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을 것 같아요. 왜 그 좋은 학벌에 강사를 선택했느냐고요. (디시 이용자 'ㅇㅅㅇ')
사실 서울대를 나오든 카이스트를 나오든 학원강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학벌을 아깝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수학을 진짜 공부해보니까 제가 만약 정말 수학의 가장 선두에 서서 수학을 개척해나가는 최고의 수학자가 될 게 아니라면 많은 학생에게 - 저 인터넷 강의라서 학생들 정말 많거든요 -그 수많은 학생에게 재밌게,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수학 발전의 한 가지 방법일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걸 이상적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교수나 교사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거죠.
교수가 되려면 제가 수학을 정말 사랑해야 할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학만 하다 보면 생활도 없고, 내 인생도 힘들고, 그래도 수학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게 너무 재밌다, '그것만이 나의 인생의 모든 것이다' 이게 되어야만 교수가 가능한 것 같아요. 그냥 '나 학벌도 좋고, 공부도 잘했으니까 교수 되어야지' 이렇게 해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거나 적당히 부유한 생활, 저의 시간 이런 것들이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지금 다시 돌아가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학원강사가 될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영향력은 크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네. 그렇죠. 사회적 명예가 낮은 편이죠.
-그것에 대한 갈등은 없나요?
저는 명예욕이 많이 없는 사람이라 괜찮은데, 요즘 들어 학생들이 많이 그러더라고요. 모순적이지만, 전교 1등 애가 와서 '의대 안 가고 학원 선생 하고 싶은데 어때요?' 그러면 '하지 마' 그렇게 이야기하긴 해요. (웃음) 모르겠어요. 저는 만족하면서 아이들한테는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도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말고 더 큰 꿈을 향해 펼쳐 나가라' 그런 말을 해놓고 '나는 안 할 거야, 나는 학원강사 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학원강사가 큰 꿈이 아닌가요?
저는 만족하고, 좋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학생들에게만큼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지더라고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힘든 것도 있고, 적성에 안 맞으면 발전하기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드백이 너무 빨라서 수명, 안정성 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하긴, 취향은 계속 바뀌니까요.
그렇죠. 뭐 하나 잘못하면 끝나기도 하고, 뭐 하나 잘 되면 금방 뜨기도 하고. 그런 걸 네 평생 직업으로 하라는 조언은 쉽지 않죠. 저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앞으로 먼 미래를 위해, 종합적으로 나은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 '이거 아니면 안 돼' 이런 걸 주기는 어렵잖아요.
-강의가 재밌는데 내용은 별로예요, 아니면 내용은 되게 좋은데 강의가 재미없어요. 이런 두 스타일의 강의가 있어요.
아이들은 재밌는 강의를 좋아하죠.
-거기에 대한 슬픔은 없나요?
아뇨. 그렇게 해야 해요. 즐겁게 하는 게 맞아요. 수학을 재미없게 가르칠 거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과서만 읽으면 돼요. 저는 강사는 당연히 재밌어야 하는 게 숙명이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수학은 예능이 아니지만 제가 말하는 재미라는 것은 웃겨 죽겠다, 배꼽이 빠진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흥미를 계속 유발하고, 거기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래야학습 효과가 좋아지죠. 내용이 좋다? 사실 이 세상에 가장 좋은 건 교과서예요. 그런데 교과서만 읽으면 너무 딱딱하잖아요? 그래서 오래 공부를 못 하게 되는 거예요. 학생들의 선택은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수학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 문과를 갔는데, 도대체 수학은 뭐가 재밌나요? 정말 궁금해요.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해결책이 다양하게 달라지고요, 그 해결책대로 가면 답이 꼭 나오는 거? 하나로 정해지는 거? 이런 것들이 클리어한 것 같아요. 스트레스 해소도 좀 되고요.
-지방대 의대가 서울대 공대보다 높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사실 저는 비판적으로 봐요. 그런데 지방대 의대를 가는 학생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 공대 가치를 좀 찾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요즘에는 그래도 많이 올라왔어요. 저희 때가 지방대 의대가 아주 득세를 해서 서울대 공대보다 한참 위였는데 요즘은 자기 소신대로 공대를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럼 지방대는 항상 져야 하느냐 이런 식의 비판도 있을 것 같네요.
-수학과를 선택한 것은 후회하지 않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했고, 수학경시대회에 나갔고, 제일 잘하는 게 수학이고, 제일 좋아하는 게 수학이고, 지금도 수학을 하는데 그나마 제일 재밌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수학 말고 다른 과목 강의를 했으면 오래 못했을 것 같아요.
