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사는 홍모(52)씨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장마 때 겪은 침수가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발달장애인 딸 등 세 모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큰 비는 홍씨의 집에도 들이닥쳤다. 홍씨의 집은 사고가 난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m도 되지 않는다. 홍씨는 “집이 주민센터에서 멀어 양수기도 이용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홍수로 망가진 장판이나 벽지도 완전히 고치지 못해 그대로 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 건물의 반지하 방. 김민정 기자
인근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신림동 반지 셋방에 살고 있는 진모(58)씨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5년 넘게 이곳에 살면서 지난해 처음 심한 침수를 겪었다. 참사 직후엔 이사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가격이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 여름 폭우 예측에 떠는 반지하 사람들
지난해 참사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가구를 전수조사해 6월 말까지 물막이판과 밖에서 열 수 있는 개폐형 방범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관악구·동작구 등에서 침수 이력이 있거나 침수 위험이 높은 가구를 중심으로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사 시 2년간 월세 2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있다. 김민정 기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반지하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거 형태도 아니라 전부 이주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침수 위험이 높은 가구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