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주시 굿바이카 남준희 대표가 전기차 폐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삼권 기자
“두고 보세요. 전기차 시대엔 폐차업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완전히 바뀔 겁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양주시 폐차장 굿바이카에서 만난 남준희 대표는 폐차업(자동차 해체 활용업)의 미래를 이같이 진단했다. 이 폐차장은 2018년부터 폐전기차를 처리하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기차 전문 폐차장이 됐다. 남 대표는 “지난해까진 사고난 전기차만 입고 됐는데 올해부터는 2013년~2014년경 출시됐던 1세대 전기차들이 수명이 다해 입고되기 시작했다”며 “3개월만에 5대 정도 들어왔는데, 올해가 전기차 폐차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명이 다한 전기차들이 폐차장에 입고되면서 폐차장 풍경이 바뀌고 있다. 폐차업은 입고된 차량 상태에 따라 차량수출·부품분해·원자재추출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폐차장에 전기차들이 나타나면서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분해해 전기차 전용 중고 부품을 팔거나, 폐배터리로 캠핑용 저용량 전기저장장치(ESS)를 제조하는 폐차장이 생겼다. 폐차업계에 따르면 전국 560여 폐차장의 20% 남짓에서 전기차를 취급한다. 전기차 부품에 대한 가치평가 기술, 배터리 재사용 기술이 없으면 폐전기차를 취급하지 않는다.
전기차 확산에 주목한 굿바이카는 2022년 12월 전기차 부품 전문 쇼핑몰을 열어 운영 중이다. 남 대표는 “전기차는 부품 개수는 적지만 개별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싸고 신품 공급이 느리다”며 “새 부품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중고 부품을 사러 온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부품 재활용 기술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입해있는 상태라, 우리가 이 시장을 가장 잘 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폐전기차의 배터리팩을 재사용해 캠핑용 ESS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팩 1개를 재사용해 캠핑용 ESS 32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지난해 10월 배터리 재사용 관련 규제가 강화돼 현재는 ESS를 생산하지 않는다.
폐차 시장의 변화


굿바이카 남준희 대표가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저용량 전기저장장치(ES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삼권 기자
일부 폐차장은 침체에 빠진 국내보다 해외 수출에 주목한다. 해외 수출 중고차는 2019년 35만1362대에서 지난해 62만5133대로 크게 늘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인선모터스는 하루에 100대의 폐차를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폐차장이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 회사 직원 A씨는 “상태가 좋아 보이는 차들은 해외 수출용”이라며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한국 중고차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도 늘고 있다. 수출 외에 부품 분해나 금속 추출을 하는 폐차장 중에선 폐차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겠다며 부품·금속 재활용률을 95% 이상까지 높이는 곳도 등장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폐차장 인선모터스에 입고된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인선모터스
폐배터리 재사용 활성화하려면
전기차 판매 확대로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규제 탓에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팩 발생량은 2021년 440개에서 지난해 2355개로 늘었다. 2030년 이후에는 매년 10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팩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21년 1월 이후 등록한 전기차의 배터리 반납 의무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도 폐배터리를 미래 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분해하면 코발트·니켈·리튬 등을 추출할 수 있어서다. 다만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려면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기에 이 분야는 SK와 GS 등 대기업이 주로 진출한 상태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전기저장장치(ESS) 생산 등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국내에서 15만대 이상 전기차가 팔리는 등 전기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폐배터리 관련 규제는 여전히 엄격하다. 전기차 전문 폐차장 굿바이카를 운영하는 남준희 대표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캠핑용 ESS를 만들어 500개 넘게 판매했는데 전기용품안전기준이 규제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며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해하지만 규제가 엄격하면 민간 차원에서 할만한 사업이 없다”고 했다.
남 대표가 언급한 규제는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월 제정한 전기용품안전기준 기준이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제품은 안전성검사기관의 전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제품 전체에 안전성 검사를 하려면 이 기관으로 지정이 돼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장비 구축 등 요건을 갖추기가 어렵다. 현재 안성검사기관은 제주테크노파크·한국산업기술시험원·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원·피엠그로우 4곳으로 이 중 민간기업은 피엠그로우 한 곳 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도 도입 단계에서는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순차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며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과도하면 민간 기업은 중요한 순간에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팩 발생량은 2021년 440개에서 지난해 2355개로 늘었다. 2030년 이후에는 매년 10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팩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21년 1월 이후 등록한 전기차의 배터리 반납 의무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도 폐배터리를 미래 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분해하면 코발트·니켈·리튬 등을 추출할 수 있어서다. 다만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려면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기에 이 분야는 SK와 GS 등 대기업이 주로 진출한 상태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전기저장장치(ESS) 생산 등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국내에서 15만대 이상 전기차가 팔리는 등 전기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폐배터리 관련 규제는 여전히 엄격하다. 전기차 전문 폐차장 굿바이카를 운영하는 남준희 대표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캠핑용 ESS를 만들어 500개 넘게 판매했는데 전기용품안전기준이 규제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며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해하지만 규제가 엄격하면 민간 차원에서 할만한 사업이 없다”고 했다.
남 대표가 언급한 규제는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월 제정한 전기용품안전기준 기준이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제품은 안전성검사기관의 전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제품 전체에 안전성 검사를 하려면 이 기관으로 지정이 돼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장비 구축 등 요건을 갖추기가 어렵다. 현재 안성검사기관은 제주테크노파크·한국산업기술시험원·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원·피엠그로우 4곳으로 이 중 민간기업은 피엠그로우 한 곳 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도 도입 단계에서는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순차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며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과도하면 민간 기업은 중요한 순간에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