-수학은 순수학문이잖아요. 사회적으로 순수학문에 대한 대우가 좋진 않죠. 선택하는 사람도 적고요. 인재가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거죠.
지금 수학은 안 그래요. 천문, 물리나 그런 쪽은 대우가 안 좋고, 좁아지고 있어서 안타까운데 수학은 워낙 금융 쪽에서 각광을 받기에 어마어마하게 인기도 좋고 진로도 넓어요. 저도 수학과 선택할 때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너 수학하면 굶어 죽어. 하하하. 그런데 그 누구보다 잘 먹고 잘살고 있어요. 금융계 진출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면 수학 전공해서 가난하게 사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수학과 입결이 연세대를 필두로 엄청나게 높아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을 잘하고,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요. 금융 쪽에서도 그렇고, 수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기본 수학실력이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각종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해나갈 때 확실히 연구 수준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수학 포기자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게 문제죠. 양극화된 게요.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수학을 포기하는 애들이 너무 못 따라오는 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A형, B형으로 나눠서 수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다면 C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B형이 너무 어렵지 않나요? 이건 사교육이 아니면 도저히 수능을 볼 수 없대요. (디시 이용자 '마ㅏ')
그건 변명이에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B형은 옛날 가형에 비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나마 정상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B형을 치는 거고, 힘들었던 친구들을 위해 A형으로 만들어준 건데, A형에 비해 어렵다고 'B형이 너무 어렵다'라고 이야기하면 옛날에 공부하신 분들이 비웃을 거예요. 학생들 수준이 약간씩 내려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서 지금 자신이 겪으니까 힘든 거지 과거에는 더 힘든 것들을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B형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뭐가 중요한가요? (디시 이용자 '루미나리12')
고등학교 학생이 질문한 거죠? 디시를 끊고 공부를 하세요. 하하하.
-아이고 왜 그러세요. 하하하.
죄송하지만 저는 학원 선생이라서 고3 학생에게만큼은 디시를 끊으라고 하고 싶어요. 대학 가서 하거나 자기가 정말 정보가 필요할 때. 그때는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줄이는 게 맞습니다.고3 때는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외로워서 자꾸 커뮤니티에 들락날락하게 돼요.
-동료를 찾고 싶어서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죠. 같이 노는 애들을 찾으려.
-그것보다는 '너도 못해? 나도 못하는데'
그런 공감대는 필요 없다는 거예요. '너 못하면 난 더 잘해야지' 이렇게 가야 하고, 외롭게 성적 올리려고 노력해야 해요. 공부는 외로워야 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웃음)
-뭐… 괜찮습니다. (웃음)
이건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이해해주세요. (웃음)
-사실 수학 점수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많았거든요. (디시 이용자 'ㅇㅇ')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괜히 말하는 게 아니라 정의 위주로, 거기서 기본적인 원리부터 생각해보면서 시작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교과서 개념은 대충 읽고 바로 문제부터 푼단 말이죠. 그러니까 안 되는 것 같아요.
-3월부터 지금까지 6700문제 풀었는데 성적이 안 올라서 고민이라네요. (디시 이용자 'ㅣ익ㄱㅇㅋ')
기계적으로 많이 풀어서 그런 걸 거예요. 하나를 풀어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가장 정확한 풀이로 풀어보고, 만약 그 문제가 틀렸다면 어떤 부분이 약해서 틀렸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해요. 학생들은 아무래도 그런 구체적인 방법을 스스로 하기는 힘드니까 문제를 이만큼 쌓아놓고 풀죠. 막 풀어도 6700문제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푼 거거든요. 그런데 안 늘었으면 당연히 그건 기계적인 연산이었던 거죠.
-본인을 택시기사라고 표현하셨던데, 왜 그렇게 표현하셨나요?
원래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면 충분히 안정된 시간 내에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늦으면 택시를 타요. 대신 더 비싸죠. 그게 학원강사와 비슷한 것 같아요. 애초에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 위주로 예복습 철저히 하고, 숙제를 성실히 하고 그래서 학교 수업을 잘 따라왔으면 저 없이 수능 쳐도 돼요. 그런데 만약 고3인데 당장 실력은 부족하고, 할건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제가 필요하기 시작한 거죠.
저는 사교육 강사의 본질은 택시기사로서 짧은 시간에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부분에서 택시기사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죠. 저는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프로정신이 있는 택시기사보다는 참스승을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학생들에게 미안해요. 저는 참스승이 안 되겠다는 게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갖추겠다고 말을 한 건데 오해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 아이들이 말하는 참스승은 시작부터 탄탄하게 기초를 만들어주는 교사겠지요.
