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같았다" 20분만에 뚫린 서부지법…경찰 "전원 구속수사"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침입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긴급회의를 열어 불법행위자 전원을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고, 검찰도 전담팀을 꾸려 적극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도전”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소화기 던지며 위협 “좀비 같았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폭력사태로 서부지법 내부에 있는 물건과 집기 등이 부서졌다. 이영근 기자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폭력사태로 서부지법 내부에 있는 물건과 집기 등이 부서졌다. 이영근 기자

경찰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강경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침입은 단 20분 만에 벌어졌다. 이날 새벽 2시 59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반발하던 시위대는 3시쯤 서부지법 청사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을 피해 법원 후문을 향했다. 둔기 등으로 철창 벽을 깨고 3시 21분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경찰이 곧바로 투입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시위대는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꽃병·재떨이 등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뿌렸다. 경찰 방패를 빼앗고 폭행하기도 했다. 일부 경찰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경찰은 진압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그 사이 시위대는 판사들이 근무하는 5·6·7층까지 난입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철장 벽을 흔들고 담을 타고 들어오는데 좀비 같았다”며 “상처 입은 직원들은 (살이) 찢겨서 뼈가 다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기준 기동대 35명은 경상, 7명은 전치 3주 이상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체포 절차가 있어 곧바로 물리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도 채증을 거쳐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수가 밀고 들어오면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특히 집회는 헌법상 기본 권리라 더 존중하려는 원칙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대비가 적다고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걸 정당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대강으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시위대도 많이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8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로 시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8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로 시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일각에선 난입이 발생한 새벽은 경찰이 기동대 인력을 축소해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 이후 시위대 인력이 줄어들자 기존에 배치했던 기동대 경력을 일부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 사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로 경찰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시위대가 내부 들어가서 기물을 파손할 때까지 손을 못 쓴 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복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념 논쟁이 심각한 만큼 향후 경찰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폭력 사태 관련 극우 유튜버도 수사”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벌인 집단 불법행위와 관련해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벌인 집단 불법행위와 관련해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오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관으로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각 시·도경찰청에도 향후 불법 폭력 집회에 대해선 단체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줄 것을 지시했다”며 “향후 모든 집회·시위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집회 주최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 직무대행은 회의를 마친 뒤 서부지법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향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법원 등 국가기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판사 등 위해 우려 대상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지난 18일~19일 이틀 간 서부지법 앞 집단불법 행위로 총 87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침입해 기물 파손 등 혐의로 연행한 46명은 7개서 형사과에서 수사하고 있다. 전날 서부지법 앞 집회 중 공무집행방해, 공수처 차량방해 등의 혐의로 40명을 입건, 11개 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서부지법 앞 불법집회에 나선 남성 1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번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담수사팀은 형사기동대 1개 팀이 맡는다.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추가 불법 행위자 및 교사·방조한 이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게 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경찰 신변 보호 심사위원회를 열고 20일 오전부터 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마포대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마포대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검사 9명 규모로 전담팀 꾸려 

검찰도 서부지검에 대응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담팀은 팀장인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 규모로 꾸려진다.

 
법원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전 서부지법을 방문해 현장을 살폈고, 이어 낮 12시엔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이 직무대행 등 경찰청 지휘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찰관은 법치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존재고, 법원은 법치의 보루”라며 “경찰관들의 부상에 위로와 우려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법원 피습과 관련한 참혹한 상황과 법치의 훼손을 엄중하기 인식한다. 역사적 퇴보를 가져가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