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MORPG 개발사 (주)아이엠씨게임즈의 사장 김학규입니다.
저는 1994년부터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해서 리크니스, 라스 더 원더러, 개미맨2, 스팅, 악튜러스, 라그나로크 온라인,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의 PC용 패키지게임, 온라인게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초반에는 아마추어팀 형태로 작업을 하다가 1997년에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그라비티소프트를 창업해서 활동했는데요. 이후 2003년 아이엠씨게임즈를 설립해서 지금까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저희 회사 아이엠씨게임즈는 그라나도 에스파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의 MMORPG를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고, 이번에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리메이크 모바일판을 출시 할 예정입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 M(이하 트오세M)은 PC판 트오세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리메이크하여 개발한 MMORPG입니다. 모바일판이기는 하지만 크로스 플랫폼으로 PC 클라이언트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 원작이 있지만 트오세를 아직 모르시는 분들께 트오세의 매력을 설명해 주세요.
먼저, 그래픽 스타일이 첫 번째 특징입니다. 회화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2D 이미지를 조합해서 만든 얼굴과 다양한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3D 모델을 조합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트오세의 매력입니다.
또한 전투의 경우 핵 앤 슬래시 스타일로 만든 빠르고 강렬한 전투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많은 적들이 빠른 템포로 몰려오는 구성으로 몰이사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 꾸미기와 농장 관리 등의 생활형 콘텐츠도 갖춰져 있는 MMORPG입니다.
비슷한 면이라면, PC판 세계관의 캐릭터, 배경 등의 그래픽과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리메이크를 거쳐 시스템, 애니메이션, 이펙트, 물리 엔진 등은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전혀 다른 새롭게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크게 달라진 면이라면 클래스(직업)와 성장의 구조가 바뀐 점입니다. PC판은 한 계열 내 여러 클래스 중 3개를 선택해 조합하는 방식인 데 비해, 모바일판은 한 계열 내의 클래스를 모두 획득할 수 있고, 언제든지 전직해서 상황에 맞게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거기에 동료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게 됩니다.
처음 모바일 프로젝트 개발은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했었어요. 대략 2010년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네요. 그때는 스마트폰에서 MMORPG를 어느 정도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지 불확실했었어요. 네트워크도 불안정하고, 화면도 작고, 성능도 낮았으니까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의 성능과 환경이 발전했고, 트오세를 모바일판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초창기에 만들었던 트오세M의 프로토타입은 완전한 MMORPG가 아닌, MMO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 만들었었어요. 필드상에서 실제 플레이어와 마주치는 대신 가상의 다른 유저 캐릭터가 봇으로 등장하는 방식이었고, 서버에 직접 연결해서 동작하는 대신 가끔씩만 웹서버와 통신을 주고받는 식으로 만들어졌었어요. 이걸 구현하기 위해서 가상의 서버를 클라이언트에 내장시키는 식으로 구현했었죠.
그러다가 모바일 MMORPG가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5G 같은 통신환경도 보편화되면서 사실상 PC판과 모바일판의 기술적 차이가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트오세M도 완전한 MMO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그때 만들었던 가상 유저 캐릭터는 지금 버전에서는 매칭이 안 될 때 동료로 등장하는 봇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인 한계는 거의 극복하긴 했는데 원작 PC판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다른 MMORPG와 차별점을 만드는 게 남은 가장 큰 고민 요소였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테스트하면서 고유의 전투 템포와 동료들과의 협동 플레이 등, 편의 기능을 다듬고 보강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가장 고민한 요소였는데요, 자동을 많이 지원할 수록 편하긴 한데, 우리 게임 고유의 체험이 사라지는게 아쉬웠고, 그렇다고 자동 요소를 빼버리면 조작이 힘들거나 피로감이 높아지는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처음 가는 곳은 수동으로 찾아가고, 그 후부터는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만들었습니다. 사냥은 자동으로 지원하고요.
- 사냥을 자동으로 진행하면 게임적인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낄 유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고 반복적인 공략을 통해 시간을 최적화해서 랭킹 경쟁을 하는 구조다 보니 조작의 재미라기보다는 관리의 재미로 접근하고 있어요. 그래도 도전으로 분류된 콘텐츠에서는 자동만으로는 높은 성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수동 컨트롤과 경험도 중요합니다.