그렇죠. 제대로 공부해라, 열심히 천천히 해서 '너는 예복습 왜 안 했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선생님을 말하는데 저는 그걸 들으면서 웃기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복습 철저히 하고, 교과서만 보고,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할 거면 너는 왜 내가 필요하냐?' 제가 학생이라면 그렇게 공격하고 싶을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결과가 안 나왔을 때 '네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지. 내가 하라는 거 다 했어?'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선생님도 계신데, '그렇게 다 할거면 당신 책 안 봐도 다 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저는 택시기사로서의 소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남들보다 빨라야 하고, 정확해야 해요.택시기사들을 보면 늦었다고 할 때 골목골목으로 가서 어떻게든 빨리 데려다 주는 게 있잖아요. 학원강사는 그런 기질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걸 연구하다 보니까 힘든 거죠.
-그래서 이미 기초는 다 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가르치시는 거죠?
네. 저는 좀 잘하는 친구들과 해요.
-너무 성적 좋은 애들만 가르치는 거 아니냐고 해요. (디시 이용자 '삽자루', '이지엘')
그건 사실이에요. 수학 강사가 계층별로 경향이 달라요. 수포자(수학 포기자)탈출 선생님이 계시는데 삽자루 선생님이 그런 쪽이고요, 저는 상위권 강사라 '수포자에게 좀 더 친절하게 가르쳐야지' 이렇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이된 친구들에게 만점을 하게 하는 게 제 목적이에요. 제 수업을 하기 힘들면 다른 수포자 선생님 수업을 들어 성적을 올린 다음 제 수업으로 갈아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수포자를 위해 친절하게 한다면, 정작 저와 같이 공부하고 있던 친구들이 비효율적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이건 서로 영역이 다른 거라고 보시면 돼요. 마치 김밥천국에서 밥 먹을 때와 레스토랑에서 밥 먹을 때 메뉴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것처럼요. '레스토랑은 왜 이렇게 비싸냐, 5000원에 왜 배부르게 못 먹게 하느냐' 그런 것처럼요.
제가 못해서 그런 거예요. 수포자 탈출 못 시키는 건 못 해서 그런 거예요. 걔네들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잘하는 친구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걸 더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잘하는 걸 할려고요.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수학 못하는 사람들 이해 안 가냐고요. (디시 이용자 'ㅇ', 'ㅇㅇ')
옛날에 비하면 되게 이해가 많이 가요. 솔직히 말씀드려 강사 초년생 때는 '이걸 몰라?' 하는 순간이 많이 있었어요. 강의할 때마다. 요즘에는 그게 많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그게 강사로서 가장 위험한 마인드죠.
그렇죠. 가끔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다면,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때. 그때 이해가 안 가요. '모르면 분하다'에서 시작해야 하고, '틀린 걸 맞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거예요. '선생님, 저한테 쓴소리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학생이 있어요. 물론 쓴소리 해주시는 선생님들 많은데 저는 아직 그게 정서적으로 이해가 안 가요. '쓴소리를 들어야할 만큼 너는 의지가 없니?'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요. 물론 그렇게 말하면 그걸 쓴소리로 받아들이는 친구들이 있죠. 하하하.
-귀엽네요. (웃음)
저는 그걸 스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을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공부하고 싶은 마음부터 불러일으켜 주시겠습니까?' 이런 식의 태도는이해가 안 가요. 정말 터무니없이 수학을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백번 천 번 가르쳐줄 의향이 있는데 '공부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지 않아요,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데 안 되는 사람은 가르쳐주고 싶다?
그렇죠.
-할 생각 없는데 점수는 받고 싶다?
그건 아니죠. 싫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해요. 이해도 안 가요. 학생이 공부하고 싶지도 않다? 모르겠네요.
-수학 세부전공은 어떤 걸 하셨나요? (디시 이용자 '구축효과')
저는 확률, 통계 쪽이 좋았어요.
-진짜요?
항상 확률, 통계 쪽 수업을 많이 들었고요, 응용수학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순수수학보다는 그쪽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그럼 통계 쪽으로 진출하셔도 되었을 텐데.
