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자동차·빌딩·배·기계·가전 필수재료…현대 산업의 '쌀', 철

철운석부터 제강용 전기로까지 
철이 우리 곁에 오는 과정 살펴봐요  
소중 독자 여러분은 철(鐵)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원소기호 Fe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지만, 흔히 철을 사용해서 만드는 물건이 떠오를 거예요. 우리의 생활 터전인 집, 집과 학교를 오가는 자동차·지하철·버스, 이들이 달려서 건너가는 다리 등의 공통점은 철이 주요 재료라는 겁니다. 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철박물관을 찾아 철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충북 음성군 철박물관을 찾아 철에 대해 알아본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윤근혜(서울 이문초 4) 학생모델·권혜원(서울 당서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각자 아연을 도금한 철판과 망치, 스테인리스 철판을 들어 보였다.

충북 음성군 철박물관을 찾아 철에 대해 알아본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윤근혜(서울 이문초 4) 학생모델·권혜원(서울 당서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각자 아연을 도금한 철판과 망치, 스테인리스 철판을 들어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6327억 달러였어요.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15대 주력 품목은 반도체·자동차·자동차 부품·일반기계·석유화학·섬유·석유제품·철강·선박·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무선통신·컴퓨터·이차전지·가전이죠. 그중 2023년 수출 실적 1위는 반도체(986.3억 달러), 2위는 자동차(708.7억 달러), 3위는 일반기계(534.6억 달러), 4위는 석유제품(521.6억 달러), 5위는 석유화학(456.8억 달러), 6위는 철강제품(352.1억 달러), 7위는 자동차 부품(229.6억 달러), 8위는 선박(219.7억 달러)이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친환경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기차·SUV 등 고부가차량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했죠.  

우리나라 15대 수출 주력 품목에서 눈에 띄는 점은 철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품목이 많다는 겁니다. 2023년 수출 2위 자동차를 예로 들면 승용차·화물차·특장차(소방차·사다리차·탱크로리) 등은 차체를 철판으로 만들죠. 또 굴삭기·농기계 등을 포함하는 3위 일반기계 역시 만들 때 철이 필요합니다. 6위인 철강제품(교량·철탑·강판 등)과 8위인 선박(여객선·화물선·예인선 등) 역시 철이라는 소재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죠. 이는 철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철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철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철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철박물관은 철의 유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공간을 목표로 2000년 설립됐어요. 근대 산업 유산을 포함해 철과 관련된 다양한 유산을 수집·보존·연구해 철의 중요성을 대중과 공유·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한민호 철박물관 학예연구원이 철과 관련된 여러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 1층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습니다.  

한민호(맨 왼쪽) 학예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인류의 철 생산 기술 변천사를 설명했다.

한민호(맨 왼쪽) 학예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인류의 철 생산 기술 변천사를 설명했다.

철과 함께한 인류의 역사  


먼저 철의 정확한 정의부터 알아볼까요. 철은 원소기호 Fe, 원자번호 26번이며, 녹는점은 약 1535℃예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철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대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된 산화철로, 주로 적철석(Fe2O3)이나 자철석(Fe3O4)처럼 철광석의 형태예요. 철광석의 90%는 지금으로부터 약 25억~16억 년 전 지구에서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박테리아가 발생시킨 산소와 바닷물에 녹아 있던 철이 결합해 만들어진 호상철광층에서 채취하죠. 철이 암석과 섞여 있으면 철광석, 모래와 섞여있으면 사철이라 해요.  

전시실에서는 호상철광층에서 채취한 여러 종류의 철광석과 사철을 실제로 살펴볼 수 있어요. 철의 함량이 70%에 이르고 매장량도 풍부한 적철석, 72%가량의 철을 함유하며 강한 자성을 가진 자철석, 자철석이 분해돼 모래알 모양으로 존재하는 사철(Iron Sand) 등이죠. 광산이나 지표에서 덩어리 상태, 혹은 산이나 물에서 모래와 같은 작은 알갱이 상태로 채취한 철광석은 용광로 등에 넣고 녹여서 철만 분리·추출하는 제련 작업 후 사용합니다.  