그냥 자동으로 사냥한다고 끝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어떤 스킬은 빼줘야 할지, 어떤 동료를 데리고 가야 할지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파고들어 연구할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잘 세팅해놓은 내 캐릭터들이 열심히 싸우면서 적들이 터져나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캠핑장에 가서 불멍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직접 제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겁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트오세를 처음부터 만들었던 디렉터였던 전 부사장이 런칭 이후에 자기 회사로 독립해 퇴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 PC판 트오세의 개발 공백을 수습하기 위해서 새로운 PD를 투입하고 게임을 대폭적으로 리빌드하는 등의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 당시 전투 연산식부터 시작해서 아이템 체계, 전직 시스템 등을 전부 변경하는 등 개발 분량이 많았었고, 클라이언트도 64비트로 바꾸고 멀티코어 지원도 추가하고 서버 불안정 이슈 등도 해결해야 해서 저까지 직접 코딩작업에 참여하는 등 PC판 지원에 힘을 쏟았습니다.
- 모바일판은 아이엠씨게임즈가 직접 서비스 하게 된 것이죠? 어떤 점이 바뀌었나요?
네. 그 후로 아이엠씨게임즈 자체 서비스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서비스 국가를 한국으로 변경했고, 일본 베타에서 게임적으로 부족했던 점과 안정성을 보강하여 작년 12월 한국에서 1차 클로즈 베타를 진행했습니다.
1차 클베 이후 유저 피드백에서 공통적으로 아쉽다고 했던 부분 중 하나가 ‘올드한 느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PC판을 충실히 이식하기만 해도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근래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예전의 PC 성능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래의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물리엔진을 적용하기로 하고 모든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 세팅 작업을 새로 진행했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이펙트와 사운드도 새로 작업하면서 캐릭터는 리마스터 버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도 좀 더 시원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모든 공격을 광역 히트로 바꾸고 몬스터 배치도 그에 따라 바꿔줬습니다.
- 이제 개인적인 질문 좀 해보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저희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님과 친분이 깊다고 들었는데요.
김유식 대표님은 편하게 대장님이라고 호칭할게요. 대장님과 처음 알게 된 건 20살 때 PC통신 하이텔 시절이었어요. 그 당시 젊은 시절 대장님은 pc 통신에서 유머소설 작가 yusik00 으로 명성이 높았는데요. 저도 그 개그 센스에 반해 영향을 받은 소설 팬이었습니다. 나중에 횡수동이라는 술 마시고 노는 동호회의 오프라인 첫 모임에서 직접 만나게 되었고, 대장님 집에도 놀러 가기도 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대장님 소설에 제가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
그 후에 대장님은 디시인사이드를 창업했고, 저도 회사를 만들면서 각자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요. 어느 날 회사 사무실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고 나서 보니 우연히 디시도 같은 건물에 이사 오게 되었더라고요. 그 후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지요. 저랑 대장님이랑 뭔가 큰 성공의 문턱에서 남 좋은 일만 많이 하고 ㅠㅠ 시련을 겪은 공통점이 있던지라 좀 더 내려놓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던 것 같아요.
- 아…
흠흠. 그 후로 대장님을 만날 때마다 인터넷 산업, 게임 산업의 트렌드나 예상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곤 했어요. 대장님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사업 환경의 흐름에 대한 얘기를, 저는 개발을 계속하면서 기술의 흐름에 대해 접한 얘기를 많이 공유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AI,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했었던 것 같아요. 사소하게는 디시 모바일앱에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같은 건의도 많이 했고요.
- 디시인사이드와 함께 메타버스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많이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요?
대장님과 인터넷 서비스가 갈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었는데요. 대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커뮤니티 게시판의 진화된 형태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더 흥미로운 활동들을 하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한 것들이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의 대답의 일부는 이미 MMORPG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MMORPG에서 게임적인 요소를 빼는 대신, 게시판 커뮤니티적인 요소를 넣고, 그 유저 베이스를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한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시작되었어요.
처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서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 빨리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우선 트오세M 의 런칭이 먼저이기 때문에 현재는 일정이 늦어진 상태입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재개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로서 널리 알려지기도 하셨는데 어떻게 게임 개발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셨고, 처음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신 이유가 그 당시 제가 게임기를 사달라고 매일같이 졸라댔었는데, 게임기를 사줬다간 그 게임 다 깨고 또 다른 게임기 사달라고 계속 조를 거 같아서 아예 컴퓨터를 사주신 거였어요.