그러게요. (웃음) 강사로서 돈을 버는 재미가 있었기에 이쪽으로 왔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조건 통계 쪽으로 갔을 것 같아요. 통계 상당히 재밌어요. 통계는 정말 제대로 된 학문인 것 같아요. 활용도도 있고, 수학적이기도 하고. 수학의 안 좋은 면 중에 '너무 일상생활과 괴리되어 있다'라는 시선이 있잖아요? 통계는 안 그래요. 통계를 모르고는 제대로 된 사회 발전이 안 돼요. 그리고 제대로 된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통계 실력도 필요한 거잖아요. 통계는 정말 제가 만약 강사가 안 됐다면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던, 전공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는 좋은 학문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본인이 생각하는 부와 명예를 얻었다면 통계를 다시 공부할 건가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예전에 강사 시작할 때는 '돈 일단 어느 정도 벌어 먹고 살만하면 유학가야지' 생각했었는데 막상 강의해보니까 재밌어요. 좋아요. 저는 50~60살 될 때 까지 강의할거고요, 강의 끝나고 나서는 그 나이에 공부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안 갈 것 같아요. 하하하.
-강의 도중 친구 한 명이 카이스트 최연소 교수됐다고 이야기했죠?
네. 최서현이라는 교수요.
-혹시 저런 삶을 부러워하는 건 아닌가….
아뇨. 그 친구와 저는 같이공부를 했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잘 했고, 다른 과목 다 버리고 수학만 했어요. 그걸 제가 중학교 때부터 옆에서 봐왔어요. 저렇게 하면 제가 못 견딜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어요. 걔가 결과적으로 잘 되니까 일단 결과는 시샘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 과정을 봤기 때문에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아요. 저는 균형 잡힌 삶이 좋아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질문이 나왔는데, 저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있나 의문이 들어요. (디시 이용자 '숲들갓')
음… 효율적으로 '공부' 자체는 없고요, 효율적으로 수능을 대비하는 건 있어요. 수능 문제는 나오는 패턴이 있고, 개념이 있으니 그 개념과 패턴을 연습하고 비슷한 문제를 똑같이 풀어보는 거죠. 어려운 수학 문제는 이 세상에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수능의 킬러 문제로 나오는 건 몇 가지 유형이 있어요. 그것만 공부하면 된다는 거죠.
-요즘 한 문제는 매우 어렵고 나머지는 쉬운 편이에요. (디시 이용자 '진희남편')
A형이군요.
-평가원 트렌드가 이런데 이런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시 이용자 '진희남편')
그 한 문제에 너무 많은 학생의 인생이 걸려 있어서, 오히려 그 한 문제를 간신히 맞춰냈는데 앞에서 실수해 틀리는 바람에 그 어려운 문제 한 문제 틀린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어요. 어려운 문제 개수가 서너 개 정도로 늘어서 변별력을 조금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오히려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억울하게 시험 결과가 안 나오는 게 더 안타까워요. 공부 못하는 애들이 성적 잘 안 오르는 것보다는 공부 열심히 했는데 실수 하나로 결과가 안 나오는 친구들이 안타깝죠. 안 한 애들은 안 했으니까 잘못이 있잖아요. 어려운 문제가 한 개가 아니라 한 서너 개가 되어서 네 번의 기회 중에 세 개 통과냐, 두 개 통과냐, 한 개 통과냐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수능은 변별력이 사라졌다는 말씀이시네요.
사실 많이 사라져서 운 좋게 한 문제 잘 맞거나 하나 깜빡해서 틀리면 그게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거죠.
-이건 테스트성 질문인 것 같은데, 수능 몇 번 쳐보셨나요?
저는 수능은 안 봤어요. 응시는 안 하고 시험지가 공개되면 시험지를 풀어보는 정도죠. 모의고사 모든 시험지는 그날 풀어봐요.
-결과를 궁금해하세요.
보통 다 맞아요.
-이런 질문하는 애들 보면 어때요? 가소로워요? 하하하.
그런데 그런 것들이 궁금하기는 해요. (웃음) 저도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강사들 모아놓고 시험도 쳤으면 좋겠어요. 강사 100명 모아놓고 B형 친 다음에 96점 이하는 강의 한 해 못함, 이런 거 있었으면 해요.
-우와.
운전도 면허증이 있어야 하잖아요. 강사도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험 없이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선생님들이 저한테질문하실 때도 있거든요. '남선생 어떻게 풀었어?' 알려주기는 하지만 '같은 선생님인데 이 선생님 학생들은 이거 모르지 않을까?' 그런 거 있잖아요. 아, 수학 선생님은 아니에요. (웃음)
-모두가 궁금해했던 일격필살 저자의 오수설 진위를 알려주세요. (디시 이용자 '로즈', 'ㅇㅇ', 'f', 'ㅇㅇ')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일격필살 교재를 쓰는 친구가 5수를 했나 봐요. 삼수생이던 시절 저와 만났어요. 저도 그때는 숲들숲들적인 모습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의 언행이 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던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안타까운 건 그 친구가 저를 많이 따르던 친구였어요. 제가 뭐라고 하니까 그 친구도 상처받았고, 저도 제 입장에서 학생이 저한테 뭐라고 하니까 상처를 받았고…. 지금 같았으면 좀 더 유하게, 숲가모니적으로 이야기를 잘 했을 텐데 그 당시는 학생이… 변호사님에게도 '어따대고'라고 했는데 학생이 따지고 들었으니 '어따대고'를 했겠죠.