우빈 학생기자가 "인류가 처음 사용한 철은 운석에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인류는 운석에서 철을 어떻게 분리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운석은 별똥별·유성이라 부르는 물질이 지구의 대기와 충돌하고 떨어져 남은 것입니다. 운석은 주로 규산염 광물로 이뤄진 석질운석, 주로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뤄진 철운석, 석질운석과 철운석이 거의 반씩 섞인 석철운석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죠. 그중 철운석이 금속용품 제조를 위해 고대에 사용된 사례가 있어요.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철로 알려진 철운석. 운석의 일종인 철운석은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뤄져 있다.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철로 알려진 철운석. 운석의 일종인 철운석은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뤄져 있다.

"철운석은 우주에서 왔고,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운석 속의 철 또한 거의 산화되지 않는 상태로 존재하죠. 또 철운석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할 때 빠른 속도로 공기와 부딪히면서 고열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순물이 제거돼서 철광석처럼 별도의 제련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죠. 고대인들은 철운석의 철을 하늘에서 내려온 특별한 재료로 여겨 의식용 도구나 장식품으로 만들어 사용하곤 했어요."  

실제로 2016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동기 후기에 해당하는 BC 1333~1323년 재위했던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단검이 운석에서 추출한 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죠. 이 단검은 고대 이집트에서 본격적인 철기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만들어져 그 제조 과정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는데요. 철운석이 재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밀이 풀렸죠.  

한반도에 살던 우리 조상 역시 오래전부터 철을 활용했어요. 가야의 철기 조각과 쇠로 만든 갑옷, 백제의 칠지도, 신라의 철정(鐵鋌), 고려의 철조 석가불좌상 등이 유명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군상과 소재를 생생하게 그려낸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그림 '대장간'을 통해 조선시대 철 가공의 모습을 살펴봤어요. 쇠를 뜨겁게 달구는 단야로(화로), 달군 쇠를 쇠망치로 내리치는 사람, 다 만든 연장을 숫돌에 갈고 있는 사람,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인 풀무에 바람을 넣는 사람 등이 묘사된 그림이죠. 대장간은 철 덩어리를 달구어 담금질과 메질을 하거나, 철 덩어리를 녹여 거푸집에 부어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생산 도구나 공구를 만들던 곳으로 주로 큰 마을이나 시골의 장터에 있었어요.  

윤근혜 학생모델이 철을 철광석에서 분리하는 화석연료 중 하나인 숯을 살폈다.

윤근혜 학생모델이 철을 철광석에서 분리하는 화석연료 중 하나인 숯을 살폈다.

"조선 초기에는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철 생산과 유통이 이뤄졌어요. 당시 철은 철장(鐵場)과 같은 관리 시설에서 철광석과 숯을 사용해 제련했는데, 주조(鑄造)용 철인 수철과 단조(鍛造)용 철인 정철로 분류해 사용했어요.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농기구·생활용품·무기 제작에 철을 사용했고, 주로 군인과 죄인, 철장 인근의 농민이 제작을 담당했죠. 조선 후기에는 철 생산이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대를 이어 철을 전문적으로 제련하는 가문, 숙련된 기술자들도 등장했죠."  

한 학예연구원의 설명을 듣던 근혜 학생모델이 "단조와 주조의 차이점"을 궁금해했어요. 단조는 가열한 철 덩어리를 망치로 두드리거나 압축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가공법으로 농기구나 무기를 만드는 데 적합해요. 철은 탄소 함량에 따라 강도가 달라져요. 철을 숯불에 달궈 두드리면 불순물 제거는 물론, 철의 분자 구조가 변하면서 탄소 함량을 조절할 수 있어 강한 충격을 견디는 도구나 물건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사람이 계속 두드려야 하므로 대량 생산이나 균일한 품질 유지가 어렵습니다.  

주조는 액체 상태의 철을 금형(틀)에 부어 제작하는 방식이에요. 얼음틀에 물을 부은 뒤 얼리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단조보다 복잡한 형태의 물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죠. 솥·주전자와 같은 용기류나 복잡한 형태의 물건을 만드는 데 적합하며, 균일한 품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죠. 하지만 단조처럼 불순물과 탄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도 합니다.  

변우빈 학생기자·윤근혜 학생모델·권혜원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철박물관을 찾아 철 생산 역사와 철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철박물관 야외에는 조선시대 제철유적인 경주 용명리 석축형 제철로가 포함된 유구를 옮겨와 전시 중이다.