처음 청계천 세운상가에 가서 애플2 호환 컴퓨터를 사게 되었을 때 가게 주인아저씨한테 “이걸로 게임을 하는 거 말고도 제가 게임을 만들 수도 있는 건가요?”라고 여쭤봤더니 아저씨가 “음... 공부를 많이 하면 가능하지.”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때부터 언젠가 내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품고 있었죠.
그러다가 애플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울티마 같은 게임을 보면서 “내 세상을 내가 만든다.”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었었어요. 옛날 PC 잡지사에서 모집했던 연구모임이었던 PC 클럽 활동을 하면서 다른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고, 고등학교 이후에는 케텔, 하이텔이라는 PC 통신을 접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몰두하게 되었어요.
학교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부모님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까지만 해놓고 횡수동을 비롯한 모임에 나가거나 게임 제작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함께 게임을 만들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93년쯤에 아트크래프트 라는 이름으로 아마추어팀을 만들어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었는데, 처음 목표는 울티마같은 RPG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처음 만드는 게임으로는 너무 벅찬 목표여서 눈높이를 좀 낮춰서 액션 게임으로 처음 개발하게 된 것이 리크니스라는 게임이었습니다. 그 후에 군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알아보다가 병역특례 업체에 취업하게 되면서 업무용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복무기간 동안 했었습니다. 복무가 끝난 후에 학교에 다시 복학하게 되었었는데요. 결국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보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를 자퇴하고 반지하 방을 사무실로 빌려서 그라비티 소프트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초반에는 주로 외주 개발을 하면서 실력을 쌓고 생활비를 충당했었어요. 그러다가 제대로 된 RPG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친하게 지내던 손노리 팀과 합작 개발하기로 하고 악튜러스라는 RPG의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영향받았던 에반게리온 같은 애니, 각종 소설, 역사 이야기, 데스메탈 같은 요소들을 있는 대로 다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나이가 먹어서 돌이켜보면 한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걸 어떻게 다 만들었었나 싶어요. 근래에 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스트리머분이 악튜러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시는 영상을 발견해서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20년 넘게 시간이 지난 후에 옛날에 제가 참여해서 만든 걸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 당시 세기말 분위기가 유행했었기 때문에 2000년 전에 완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시간도 많이 초과되었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었어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의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게임을 완성하기 전에 그 당시 잘 나갔던 아케이드 게임기 업체 어뮤즈월드와 컨택에 돼서 어뮤즈월드 회장님의 투자로 (주)그라비티를 만들게 되었죠. 그리고 악튜러스를 만들었던 엔진을 개량하고 온라인 기능을 붙여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기대 이상으로 국내외에 흥행하면서 저도 많이 유명해지고 그 후에 그라비티를 나와 새 회사, 아이엠씨게임즈를 창업해서 지금까지 개발을 해오고 있습니다.
- 요즘에도 직접 개발에도 참여를 많이 하시나요? 트오세M에서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셨나요?
아이엠씨 설립 초반에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직접 많이 개발을 하다가 한동안은 코딩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초반에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하고, 그 후에는 사람들을 뽑아서 가르쳐주고, 피드백하고 하는 식으로 역할을 바꿨었네요.
트오세M에서는 서버를 새로 처음부터 짜는 일을 직접 했습니다. 그라나도에스파다와 트오세PC판에 사용했던 서버가 c++로 만들었던 거라 안정성이나 효율에서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c# 기반으로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 게임 업계의 트렌드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블록체인이나 NFT, P2E 같은 요소들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블록체인은 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제가 투자했던 적은 없었어요. 작업증명이란 방식이 기술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게임 개발에는 당장 실용적으로 쓰일 만한 부분이 찾지 못해서 관망하는 입장이었죠.
탈중앙화라는 이상이 얼마나 실제 사용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의문도 있었고요. 그 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게임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좀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더 정확히는 그 현상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게임 바깥의 경우 웹3 라는 개념에 대해서 옹호와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중앙화된 인터넷에서 편의를 누리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현시점에서 웹3는 당장 크게 줄 수 있는 편익이 없다고 생각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앙화된 SNS에서 퇴출되어 복귀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 있겠지만요.