그래서 그 친구가 3수 생활을 하다가 학원을 나가 다른 학원에서 공부하게 된 거죠. 그 친구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잘은 모르겠지만 4수나 5수 할 때도 제 탓을 했었을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 '남휘종 나쁜 놈'이라고 글을 올리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K대한의대 다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잘 갔고, 결국 만점 받고 끝났죠. 결과적으로 좋으니까 덮어진 이야기가 되었는데 올린 글이 자꾸 회자되다보니까 저한테도 그런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제가 더 숲가모니적인 면모를 잘 갖추면 나중에 불러서 밥도 사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정말 질문 많이 나왔거든요.
네. 그러더라고요. 아무래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죠. 그런데 변명을 하자면, 이 친구가 저를 더 나쁜 식으로 쓴 편도없지 않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예를 들면 대화가 있었던 걸 따옴표를 사용해썼더라고요. 제가 그 글을읽어봤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인간쓰레기도 아니고' 이런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죠. (웃음) 자기도 화나서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쓴 것 같아요. 저도 '그응마'가 있었잖아요. 실제로는 덤덤하게 '그냥 응원도 하지 마세요' 정도의 뉘앙스였는데, 저는 그것보다 더 심한 뉘앙스라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아마 그 친구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명세를 타서 더 회자된 것도 있죠.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유명세가 좋나요?
고맙죠. 불편한 부분도 확실히 있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냥, 아주 추레하게 입고 밥 먹고 있는데누가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거나 사진 찍어달라고 할 때 되게 부담스러워요. 사인까지는 하는데 사진은 제발. (웃음) 이 상태에서 사진 찍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전에 수업 끝나고 혼자 야구장에 간 적이 있어요. 그냥 힘들어서. 수업이 다섯 시에 끝났는데 잠실에서 6시에 경기가 있어 그냥 야구장에 간 적이 있어요. 혼자 야구나 보면서 힘을 좀 받자 해서. 막 신 나게 응원하고 있는데 뒤에서 '숲들갓이죠?' 이러는 거예요. 하하하. 야구장에서 응원하다 보면 옆 사람과같이 어깨동무도 하고 좀 추해지는 게 있는데저를 아는 사람이뒤에 있다는 사실을알면서 응원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런 게 좀 불편하죠.
혹시 추한 모습의 저를 보면 아는 척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저는 아직 제가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아는 척만 안 해주시면 그냥 '아, 다 나를모르는구나' 하고 놀 수 있어요. 그 정도 수준이 좋지 어색하게 아는 척하면 좀 그렇잖아요. (웃음)
-왠지 지나가다가 숲들숲들 그림 흉내 내는 애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놀리지는 않아요. (웃음)
-왠지 미스터 도넛 보면 익숙하지 않아요?
하하하. 그 사자 모양 좋아하기는 하는데… 대놓고 놀리는 친구는 없었어요.
-그래도 뿌듯했을 것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캐릭터로 그리고, 숲들갓 팬아트도 나오고요.
아, 팬아트 봤어요. 그런 건 되게 고맙죠. 그런 거 보고 정말 웃어요.
-강의명을 숲들갓으로 바꾸면 어떤가요. 하하하.
저도 그 생각 해봤어요. '숲들 모의고사' 생각해봤는데 공부하는 학생들한테 뭔가… 고3이다 보니까 심각한 애들한테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지니어스에서 우승하면 교재 이벤트를 하실 건가요? (디시 이용자 '리틀이의태')
원래 제가 우승하면 교재 이벤트가 아니라 장학금 주기로 했어요. 제가 시즌2 때 그걸 공언하고 나갔는데, 1회에서 떨어지고 나니까 창피한 거예요. 시즌3 나갈 때 다시 '이번에 내가 나가면 장학금 줄게' 약속하기가… '저놈 또 떨어지면 어떡해' 이렇게 볼 것 같아 이번에 약속 못 했는데 만약 우승하면 할 겁니다. 1억을 다 주지는 못하지만 제가 세금 내야 하는 것만 빼고 나머지 금액은 줄 생각 있어요. 그런데 약속은 못 하겠어요. 창피해서.