변우빈 학생기자·윤근혜 학생모델·권혜원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철박물관을 찾아 철 생산 역사와 철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철박물관 야외에는 조선시대 제철유적인 경주 용명리 석축형 제철로가 포함된 유구를 옮겨와 전시 중이다.

 
조선시대 제철로와 현대의 용광로·전기로

철박물관 야외 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제철유적을 직접 살펴볼 수 있어요. 경주 용명리 석축형 제철로가 포함된 전체 길이 19.5m, 너비 3.8m의 직사각형 유구(遺構)가 그 주인공이죠.  

"경주 건천읍 용곡 저수지 수몰지구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제철유적에서 발견된 이 유구는 조선시대 철 생산의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에요. 유구 뒤쪽에서 상평통보와 옹기편 등이 발견돼 제철로의 사용시기가 19세기 중엽임을 추정할 수 있어요. 그러나 유적이 위치한 지역이 저수지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길 위험이 있어 문화유산법에 따라 이전 결정이 내려졌죠. 철박물관에서는 이 유구가 조선시대 철광석과 숯을 사용한 철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제철 기술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연구 및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전했어요."

이 유구는 숯 생산이 쉬운 산림이 우거진 경사면에 위치했으며, 앞쪽에는 하천이 있어 재료나 생산된 철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유구의 구조를 살펴보면 중심부에 제철로가 있고 그 양쪽으로 숯과 철광석을 옮기는 이동로가 있죠. 제철로 앞쪽에는 생산된 철이나 광석을 제련한 후에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slag)를 꺼내는 구멍이 있고, 내부에는 사각형의 송풍구가 있어 오늘날의 용광로와 비슷한 구조인 것을 알 수 있죠.  

철을 이용해 만든 비행기·배·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은 물류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으며, 나라 간 교류를 촉진시켰다.

철을 이용해 만든 비행기·배·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은 물류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으며, 나라 간 교류를 촉진시켰다.

 
한 학예연구원이 "이렇게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려면 불을 피워 약 1500도의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연료가 필요해요. 인류는 오랜 세월 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연료를 찾았죠"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을 제철로 옆 철을 녹이는 연료들 쪽으로 이끌었어요. 나무를 숯가마에 넣어 구워낸 검은 덩어리의 연료인 숯, 태고 때의 식물질이 땅속 깊이 묻혀 오랫동안 지압·지열을 받아 생긴 석탄, 석탄(역청탄)을 1000~1300℃의 고온으로 가열해 발열량이 많은 연료로 가공한 코크스 등 여러 화석 연료가 전시됐죠.  

숯·석탄·코크스를 살피던 혜원 학생기자가 "철을 생산하는 과정"을 궁금해했죠. 질 좋은 철을 생산하려면 1500℃ 이상 온도의 불, 불이 만든 온도를 유지하고 철광석의 철이 산소와 분리되는 환원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爐)가 필요합니다. 개방된 장소에서는 광석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노 시설을 만들어 열이 발생하는 영역을 에워싸 열효율을 높이고, 공기의 이동통로를 만들어 공기의 양을 조절하는 거예요. 또 철광석과 함께 노에 들어간 연료가 잘 탈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고, 노 내부의 공기량도 조절해 연소와 환원 작용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송풍장치 등이 필요하죠.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용광로(鎔鑛爐)가 바로 대표적인 노입니다. 포항제철소 등 대규모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용광로는 높이가 110m에 이를 정도로 크고 거대해서 고로(高爐)라고도 불리는데요. 제철소에서 강철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먼저 용광로에 넣기 좋은 크기로 자른 철광석, 코크스와 같은 화석연료, 불순물을 제거하는 석회석을 안에 두고 1200℃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그러면 연료 역할을 하는 코크스가 타면서 최대 2300℃ 정도 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철광석이 녹아 쇳물이 돼요. 용광로에서 갓 나온 쇳물은 탄소 함량이 높고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선철(銑鐵)에 해당하는데요. 쇳물에 불순물이 없어야 철이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아요. 그래서 쇳물을 전로(轉爐)에 넣고 산소를 불어 넣어 규소·인·황 같은 불순물을 산화·제거하고 탄소 함량도 조절하죠. 전로에서 나온 깨끗한 쇳물은 용강(鎔鋼)이라 부르는데, 용강을 틀에 넣어 냉각·응고시키면 가공하기 편한 모양과 크기로 만든 철 덩어리, 즉 반제품이 되죠.  

