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류석춘 교수는 최근 2020학년도 1학기 강의계획서 3개를 제출했다. 사회학과 전공 심화 과목인 ‘경제사회학’과 교양과목인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동남아의 사회와 문화’ 등이다.
이 중 경제사회학 수업의 강의계획서를 보면 2주차 수업의 ‘교재 범위ㆍ과제물’ 중 하나로 『반일 종족주의』가 적혀있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한차례(8~10교시 연속 강의) 진행되며 앞 2시간은 강의, 남은 1시간은 학생들과 교수의 토론 등 총 3시간이다. 이 수업엔 웹툰 작가 윤서인씨가 2인 저자 중 한명으로 참여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을 조명한 『시간을 달리는 남자』(2016)와 전국뉴라이트연합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판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도 각각 5주차ㆍ12주차 참고 교재로 올라있다.
조국 “역겨운 책”
이 전 교수 외에 김낙년ㆍ주익종ㆍ이우연 등 경제사학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일본을 악(惡)으로 보는 세계관을 반일 종족주의로 간주하며 그 기원과 확산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그러나 일제의 강제 수탈을 부정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옹호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는 데다 출간(지난해 7월) 당시는 반일 정서가 정점이었던 터라 논란이 컸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당시 페이스북에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소개하면서 크게 이슈가 됐다. “일본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여권 비판 외 야권 일각에서도 “비상식적이며 동의할 수 없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반응이 있었다.
이후 이 전 교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조국 전 장관에게 공개 토론을 신청하고, 반대 측 학계에선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2019)를 발간하는 등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파면하라”VS“징계 반대”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 공개 비판뿐 아니라 연대 출신 각종 단체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연세대에선 류 교수에 대해 공식 조사와 함께 해당 교과목의 강의를 중단하고 대체 강사 투입을 결정했다. 경찰은 고발 후 약 4개월만인 지난 13일 류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연세대 징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사를 맡은 윤리인권위원회가 류 교수를 징계 여부를 논의할 인사위원회에 올리자는 안건을 냈지만, 류 교수가 재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측은 “징계 여부 등 인사위 경과 과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재학생ㆍ졸업생 3275명의 류 교수 비판 성명을 모아 총장실에 제출하기도 했던 연세민주동문회 이상수(57ㆍ사학과 81학번) 부회장은 “류 교수가 망언을 사과하지 않는 이상 강의 개설 자체가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철회할 방법이 없다면 학교 당국은 대안 과목이라도 열어서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혀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류 교수는 통화에서 “내가 언급할 말이 없다”고만 짧게 말했다. 그런 한편 『반일 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2일부터 연세대 정문에서 류 교수 징계 반대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