-발음 때문에 수업이 어렵대요. (디시 이용자 'ㅁㄴㅇㅁㄴㅇ')
제가 시옷 발음이 안 돼요. 제가 아나운서 학원 가서 고쳐볼까 생각했는데 아직은 잘 안되네요.
-콘텐츠에 집중해라이야기해주고 싶진 않나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심각하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건데 가끔 다른 선생님 중에 목소리가 안 좋아 못 듣겠다고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오래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저도 가끔 저와 다른 방향으로 시옷 발음이 안 되시는 분들과 말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시옷만 들리더라고요. 방해될 수 있으니까 시간 되면 꼭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이건 프로 정신이니까요. 미치겠습니다. (웃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인강계에서 본인의 외모가 탑3 안에 든다고 생각하나요? (디시 이용자 'ㅁ', '귀여움')
제가 외모적으로 정말 자신이 없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애들이 있어요. 그럼 정말로 좋아요. 진심으로 즐겁고 기쁘고 예뻐 죽겠어요. 하하하. 남휘종 잘생겼다고 써주는 애들 있잖아요? 제일 예뻐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성적 오른 학생보다 걔네들이 더 예뻐요. 제가 저를 잘생겼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걔들이 안 예쁘겠지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인강계 최고의 미남!
나는 아닌데… (웃음) 인강계 선생님들 별로 안 잘생겼어요. 없어요. 하하하.
-그래도 잘 꾸미고 나오시는 것 같던데요.
보이는 직업이니까요. 기본적으로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요즘에 해요. 재작년까지는 안 했는데. 그리고 시간 없으면 안 하기도 해요.
-방송의 영향인가요?
아뇨. 그런데 확실히 그렇게 하고 촬영을 하니까 낫더라고요. 그게 예의인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처음 한 두번 메이크업을 하고 강의를 하니까 점점 안 하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제 얼굴은 거의 한 시간 내내 저만 나오잖아요. 애들 입장에서 얼마나 보기 싫겠어요. (웃음) 기본적으로 해줄 건 해줘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심하게 안 해요.
-솔직히 나는 현 수학 강사중 최고 수준이다! (디시 이용자 '코넥')
그건 그렇게 생각해요. 이건 겸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제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강의하면 안 돼요. 강의를 팔면 안 되죠. '저 선생님보다 내 강의가 한 수준이 낮지만, 강의를 사줬으면 좋겠어' 이건 말이 안 되고요, 제 강의를 듣는 게 어떤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학원 강사님들은 프라이드가 없으면 안 되겠네요.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요.
네. 그런데 저는 프라이드는 있는데 끌고 가는 교조적 성향이 약해서 불만이 좀 있더라고요. 다른 선생님들은 그러시는데.
-그걸 허세로 보는 사람이 있어요.
맞아요. 강사를 그렇게 볼 수 있어요.
-불쾌할 것 같아요.
저도 일반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나오는 말투 중에 나를 높이는 게 있어요. 분명 그런 부분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시즌2 첫 화도 그런 부분에서 저의 한 단면이 보인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카메라가 TV카메라인지 인강카메라인지 헷갈린 거죠. 제 입장에서는요.
-많은 사람이 저거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고치긴 고쳐야죠. 강의에서의 제 모습과 자연인 남휘종은 달라야 하잖아요. 쉽진 않은 것도 저도 이해해요. 이해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계속 삽자루 선생님과 인연을 이어나가실 건가요? (디시 이용자 '우리말')
삽자루 선생님은 저를 발굴해주셨어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사실 강사가 되게 외로워요. 또 같은 수학선생인데 정말 조언을 듣다 보면 '이 사람이 나한테 컨설팅을 해주는 거구나' 이게 있고, '마음을 쓰고 있구나' 이런 게 있잖아요? 그분은 마음을 쓰시는 분이기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오래 할 수 있다면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삽자루 선생님이 먼저 은퇴하거나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해로 계약관계가 어그러진다거나 하는 일이요.
-아이큐 173은 어디서 측정한 건가요? (디시 이용자 '한미린', 'ㅇㅇ', 'ㅁㅁ')
그거 고등학교 때 한 건데, 오해가 있어요. 아이큐 테스트 중 표준편차가 15짜리가 있고, 24짜리가 있는데 제 생각에 제가 한 건24짜리인 것 같아요. 15짜리 기준으로 생각하면 제 아이큐가 150 정도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173이면 측정 불가능한 아이큐 아니냐, 정신병자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래서 스탠다드가 24인 걸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본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높게 나왔거든요.
