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3년 11개월 만에 덜미
제주경찰청은 9일 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의 VIP금고에 보관된 현금 145억6000만원을 훔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로 중국계 말레이시아 국적의 임원 임모(58·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8월 UAE 두바이 현지에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붙잡혔다. 임씨는 현지에서 3개월 정도 구금돼 있었다. 이후 11월 27일 두바이공항 한국국적 항공기 안에서 체포됐다.
“전 경영진 요청으로 돈 옮겼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 등은 2020년 1월 랜딩카지노 내 VIP금고인 물품보관소 안에 있는 3~4개 금고에서 본사 자금인 145억여원을 보관하다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랜딩카지노 VIP 금고에 보관 중이던 145억 원 중 85억 원을 바로 옆 우씨 개인 금고로 옮겼다고 한다. 또 환전소 직원 중국 국적 오모(41)씨에게 지시해 이 중 49억원 가량을 임씨 거주지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VIP금고는 임씨가 관리했다. 임씨는 경찰에 “당시 신화월드 경영진이 교체 중이었고, 전 경영진 요청으로 돈을 옮겼다”고 주장했다.
145억 중 남은 10억여원은 어디에
경찰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10억여원은 환치기 등 수법을 통해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환치기 금액은 약 5억원이다.
경찰은 그간 용의자가 모두 해외로 떠나면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 2022년 11월엔 용의자 중 한 명인 우씨가 두바이에서 자진 입국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우씨는 경찰에서 “횡령이 아닌 카지노에서 번 돈”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도주를 우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횡령액이 아닌 우씨 소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수사 인력을 동원해 6개월 가량 실체 파악에 나섰지만 명확한 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도 우씨 기소를 미루자, 경찰은 결국 2023년 10월 수사중지했다.
경찰은 찾아낸 134억원은 제주지역 한 은행에 보관 중이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145조에 따라 압수물은 지정된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 이 돈이 랜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밝혀지면, 돈은 가환부 절차를 통해 랜딩인터내셔널로 돌아가게 된다. 가환부(假還付)란 증거물로 압수한 물건을 소유자·소지자·보관자 청구에 따라 잠정적으로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가환부를 받은 사람은 압수물을 보관해야 하며 임의로 처분하지 못한다.
카지노 측 “회사 운영자금이니 돌려주라”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임씨는 물론 공범 등 총 6명을 수사 중”이라며 “국적과 경계를 불문하고 범죄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2018년 3월 문을 연 제주 랜딩카지노(5581㎡)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8726㎡)에 이어 국내 카지노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영업 첫해(2018년) 3848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