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전문점에 진열된 액상. 뉴스1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019년 미국 내 대규모 중증 폐질환 의심 사례 이후 사용 중단 권고 등이 이뤄졌다. 그러자 이들 제품은 법적 담배인 담뱃잎 추출 니코틴 대신 줄기·뿌리 추출이나 화학물질 합성 니코틴 등을 쓰면서 법망을 벗어났다. 사실상 국내 판매 제품의 절대 다수가 유사 담배다.
그 후 법 개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에도 담배와 동일한 가격 규제가 적용됐다. 정부는 현재 개별소비세(기획재정부),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행정안전부), 건강증진부담금(보건복지부) 등을 매기고 있다. 이를 다 합치면 1mL당 1799원, 30mL 병으론 5만4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합성 니코틴은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에 있다. 가격 부담 등을 줄이려 액상 대부분은 합성 니코틴 쪽으로 넘어왔고, 일부만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이다.

11일 한 포털 사이트에서 '전자담배액상'으로 검색했을 때 6만건 가까이 나온 판매창. 인터넷 캡처
신고에 의존…부처별 세금 부과 액상 ‘제각각’
과세에 따른 가격 규제 효과도 미미하다. 지난해 3개 부처 중 가장 많은 세금을 거둔 행안부 기준으로 30mL 병 91만 개가 과세 대상이었다. 이는 전자담배 업계에서 자체 집계한 액상 판매량 2993만 개(2018~2020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3%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사실상 음지에서 세금 없이 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집계가 어려운 온라인 판매량까지 고려하면 과세 비율은 훨씬 떨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구매가 늘면서 연간 총 판매량이 최소 6000만 개로 추산된다.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만 적어도 연 1800억원 이상의 세수 공백이 있다.
여기엔 전자담배 사업자의 신고 자료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깔려있다. 제도 개선 노력 없이 정부가 일부 제품에 세금을 걷는데 안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상 수입 시에도 ‘꼼수’가 적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금을 피하려 비과세 대상인 합성 니코틴으로 허위 수입 신고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연도별 담배 판매량 통계. 지난해 액상형 전자담배(CSV) 판매량은 '0'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아예 항목이 사라졌다. 자료 기재부
시장 큰데 통계는 전무…업계도 “제도 바꿔야”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유사담배도 법 테두리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이 시급하다. 시장을 방치하는 대신 통계부터 정확히 내야 금연지원사업 등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가 자칫 마약에도 쓰일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 개념으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세금 낮추는 걸 전제로 ‘합법적 납세하면서 판매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 하는 현행 법령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 부회장은 “불법이나 가짜 제품 판매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그것도 힘들다. 중소업체가 난립해있는데 정부에선 몇곳이나 있는지 파악조차 못 한다”면서 “우리도 답답하니까 mL 과세 기준을 종가세 체계로 바꾸는 걸 전제로 세금 좀 내겠다고 강조할 정도다. 편법 시장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담배 없는 폐(肺)스티벌에서 시민들이 노담 캐릭터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규제 사각지대에 청소년 금연도 ‘빨간불’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는 청소년 비율은 남학생이 3.7%, 여학생은 1.9%였다. 해당 비율은 1년 새 늘어났다. 2015년 궐련 한 갑당 4500원으로 오른 뒤 청소년 흡연율 등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강준현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관리·감독하는 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체계적 관리에 문제가 있다.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 체계 개선을 깊이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