-그럼 아이큐가 강조되는 게 부끄럽지 않아요?
그렇죠. 처음에 데뷔할 때 홍보할 만한 건수가 뭐가 있냐고 그러다가 여러 가지 학벌이나 프로필 이런 게 나왔고, 그 와중에 그게 나온 건데,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충격적이라 계속 프로필에 올라간 것 같아요. 제 입으로 말 안 한 지 몇 년 됐는데도 아직도 남휘종 하면 아이큐가 첫 번째로 나와요.
-방송에서 그걸 내놓으니까요.
제 종합적인 프로필이 기획사를 통해 넘어가면 가장 자극적인 게 그거니까 그걸 앞에 쓰는 거죠. 사실 '카이스트 수학과' 이래 봐야 되게 많은 사람이 졸업한 곳인데. 이 정도 아이큐는 없다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아이큐 믿고 공부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큰일 납니다.오히려 아이큐를 높게 받았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걸 잘 발현하도록 노력해야지, '짧은 기간 내 머리만 믿고 해보겠다' 이런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아이큐 처음받았을 때 '어? 공부 조금만 해도 되겠다' 이런 생각 들기도 했나요?
저는 서울과학고에 재학 중일 때테스트를 받아서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려웠죠. 어마어마한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나마 그런 건 응원이 됐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쟤네만큼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최소한 내가 어디 가서 머리 나빠서 못 하지는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요. 그걸로 방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제가 전교 1등이고 상대가 없는데 머리까지 좋다? 그럼 우쭐했을 수도 있는데 아까 말씀드렸듯 카이스트 교수 친구가 바로 옆에서 수학 공부하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쟤는 안 따라잡히는데, 아이큐가 백칠십몇이래요. 그럼 '일단 해보긴 해보자' 이렇게 되는 거죠. '쟤는 나보다 우수하지 않아' 이런 생각은 안 들죠.
-얼마전 지니어스 다중지능 검사 테스트 결과가 나왔는데 논리수학은 높지만 다른 것은 낮게 나왔어요. (디시 이용자 'songji')
변명하자면 반은 자기가 평가를 받는 거고, 반은 스스로 평가하는 거였어요. '나는 사람들을 잘 설득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지문에매우 그렇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거였죠. '내가 매우 잘 설득하는 건 아니지' 해서 '그렇다'를 선택하면 남들보다 낮게나오는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물론 전부다 자의적으로 한 건 아니에요. 제가 겸손하다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테스트도 있었죠. 그런데 섞여 있다 보니까 겸손했다고 봐주시고…. (웃음)
-평소에도 '왜 나의 분노를 사려 하지?' 같은 중2병 같은 말투를 쓰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600400')
하하하. 안 써요. 안 쓰는데 게임에서는 그렇게 되더라고요. 혼잣말 같은 거 쓸 때그런 말을 쓰더라고요. 저도 그걸 TV보면서 알게 됐어요. 이게 진짜 웃기는 상황인 게, 혼자 있으면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해요. 그런데 카메라가 있으면 뭐라도 말을 해야 해요. 카메라가 계속 나를 찍고 있고, 마이크도 연결돼 있으니까. 하하하.
-분량 챙겨야 하는데! (웃음)
뭐라도 한마디 하자고 중얼중얼 하다 보니까 '아이 화나' 이렇게 말 안 하고…. 하하하.
-'나의 분노를 사려 하지?' 하하하.
제가 그런 말 한지 몰랐어요. 방송 보고 '아 저게 뭐야!' 그랬어요. (웃음)
-아이들 가르칠 때도 그런 말 쓰시나요?
아이들 가르칠 때는 문제에 대해 계속 말하니 그런 이상한 말투는 안 쓰는 것 같아요. 계속 확인하는 말은 하죠. 'OK?' 이런 거. 걔들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다음으로 넘어가니까요.
-솔직히 강사 이상으로 다른 장래에대해 생각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2345')
옛날에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안 해요. 저는 한해라도 오래 강의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강의를 일찍 시작한 편이에요. 인터넷 강의 28살에 데뷔했으면 거의 역대급으로 빨리 한 거거든요. 제가 50대 중반까지 강의한다고 쳐요. 그럼 2~30년을 하는 거예요. 매년 수강생을 1만 명만 잡아도 2~30만 명이고, 10만 명을 잡으면 2~300만 명이 되는 거예요. 그럼 나중에 제가 은퇴할 때쯤 되면 남휘종에게 수학 배운 애들이 전국적으로 몇만 명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남휘종에게 수학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요. '나 남휘종한테 배웠는데', '어, 나도 남휘종에게 들었는데' 정말 많이 가르치면 '쟤는 왜 카이스트 나왔으면서 수학강사 하냐' 이 소리를 아무도 안 하지 않을까요?
