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던지며 위협 “좀비 같았다”
경찰이 곧바로 투입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시위대는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꽃병·재떨이 등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뿌렸다. 경찰 방패를 빼앗고 폭행하기도 했다. 일부 경찰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경찰은 진압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그 사이 시위대는 판사들이 근무하는 5·6·7층까지 난입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철장 벽을 흔들고 담을 타고 들어오는데 좀비 같았다”며 “상처 입은 직원들은 (살이) 찢겨서 뼈가 다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기준 기동대 35명은 경상, 7명은 전치 3주 이상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체포 절차가 있어 곧바로 물리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도 채증을 거쳐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수가 밀고 들어오면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특히 집회는 헌법상 기본 권리라 더 존중하려는 원칙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대비가 적다고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걸 정당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대강으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시위대도 많이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 사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로 경찰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시위대가 내부 들어가서 기물을 파손할 때까지 손을 못 쓴 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복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념 논쟁이 심각한 만큼 향후 경찰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폭력 사태 관련 극우 유튜버도 수사”
경찰은 이날 오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관으로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각 시·도경찰청에도 향후 불법 폭력 집회에 대해선 단체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줄 것을 지시했다”며 “향후 모든 집회·시위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집회 주최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 직무대행은 회의를 마친 뒤 서부지법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향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법원 등 국가기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판사 등 위해 우려 대상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지난 18일~19일 이틀 간 서부지법 앞 집단불법 행위로 총 87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침입해 기물 파손 등 혐의로 연행한 46명은 7개서 형사과에서 수사하고 있다. 전날 서부지법 앞 집회 중 공무집행방해, 공수처 차량방해 등의 혐의로 40명을 입건, 11개 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서부지법 앞 불법집회에 나선 남성 1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번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담수사팀은 형사기동대 1개 팀이 맡는다.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추가 불법 행위자 및 교사·방조한 이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게 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경찰 신변 보호 심사위원회를 열고 20일 오전부터 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검찰, 검사 9명 규모로 전담팀 꾸려
법원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전 서부지법을 방문해 현장을 살폈고, 이어 낮 12시엔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이 직무대행 등 경찰청 지휘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찰관은 법치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존재고, 법원은 법치의 보루”라며 “경찰관들의 부상에 위로와 우려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법원 피습과 관련한 참혹한 상황과 법치의 훼손을 엄중하기 인식한다. 역사적 퇴보를 가져가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