛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라고답하기는 했지만, 사실 본인은 단팥빵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빵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김지훈은 빵 절반을 떼어내 반 쪽은 자기가 먹고, 나머지 반 쪽은 내게 쥐어줬다. 결국, 빵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원래 단팥빵이 이런 맛이었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김지훈도 그랬다. '왔다! 장보리'에서 그가 보여준 '이재화'는 배우 김지훈이 '원래 이런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웠다. 이재화는 그가 자주 연기했던 엘리트였지만, 항상 반복되어왔던 지적이고 올곧은 엘리트가 아니었다. 까불고, 한대 때리고 싶은 깐죽거림도 넘쳐나고, 여자한테 들이대는 것도 잘하고, 실수도 하고, 허당에 웃기도 잘하지만 자주 운다. 김지훈은 재화가 현실에 없을 대인배라고 했지만, 그가 보여준 재화는 내가 그리고 친구가 가진 바로 그 성격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다. 재화는 그렇게 가상 현실 속 인물을 벗어나 현실로 들어왔고, 그건 오롯이 배우 김지훈이 보여준자신의 역량이었다.사람들은그의 이름 위에확신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그렸고,김지훈은 갑옷같이 달라붙었던 자신을 향한대중들의 이미지를 벗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자신이 가진 튼튼한 다리로 스스로 길을 만들며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내며 그의 귀를 간지럽혀도 그 소리를 노래 삼아 앞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가는 그의 모습이 상상돼 즐겁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사진 = HY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