-수능을 위한 게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수학을 가르칠 생각은 있나요?
하아… 열의가 상당히 확실히 떨어질 것 같죠? 제가 부러운 분 중에 경제 가르치시는 최진기 선생님이라고 계세요. 그 선생님 방송하시는 거 보는데, 경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요. 돈 버는데 직접적인 연관을 준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오늘 수학입니다' 이렇게 일반인 대상으로 하면 재밌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건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인 흥미가 덜할 것 같아요. 그게 꿈이기는 한데 쉽지는 않아요.
-사실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명세를 얻는 건 국어, 역사, 영어, 경제 이런 분들이거든요.
수학은 한계가 확실히 있죠. 그런데 수학도 굉장히 중요해요. 통계 같은 경우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알려주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점수 위주로 편성돼 있어요. 일반적인 수학적 지식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걸 해봤자 대중들의 관심이 떨어질 것 같아요. 만약 이런 TV 같은 또 다른 기회가 있어 수학 관련된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걸 짤만 한 능력은 못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예능 섭외오면 생각 있나요? '크라임신' 같은 거요. (디시 이용자 'ㅇㅇ')
일단 갯수는 계속 제한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더 지니어스' 했잖아요? 그럼 올해가 끝나잖아요. 저도 교재 연구와 강의로 바쁜 입장이라 가끔 띄엄띄엄 들어오는 건 할 수 있겠지만, 갯수를 될 수 있는 한 제한해야 할 생각이 들어요. 벌써 학생들이 '선생님 예능 나오면 어떡해요' 이렇게걱정해요. 그래서 제한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지금 남휘종 씨도 그렇고, 역사 강의하시는 설민석선생님은 역사 영화 배경을 설명해주시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고. 그러면서 학원 강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네. CF에도 나오시죠. 국사 같은 경우는 그런 용도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사실 학원강사는 사람들과 가까운 직업이고 흔한 직업이에요. 한 번쯤은 학원 선생님에게 수업 안 들은 친구 없잖아요. TV 나와서 설명해 주는 것도… 정보 전달은 저희가 특화되어 있으니 선생이 아니겠어요? (웃음) 바람직한 것 같아요.
-그럼 tvN에 제안을 해보세요. 하하하.
네.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수학 예능이 있다면요. 그건 마음먹고 해보고 싶은 생각 있어요. 자문이라든가 정말 진행이라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 있어요.
-김정훈 씨랑 하세요.
오, 정훈이 형과 하면 되겠네요. 정훈이 형도 관심이 있어 해요. 또 수학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생각보다요.수학을 잘하는 것도 잘하는 거지만 수학을 좋아해요. 수학적인 지식들을 좋아해요.
-마지막입니다. 숲들갓님의 인생 목표가 궁금해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정말 제대로 된 수학 강의를 1년짜리 커리큘럼으로 끝내고 싶어요. 학생들이 시작해서 수능 보는 그날 '아, 정말 잘 배웠다, 짜임새 있었다' 이렇게 느끼고 끝내길 바라요. 그거 하나 만들어보는 게 꿈이에요. 그거하고 은퇴할 거예요. 은퇴하기 전에 그걸 만들어 놓는 게 꿈이에요.
-몇 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만날 끝나고 나면 후회가 남아요. 그래도 언젠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숲들갓의 포스로 디시인사이드 사무실을 방문한 남휘종은 디시에서, 디시 직원 앞에서 "고3은 디시를 끊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굉장히 많이 당혹했지만,'아, 이 사람은 방송인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숲들갓을 봐서 '사뽕'에취한 듯 조금은 들썩인본인의 정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덕분에 조금은 진정된 마음으로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의 솔직하면서도 뚝심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돼 살짝 기분이 좋았음을 고백한다. 또한, 직업인으로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단호히 말하는 모습은 부러울 정도로 배우고 싶은 모습이었다.멋진 그의 모습에 그가 듣고 싶다고 한, 전국 대다수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남휘종 선생님한테 수학 배웠어"라는 그 말이 가능하면 빨리 이뤄지기를 나도 모르게 기원하고 있다.
PS: 물론, 인터뷰 이틀후 자신이 탈락하는 방송이 나갈 것임을 알고서도 이번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이라고 답한 그에게 본인이뒤늦게 숲들숲들했다는 사실도이자리를 빌어 털어놓는다. 부들부들 숲들숲들~.
사진 = 김지원(kjwonee613@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