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회전교차로 통행]
‘회전교차로(Roundabout)’에 들어가고 나갈 때 정확하게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차량의 비율입니다. 자동차 100대 중 깜빡이를 제대로 켜는 차량이 채 2대도 안 된다는 의미인데요.
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지난 8월에 전국 17개 시도의 37개 지점에서 차종 구분 없이 자동차 1만 4664대의 회전교차로 통행행태를 현장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회전교차로 진입 때 회전 중인 차량에 양보하는 비율은 88%로 나타났습니다. 회전교차로는 로터리와 달리 회전 중인 차량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양보해야만 합니다. 10대 중 9대 가까이가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 셈입니다.
하지만 회전교차로 진·출입 때 깜빡이를 정확하게 켜는지를 살펴봤더니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회전교차로에 들어갈 때는 좌측 깜빡이를, 나갈 때는 우측 깜빡이를 켜야만 하는데요.
이 규정을 모두 정확하게 지킨 차량은 겨우 1.9%에 불과했습니다. 진입하거나 진출할 때 한 차례만 깜빡이를 켠 경우는 6.0%였고, 아예 진·출입 때 깜빡이를 안 켠 차량은 92.1%에 달했는데요. 사실상 거의 모든 차량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부적으로 진입과 진출로 나눠서 보면 진입 때 좌측 깜빡이를 제대로 켜는 차량은 5.9%였으며, 3.7%는 반대로 점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예 안 켠 차량은 90.4%였고요.
또 회전교차로에서 나갈 때 정확하게 우측 깜빡이를 켠 차량은 3.8%였고, 역방향으로 점등한 경우는 2.4%였습니다. 93.8%는 깜빡이를 켜지 않았습니다.
회전교차로 진·출입 때 방향지시등을 정확히 켜야만 후속 차량 등 주변 차량이 이를 인지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요. 깜빡이도 안 켠 채로 들어오거나 나가다가는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회전교차로 설치 뒤에 교차로 내 사망사고가 70% 넘게 줄고, 통행시간도 18%가량 단축됐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보면 회전교차로가 다른 일반 교차로보다 교통안전 측면에서 유리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회전교차로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이는데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300건 넘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평균 12명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회전교차로에서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운전자들이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을 정확히 모르거나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공단이 지난 8월~10월 사이 전국적으로 2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 회전교차로의 통행방법을 물었더니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이 34.3%지만 “대략 알고 있다”는 답은 62.3%나 됐습니다.
여기에 “거의 모른다(3.4%)”를 합하면 65.7%가 회전교차로 통행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셈입니다. 운전자 10명 중 거의 7명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회전교차로 진·출입 시 방향지시등 점등 여부도 마찬가지여서 모두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39.5%에 그쳤습니다. 물론 정확히 안다고 답한 운전자들도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 같긴 합니다.
이렇게 보면 회전교차로가 본래 취지대로 사고예방 효과를 더 발휘하고, 사고도 줄이기 위해선 운전자들이 통행법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듯합니다.
▶교차로 접근 때 서행 ▶좌회전 차량은 안쪽 차로, 우회전 차량은 바깥쪽 차로 미리 선택 ▶진입 때 좌측 깜빡이 켜고, 먼저 회전 중인 차량에 양보 ▶진출 때 우측 깜빡이 점등을 꼭 준수하는 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