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한 달간 전공 수업 맡겨
15일 해당 대학 등에 따르면 A교수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17일까지 4주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를 위해 합숙에 들어가면서 해당 기간 본인 전공 교과목 2개(6학점)를 지도할 대리 강사로 같은 대학 가금류 관련 센터 소속 B교수(여)를 등록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이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진정서엔 A교수와 가까운 사이로 의심되는 B교수는 반도체와 무관한 조류독감 전문가로서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에게 논문 지도나 진로 상담을 해 줄 만한 연구·교육 실적이나 지식이 없다는 주장이 담겼다.
익명을 원한 제보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능 출제위원회에선 대리 강사에게 강의료를 지급하게 돼 있는데 A교수가 부적격자인 B교수를 강사로 쓴 것은 학습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수능 출제위원회에 재산상 손해를 끼쳐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2~2023년 수능 출제위원으로 자원한 A교수는 3학기 연속으로 학기 중 장기 출장을 다녀 학사 행정을 망가뜨리고 학생에게 피해를 줬다"며 "당시 주말 보강 수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과 조교에게 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엔 이 대학 학사관리과에 "A교수 수업이 부실하다"는 학생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당시 학과장은 "A교수는 이번 학기에 총 61일 출장을 냈다"며 과 교수 전체에게 근태·출장·보강 수업 등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가금류 박사, 반도체 실습 교육도 맡아
실제 해당 교육과 관련해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 측은 현장 실사에서 "A교수 연구비 집행은 모호하고, B교수의 수업 횟수·역할 등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A교수 등은 KIAT 측에 "바이오와 반도체를 융합해 지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A교수가 올해 외국 학술지에 실린 본인 논문에 B교수를 공저자로 표기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진정서엔 "모든 대학이 친인척 논문 공저를 엄격히 제한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논문에 전혀 기여도가 없는 B교수를 공저자로 표기한 것은 연구 윤리에 어긋난 데다 학교에서 논문 수당을 받으려 한 정황"이라는 주장이 포함됐다.
A교수 "동료는 반도체 전문가"
대학 측은 "최근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신고에 따른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 요청에 따라 지난달 14일 유관 부서에서 자료를 충실히 제공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후속 요청이 있으면 그에 따라 적절히 조사 또는 조처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