그런데 MMO 같은 경우는 좀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MMO의 웹3버전 같은 것이 있다면 당장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질 이유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게임에서 과금을 했는데 회사가 서비스를 종료한다던가, 회사가 없어진다던가, 패치 방향이나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할 때 유저들의 입장에서 자기의 노력의 결과인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자기 소유물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가는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으로 접근할 때 웹3개념은 일반 인터넷이나 SNS보다는 MMO 같은 게임 쪽에 훨씬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MMO3라는 개념이 언젠가 대중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MMO3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해주신다면요?
처음의 PC기반 MMO를 편의상 MMO1이라고 부를게요. 처음의 게임들은 크게 통제장치가 없이 유저에게 경제적 자유도가 주어졌었어요. 땅바닥에 물건을 내려놓거나 집어드는 식으로 개인간 거래가 가능했죠. 월 정액비를 받긴 했지만, 그걸 피하기 위한 프리서버들이 퍼지게 되었는데요. 개발운영사는 프리서버에 대항하기 위해 부분유료화라는 식으로 반격을 했고, 그 틈새들을 작업장과 매크로 등이 파고들었어요.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통제수단을 덧붙이는 식으로 다시 반격했지만 결국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MMO2로 게임이 진화했어요. 유저들이 게임을 해서 돈을 버는 요소를 강조하는 대신, 재화들은 개발운영사가 일방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식으로 직접 공급하고 거래도 통제된 시장을 통하게 하는 식으로 외부 요인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제한했지요. 현 거래사이트나 작업장 같은 곳으로 게임 바깥으로 새어나가던 매출이 개발운영사로 들어오게 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듯 보였고 MMO1모델로 남아있던 게임들도 점차 MMO2모델로 옮겨갔죠.
하지만 현재의 MMO2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저들이 불만을 가질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개발운영사를 언제까지 믿을 수 있겠는가? 라는 부분과 게임 내 재화의 소유권에 대한 부분들이죠. 근래에 들어서는 유저들이 운영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시위를 기획하고 움직이는 것들을 비롯해서 소드아트온라인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되었던 것처럼 정말 게임 내에 자신의 시간을 쏟은 유저들은 게임이 게임운영사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할테니까요.
이런 부분은 개방된 탈중앙화 기술이 현 시점에서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MMO3라는 개념이 현실화 될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MMO3는 일단 클라이언트와 서버의 소스가 오픈되어 있어야 하고, 따라서 누구나 서버를 만들어 서비스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해요. 게임 내의 모든 세세한 데이타가 블록체인에 올라갈 필요는 없고 효율문제상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고유재화는 NFT화 되어 블록체인에 올라가고, 그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서비스에서 활용가능한 형태인 거죠.
개발사는 새로운 그래픽과 콘텐츠에 해당하는 업데이트를 만들어서 메인 줄기에 업로드하는데, 오픈소스로 개발, 유지보수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들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오픈소스가 몇몇 해커들의 자원봉사 같은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기술 비즈니스의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인 것처럼요.
트오세 같은 게임은 MMO3 모델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라나도 에스파다 같은 IP는 2편을 만들게 된다면 MMO3 모델로 만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정치시스템 같은 아이디어가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는 구상만 하다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MMO3 기반에서라면 자연스럽게 적용이 될 수 있을걸로 생각합니다.
원래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책을 보거나 뜬금없는 분야 공부하는게 취미입니다. 특히 교양 과학 같은게 재밌어서 관련 책들 사모으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유튜브로 볼거리가 많아서 수학이나 물리학 채널들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용상으로는 대학원 수준 이상의 고급 전문분야를 대중도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설명해 주는 부분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나도 덩달아 똑똑해지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그 외에는 나이가 들다보니까 게임은 직접 많이 하기 힘들고 해서 게이머들이 방송하는 것들을 주로 즐겨보는 편이에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철권이나 스타, 스타 빠른무한맵을 소재로 방송하는 유튜브를 즐겨봅니다. 시청자들이 게임에 미션을 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오래된 게임에서도 아이디어가 새롭게 생겨나는 걸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 마지막으로 유저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트오세M은 오래된 PC판에 단순히 BM 만 끼얹어서 급조한 재탕거리 이식작이 아닌, 개발자 입장에서 느낀 원작에서 아쉬웠던 안정성, 시스템, 그래픽 등을 개선한 리메이크 타이틀입니다. 그리고 트오세만의 고유한 경험이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부디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