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AFP=연합뉴스
폴란드 노동·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레흐 바웬사(80) 전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정계에서 물러나 있었던 바웬사는 이날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며 "법과 정의당과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가 쫓겨날 날을 기다려 왔다"며 "그 날이 마침내 왔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시민들은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들고 나왔으며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면서도 "대통령궁을 향해 '투옥하라'는 등 분노에 찬 구호도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바르샤바뿐 아니라 폴란드의 다른 도시들과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에서도 소규모로 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날 시위를 이끈 야권 지도자 도날드 투스크(오른쪽) 전 폴란드 총리와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러자 10월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투스크 전 총리(2007~2014년 재임)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을 겨냥한 법안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폴란드 정부가 러시아를 핑계 삼아 '정치적 마녀사냥'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법안을 수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시민들의 결집을 막진 못했다. FT와 인터뷰한 한 시민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정부가 폴란드를 러시아 같은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우경화하는 폴란드, EU와도 사사건건 갈등

지난 4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시민들은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폴란드가 '병참기지' 역할을 하게 되며 EU 내 위상은 높아졌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집권당이 전쟁 상황을 권력 강화에 이용하려 한단 비판마저 인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가 서방 동맹의 중요한 한 축으로 부상하며, 두다 정부는 당에 대한 비판을 묵살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총선에서 법과 정의당과 시민강령당 모두 단독정부를 구성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 대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정치권에 오래 있던 늙은 여우들이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선 시민 시위라고 한다"며 "서커스 같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