철은 탄소 함유량 조절 및 다른 금속 원소와의 결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철은 탄소 함유량 조절 및 다른 금속 원소와의 결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철은 함께 들어있는 탄소의 양에 따라 성질과 이름이 다릅니다. "99.99% 철(Fe)로만 이뤄져 이외의 다른 원소는 거의 들어 있지 않은 것을 순철이라 해요. 우리는 철이 딱딱하다고만 생각하는데요. 순철은 탄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굉장히 무르지만, 대신 연성과 전기전도성이 뛰어나 전자제품이나 연구용 재료로 활용되죠. 탄소 함량이 0.1% 이하로 낮아 손으로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무른 철은 연철이라 하며 가공이 쉬워 배관, 차량 외장재 제작에 적합해요."

탄소 함량이 0.1~1.7%인 강철은 탄소강·보통강으로도 불러요. 단단하면서도 강도가 높아 칼날이나 자동차·건축·공업용 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하죠. 탄소 함량이 1.7~4.5%인 선철은 단단하고 마찰에도 닳지 않고 잘 견디는 성질이 있어 기계부품, 자동차 기어나 브레이크 생산 등에 적합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철박물관 2층 전시실 '두드리면 변하고' 코너에서 직접 강철판을 망치로 두드려봤습니다. 커다란 망치를 양손에 들고 온 힘으로 두드렸는데도 강철판 표면에는 망치 자국이 조금 남았을 뿐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았어요. 자동차·선박의 몸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강철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망치로 강철판을 직접 두드려봤다. 강철은 비행기·자동차·선박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망치로 강철판을 직접 두드려봤다. 강철은 비행기·자동차·선박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철은 거의 모든 원소와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금속 원소를 추가해 단점을 보강할 수도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강철에 탄소 이외에 금속 원소를 하나 이상 섞어 만든 금속인 합금강이죠. 강철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녹이 잘 생긴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강철에 소량의 크롬(Cr)과 니켈(Ni)을 섞은 스테인리스강은 녹이 잘 슬지 않고 고온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주방용품은 물론 건축의 외벽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쓰이죠.  

제철소를 통해 철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만들려는 제품의 특성에 맞게 철의 강도와 성질을 조절하는 기술을 갖추면서 인류의 문명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고대로부터 농기구·무기·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던 철은 근현대에 들어서며 고층빌딩·아파트·교량 건설과 같은 건축, 자동차·기차·비행기 등 교통수단 제작, 텔레비전·냉장고 등 가전기기 생산, 인공위성·우주선·우주복 제작 등 우주 과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쓰이게 됐죠. 또한 육지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섬은 대교로 연결되며 이동 시간을 대폭 줄였고, 철로 제작한 배·비행기를 이용한 물류가 발달하면서 나라 간 교류·무역도 활발해졌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철은 수명이 다해 녹이 슬어 고철이 되어도 재활용해 철강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앞서 설명한 용광로에 철광석·코크스·석회석을 넣어 선철을 만드는 걸 제선(製銑)공정이라 해요. 고철을 주원료로 새로운 철을 만드는 방법은 제강(製鋼)공정이라 하죠. 제강공정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전기로제강법이에요.  

변우빈 학생기자가 연철로 호루라기를 만들어 손으로 구부릴 수 있을 정도의 무른 성질을 가진 연철의 특성을 살폈다.

변우빈 학생기자가 연철로 호루라기를 만들어 손으로 구부릴 수 있을 정도의 무른 성질을 가진 연철의 특성을 살폈다.

 
철박물관 야외전시실에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된 전기로와 제강공정에 필요한 일련의 설비들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일본 우라야마(URAYAMA) 회사에서 제조한 전기로는 동국제강 부산공장에 설치해 1966년 10월 가동을 시작해 1980년까지 약 15년간 약 140만 톤의 강철을 생산했죠. 196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을 견인한 철강 산업의 시초가 되는 산업시설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556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전기로 앞에는 고철 덩어리, 대형 파쇄 추, 전기 마그넷 등이 있었어요. "전기로 제강의 첫 번째 공정은 고철을 수집하고 고철 덩어리를 잘 녹이기 위해 전기로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파쇄하는 겁니다. 그래서 20톤에 달하는 대형 파쇄 추를 기중기에 매달아 고철을 눌러 조각내거나, 크기를 줄이죠."

