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3월 서울 광운대역 인근 무인텔에 '미성년자 이용시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남궁민 기자
무인모텔서 미성년자 범죄 잇따라…‘사각지대’ 지적
비대면 예약 이뤄지는 무인모텔, CCTV로 확인
을지로입구역 인근의 한 무인모텔에서 기자가 예약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모텔을 운영하는 A씨가 밖으로 나왔다. A씨는 “내부에 있다가 미성년자로 보이는 고객이 오면 밖으로 나와서 확인한다”며 “경찰이 단속을 직접 오진 않고 한 달에 한 번꼴로 확인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엔 미성년자들이 몰려와 다 쫓아냈다고 한다.
상주 직원을 두고 있지만, 방문객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곳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인근의 한 무인모텔 직원은 “입실만 키오스크로 할 뿐, 내부에서 폐쇄회로(CC)TV로 확인해 어려 보이면 다 검사한다”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신원 확인에 어려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의 한 무인모텔 관계자는 “업주 말고 미성년자도 처벌해야 그들도 무인텔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 성폭행 이미지. 연합뉴스
업주한테만 책임 있나…미성년자 처벌은
박승빈 행정사(행정사사무소 율현)는 “무인모텔에서 발생하는 미성년자 혼숙 문제는 업주의 신분 확인이 소홀한 것에서 발생한 것도 있지만, 미성년자들이 업주를 속이려는 기망의 의도를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신분증을 위조한 경우 공문서위조 또는 도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숙박예약앱 통한 ‘미성년자 혼숙’, 어떻게?
숙박예약앱 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이성간 혼숙할 경우 법률상 문제가 되지, 청소년의 숙박업소 예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성인인증을 일괄적으로 요청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이 예약할 경우 현장에서 예약이 취소될 수 있고 이 경우 환불이 어렵다는 안내를 한다”며 “무인텔 점주들이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출입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과 사전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지자체나 경찰이 무인모텔을 단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장에서 신원 확인을 까다롭게 하고, 숙박예약 앱에서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