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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자료사진. 중앙포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가톨릭 계열 병원은 종교적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처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끈 가운데, 국내 최대 가톨릭 계열 의료법인인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이하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산하 부속 병원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매체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서울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등 전국 주요 도시 8곳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8개를 운영 중인데, 이 의료법인의 윤리헌장에 이런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윤리헌장에 따르면 출산 조절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자연 출산 조절을 제외한 그 어떤 피임 방법도 제공하거나 권장하지 않으며, 인공피임 시술이나 낙태약으로 분류되는 응급피임약 역시 같은 이유로 허용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그 산하 병원 모두 윤리헌장을 따라 사후피임약을 처방하지 않는다"며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차 병원(의원이나 보건소)의 진단서가 필요한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처방받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응급피임약을 급하게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굳이 대형병원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적거나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이 아닌 다른 가톨릭 계열 병원들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같이 응급피임약 처방을 거부하는 행위를 두고 의료법 위반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재 의료법상 진료 거부 금지는 의사가 진료 자체를 거부할 때 적용되는 조항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진료를 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항, 의료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의료기술에 관한 사항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나, 진료 후 의료적인 판단에 따라 약 처방을 하지 않는 것은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임상적 판단이나 의료적인 사유가 아니라 종교적인 신념을 사유로 진료 및 처방을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응급피임약은 흔히 '사후 피임약'으로 불리며, 성관계 후에도 복용하면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성관계 뒤 72시간(3일)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반드시 의료인으로부터 처방받아야 복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