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해 미국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비만 치료제로 덴마크 경제가 들썩
"기적의 약이 덴마크 경제에 기적을 가져다 줬다"는 외신들의 평가가 나올 만큼 위고비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노보 노디스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위고비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43% 급증했다. 위고비의 인기 폭발로 노보 노디스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70억 달러(약 9조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21년 초와 비교해 현재 300% 이상 급등했고, 올 들어 40% 상승했다.
위고비는 미국에서 2021년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들도 체중 감량 비결로 이 약을 꼽았다. 이 같은 위고비의 인기는 이전 비만 치료제들보다 감량 효과는 커지고 줄어든 주사 횟수 덕분이다.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68주간 주사를 맞으면 체중 약 15% 감량 효과를 낸다고 한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가 2015년 출시했던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경우 매일 주사를 놔야 했고, 같은 기간 체중 감량이 6% 정도에 그쳤다.

신재민 기자
덴마크 GDP보다 큰 가치...국가 재정 확충
이 회사의 매출은 덴마크의 2위 제약사 룬드벡의 10배나 되고, 시총 규모는 덴마크의 대기업 10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덴마크 단스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스 올슨은 텔레그래프에 "노보 노디스크의 이런 성장이 없었다면 덴마크의 GDP는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보 노디스크 본사 앞에 걸린 깃발.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수출 호조로 덴마크에 달러가 많이 유입되면서 유로화 대비 덴마크 통화(크로네) 가치가 상승했다. 크로네를 약화시키기 위해 덴마크 중앙은행이 금리를 유럽 중앙은행보다 낮게 유지해 주택 구매자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NYT는 노보 노디스크의 성과가 덴마크란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다른 기업들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도 평했다.
비만 인구 증가에 비만 치료제 시장 급성장 전망
위고비와 오젬픽의 주요 성분은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물질인 '세마글루타이드'다. 식후에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든 약물로,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줄인다.

차준홍 기자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가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을 20% 낮췄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위고비가 보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수요가 더욱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 투약 가격은 1300달러(약 173만원)로 보험 보장이 되지 않는다.

차준홍 기자
'제2의 노키아' 우려도
텔레그래프는 휴대전화 제조사 노키아 사례를 들었다. 2000년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핀란드 경제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핀란드 경제는 10년간 경기침체에서 빠졌다.
노르디아은행 수석 경제학자 헬게 페데르센은 NYT에 "1960년대 천연가스 수출로 일시적 호황을 누렸지만 다른 경제 분야는 쇠퇴했던 '네덜란드 병'을 덴마크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상황이라 위고비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 연내 FDA 승인이 예상되는 미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높다고 알려졌다.
올슨은 "덴마크 경제의 미래는 노보 노디스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얼마나 혁신을 지속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