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사이트솔루션 무인화 기술이 장착된 디벨론 굴착기. 김수민 기자
20일 오후 충남 보령 HD현대인프라코어의 자율주행 시험장. 시간당 68.9mm가 쏟아지면서 호우경보가 발효되는 악천후에도 무인·자동화 솔루션 ‘콘셉트 엑스(Concept-X)2’를 탑재한 굴착기가 틸트로테이터(버킷의 가동 궤적을 자유롭게 해주는 부속장치)가 장착된 버킷으로 매끄럽고 자유롭게 흙을 퍼내 옮겨 담았다. 굴착기 안에 장착된 알고리즘이 흙의 양을 계산하고, 주변 환경 정보를 감지하는 라이더 센서가 울퉁불퉁한 지형의 기울기 등을 자동으로 인지한 결과다.
기존 무인 자동화 솔루션 콘셉트 엑스가 ‘X2’로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새로 추가된 라인업인 도저는 ‘사람’의 존재도 알아차렸다. 후진 주행 중 안전모를 쓴 작업자를 발견하자, ‘삑-삑-’ 경고음이 울리면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인 도저 후면에 장착된 180도 광각 라이더를 통해 주행 중 설정된 영역 내에 장애물을 인지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정지(E-Stop)하는 액티브 세이프티(Active Safety) 기술이 적용된 덕택이다.

지난 20일 악천 후 속 HD현대사이트솔루션 무인화 기술인 '콘셉트X 2'를 시연 중인 모습. 김수민 기자
모빌리티 업계 뒤흔든 ‘자율주행’, 건설기계에도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기술원장‧사장)는 이날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10~20년 경력이 쌓인 전문가들의 굴착기 운전 데이터를 차근차근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작업 생산량을 최적화해냈다”며 “평균보다는 훨씬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우리나라에서 굴착기 운전을 가장 잘하는 사람에 준해서도 약 90% 수준의 생산성을 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인 자동화 장비는 해발 수천 미터에 달하는 고산 지대나 뜨거운 더위가 지속하는 열대지방 등 환경이 열악해 사람이 오래 일하기 힘든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무인화 장비를 옮겨만 놓는다면 시간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는 셈이다. 이에 광산이나 석산처럼 단순하게 반복되는 작업 현장에 이 기술이 더욱 잘 맞아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HD현대사이트솔루션 측의 설명이다.
난관으로 지목받는 통신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대개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이나 도로를 누비는 자동차와 달리, 지도에도 없는 오지를 개척하기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건설장비는 통신망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김동목 HD현대사이트솔루션 스마트주행장비기술팀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KT, SKT 등 유수의 기업과 협업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겸 기술원장 이동욱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스마트주행장비기술팀 김동목 수석연구원. 김수민기자
무인화로…건설업계 ‘게임체인저’ 꿈꾼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동목 수석은 “콘셉트X2의 시연 영상을 본 고객들 반응도 무척 좋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이 ‘터미네이터(terminator)’”라며 “콘셉트X2를 기점으로 현장의 생산성과 작업 풍경 모두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