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탄핵 표결 전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선 부결 가능성이 거론됐다.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7명(김상욱ㆍ김예지ㆍ김재섭ㆍ안철수ㆍ조경태ㆍ진종오ㆍ한지아) 가운데 진종오 최고위원과 한지아 수석대변인이 찬성 아닌 기권 의사를 밝혔다. 또 비공개 의총에선 “고동진ㆍ김건ㆍ김소희ㆍ김재섭ㆍ안상훈 의원 등 친한계 초선 5명만 찬성으로 파악됐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서범수 사무총장과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등도 기권하겠다고 했다. "이탈표가 상당할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과는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찬성표가 9표 전후일 것이라 보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 개별적으로 접촉했다. 2명만 마음을 바꿔도 탄핵이 부결될 거란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야당 의원 192명이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여당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었다.
친한계 의원 일부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한 대표에 대한 성토는 더 커졌다.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에게 “한 대표를 의총장으로 데려오라”는 주문이 잇따르자, 박 의원은 “대표를 모셔오라고 하지 말아 달라. 대표가 사무실 방에 있는데 저도 못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호영 부의장이 “그래도 지금 대표를 모시고 올 사람은 박 의원밖에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비서실장을 그만두겠다”며 직을 던졌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한 대표를 찾아가 의총 참여를 요청했다. 잠시 뒤 의총에 나타난 한 대표는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짧게 말한 뒤 의원들에게 “질문을 하시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와 의원들 간의 설전이 시작됐다.
▶김미애 의원=“탄핵 찬성을 밝히기 전에 당원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나.”
▶한 대표=“여러분 의견 모아서 말한 게 아니다. 당 대표 입장에서 의견 낼 수 있다.”
▶김민전 최고위원=“한 대표가 윤 대통령 직무수행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더는 당 대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만두셔라.”
▶한 대표=“여러분, 비상계엄은 제가 한 게 아니다.”
▶김정재 의원=“(한 대표는) 우리 당이라고 할 수 없다.”
한 대표는 의총 참석 9분 만에 자리를 떴다. 한 대표 퇴장 직후 발언을 자청한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더는 미룰 필요가 없어졌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의총에 참석하기 전 “탄핵 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한 대표의 입장을 들어본 뒤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 최고위원이 직을 던지자 김민전ㆍ인요한ㆍ진종오 최고위원도 연달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