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6일 당대표직 사퇴 표명할 듯…與 비대위 출범 임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가 16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15일 공지했다. 한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여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한 상황에서 한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물러날 가능성이 있으며, 최종 결정은 당 대표 본인이 할 것”이라며 사퇴 기자회견임을 암시했다.

한 대표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의총에선 한 대표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주장이 잇달았지만, 한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그 이후로는 주말 내내 침묵을 지켰다. 다만, 주변에는 자신의 사퇴 여부와 거취 표명 시점, 당 수습책 등을 놓고 다양하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한 친한계 인사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애쓴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억울하게 쫓아내는 형국인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내부에서 무너졌으니 사퇴 외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입장을 밝히기 위해 로텐더홀로 나오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입장을 밝히기 위해 로텐더홀로 나오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날 장동혁·김민전·인요한·진종오·김재원 등 국민의힘 최고위원 5명은 탄핵안 가결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은 선출직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이 사퇴해 공석이 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당대회로 구성된 ‘한동훈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했음에도 전날까지 한 대표는 당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주변엔 “저는 아직 당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헌 96조 4항에는 ‘비대위원장은 당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또는 직무)대행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쥐고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대표가 말을 아끼는 사이 논란은 거세졌다. 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15일 “최고위원 4인 사퇴가 당대표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당헌에 따라 전국위 의장은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 조치를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국위 의장인 이헌승 의원은 “비대위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원내대표실을 나오고 있다. 왼쪽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원내대표실을 나오고 있다. 왼쪽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이 같은 혼란상은 한 대표의 기자회견 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때 한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이날 오후에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당 공보국이 ‘당대표는 기자회견을 계획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소동이 있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체제에 대해 “최고위원 5인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깊이 숙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3시 의총을 소집했다.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 전환을 비롯한 당 수습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도 오갔다. 6선 의원을 지내며 당직을 두루 경험한 데다, 탄핵 소추된 윤 대통령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그런 논의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