알맞은 크기가 된 고철은 전기 마그넷의 자성을 이용해 들어 올려 전기로에 넣어요. 그리고 전기로에 전기를 투입하면 내부에 발생한 열로 녹아 쇳물이 되죠. 고철에는 슬래그라 불리는 여러 불순물이 섞여 있는데, 철에 비해 가벼워서 쇳물 위로 뜹니다. 전기로의 오른쪽과 왼쪽을 자세히 보면 각각 구멍이 뚫려 있는데요. 슬래그를 버리는 용도인 오른쪽 구멍은 왼쪽보다 위치가 좀 높죠. 오른쪽 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불순물은 슬래그 박스에 담고, 왼쪽 구멍으로 빠져나온 쇳물은 흐름과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레이들(Ladle)과 턴디시(Tundish)를 거쳐 냉각해서 반제품으로 성형하는 몰드 튜브(Mold Tube)로 갑니다.  

철박물관 야외 전시에서는 산업현장서 15년간 약 140만톤의 강철을 생산한 전기로를 살펴볼 수 있다.

철박물관 야외 전시에서는 산업현장서 15년간 약 140만톤의 강철을 생산한 전기로를 살펴볼 수 있다.

전기로와 관련 설비들을 살피던 혜원 학생기자가 "철강 산업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죠. "철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오염 물질은 이산화탄소와 슬래그예요. 철광석을 녹이고 환원하기 위해 코크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제철 과정에서 생기는 고체 폐기물인 슬래그는 환경 부담을 유발하죠. 방금 여러분이 살펴본 전기로는 고철과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또 공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저장·재활용하는 기술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활용하고 있죠. 더 나아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한 철강 제조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요."

철광석 조각부터 철과 관련된 여러 유물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장옥희 선생님과 연철로 호루라기를 만드는 체험에 나섰어요. 먼저 가로세로 4x1cm  크기와 가로세로 5x1.5cm 크기의 연철판 두 장을 준비합니다. 작은 연철판을 가로 방향, 큰 연철판을 세로 방향으로 하고, 작은 연철판을 큰 연철판 상단 뒷면에 놓은 뒤 작은 연철판의 양옆을 큰 연철판 쪽으로 접어주면 입김을 불어 넣는 구멍인 취구(吹口)가 만들어지죠.  

고철을 전기로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파쇄할 때 쓰는 대형 파쇄추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

고철을 전기로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파쇄할 때 쓰는 대형 파쇄추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

 
이 취구를 작은 연철판 쪽으로 90도 꺾어주고, 큰 연철판 하단을 취구가 꺾인 방향 반대편으로 둥글게 말아주면 울림통이 완성돼요. 여기에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구슬을 넣으면 호루라기 완성입니다. 취구로 숨을 불어넣으면 구슬이 울림통 안에서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죠. 구슬을 호루라기에 고정하고 싶으면 연철판에 송곳으로 미리 구멍을 뚫어서 구슬을 매달아 놓을 줄을 매어두면 됩니다. 탄소량이 0.1% 이하로 낮아 손으로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무른 연철의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철의 정의와 종류부터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철, 용광로와 전기로를 이용한 철 생산방법까지. 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알아봤는데요. 인류가 철을 더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인류의 문명 역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앞으로 철은 인류와 함께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요. 다양한 종류의 철로 가득한 우리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며 생각해 보세요.

동행취재=권혜원(서울 당서초 6)·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학생기자·윤근혜(서울 이문초 4) 학생모델 

현대 인류 문명과 철
철은 건설·자동차·조선·기계·가전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돼 '산업의 쌀'이라 불리죠. 현대 인류 문명에 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철을 많이 사용하는 분야를 통해 알아봅시다.  

서울 성수대교의 모습. 중앙일보DB

서울 성수대교의 모습. 중앙일보DB

 
건축: 우리는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각 나라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인 시대를 살고 있어요. 과거 인류는 건물이나 다리를 나무·벽돌·콘크리트 등으로 지었는데, 이들의 내구성이나 강도는 무게 지탱에 한계가 있어 고층 건물을 짓기 어려웠습니다. 1860년대 프랑스에서 콘크리트에 철근을 함께 사용하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이 발명되고, 건축물의 뼈대를 철재로 한 철골 구조가 널리 쓰이면서 초고층 빌딩을 빠르고 안전하게 지을 수 있게 됐어요.  

철을 이용해 만든 비행기·배·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은 물류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으며, 나라 간 교류를 촉진시켰다.

철을 이용해 만든 비행기·배·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은 물류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으며, 나라 간 교류를 촉진시켰다.

교통수단: 자동차·기차·비행기 등 우리가 이용하는 교통·운송수단 또한 철이 주요 소재예요. 기차·트럭은 육지에서 필요한 양의 물품을 원하는 장소에 보낼 수 있는 물류 발달에 크게 기여했고, 바다를 건너는 배와 비행기 덕분에 국가 간 무역 교류도 원활해졌죠. 우리가 수입산 식품이나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수술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여러 도구들. 중앙일보DB

수술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여러 도구들. 중앙일보DB

 
의료: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술용 칼·집게·가위는 물론 각종 검사용 기계 장치도 철이 주요 재료예요. 특히 합금의 한 종류인 스케인리스강은 소독을 철저히 하면 인간의 몸에 닿아도 해가 되지 않고, 쉽게 녹이 슬거나 변형되지 않아 의료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죠.  

누리호 발사 장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호 발사 장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 인공위성·우주선에는 스테인리스강,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 등 여러 특수강과 합금이 소재로 사용돼요. 우주의 온도 변화는 최고 200도가 넘고 우주선 내부와 밖의 압력 차이도 극심한데요. 우주비행사들은 이 같은 온도와 압력의 변화를 견디기 위해 일명 '스틸섬유'라고 불리는 철강으로 만들어진 아주 가는 실로 제작된 우주복을 입죠.  

핸드폰·태블릿PC·컴퓨터의 내부 부품 제작에도 철이 사용된다. 소년중앙DB

핸드폰·태블릿PC·컴퓨터의 내부 부품 제작에도 철이 사용된다. 소년중앙DB

 
일상생활: 집 안 곳곳에도 철을 사용한 제품이 있어요. 거실 텔레비전과 부엌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과 식기, 욕실 수도꼭지와 샤워기에도 철이 사용되죠. 또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기인 컴퓨터·스마트폰에도 여러 종류의 철이 들어있습니다.
철박물관
위치: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영산로 360

운영시간: 화~토,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 일·월요일, 추석 연휴, 동절기(12월말~1월(월~금) 야외전시만 운영)
입장료: 무료
문의: 043-883-2321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철박물관을 방문해 철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알게 됐어요. 철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지를 배우며 철의 소중함을 깊이 느꼈죠. 철광석에서 시작해 고로·전기로를 거쳐 여러 가지 철로 변하는 과정은 마치 긴 여정을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또 연철을 사용해 호루라기도 만들어봤는데요. 금속조각이 의미 있는 물건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철이 단순히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중요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권혜원(서울 당서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철의 역사를 배운다는 점에서 기대됐어요. 역사를 배우는 건 재밌고 흥미롭거든요. 전시실 1층 입구부터 제 시선을 사로잡은 철운석. 우주에서 떨어진 철운석에 철이 포함돼 자석이 붙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인상 깊었어요. 또 조선시대에 쓰인 철을 만들던 경주 용명리 석축형 제철로가 포함된 유구가 야외에 전시돼 있었는데요. 조선시대에서는 현대와 비교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철을 만들어 쓴 조상님들의 지혜가 존경스러웠어요. 예전에 대장간 체험을 해봤는데 그땐 단순히 철이 생활 도구와 장신구 만들기 정도의 쓰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취재로 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철을 친숙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

철박물관에 가서 철의 제조 과정과 다양한 사용 분야를 보며 흥미로웠어요. 항상 철로 만들어진 완제품만 보았는데 완제품이 되기 전 철광석 상태의 철을 보니까 이게 내가 알던 텀블러나 현관문 등이 된다는 게 정말 놀라웠죠. 철박물관에서 조선시대 철 생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경주 용명리 석축형 제철로가 포함된 유구도 둘러봤는데, 진짜 대장장이가 된 느낌이었어요. 특히 제가 직접 연철로 호루라기를 만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연철을 이리저리 굽히면 뚝딱 호루라기가 만들어진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다음에 다시 부모님과 같이 가고 싶어요.

윤근혜(서울 이문초 4)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