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16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장비를 발표하며 ‘세계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창업 2세 곽동신 부회장(대표이사)은 이날 회장으로 승진했다.
한미반도체가 이날 공개한 ‘TC본더 그리핀 슈퍼 본딩 헤드’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로 각광받는 HBM 제조에 필수 장비다. HBM은 D램 메모리를 위로 층층이 쌓은 뒤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만든다. 열압착(TC) 본더는 열과 압력을 가해 쌓은 D램들을 연결하는 장비다.
회사는 “신제품 TC본더는 새로운 본딩 헤드를 적용해, 반도체 칩을 쌓는 생산성과 정밀도가 대폭 향상됐다”라며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의 차세대 HBM 생산에 적극 활용돼 내년 회사 매출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이날 밝혔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생산성을 높인 국산 TC본더를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한 뒤, 최근까지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독점 공급해왔다. 메모리용 장비 시장은 메모리 업황에 따라 요동하지만, HBM용 장비 시장은 AI 열풍과 함께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지난 2년간 한미반도체 주가는 7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싱가포르 장비 업체인 ASMPT와 한화정밀기계 등 후발 주자들이 HBM용 TC 본더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하려 타진하는 등 한미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곽동신 회장은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블랙웰’도 한미반도체 TC본더로 생산한다”라며 “세계 점유율 1위의 위상과 경쟁력에는 변함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미반도체는 HBM 1위인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에도 올해부터 HBM용 TC 본더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미국 빅테크의 AI 칩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 법인 설립과 현지 고객사 A/S 에이전트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사는 곽동신 부회장의 회장 승진 인사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한미반도체(구 한미금형)를 설립한 고(故) 곽노권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했고 2007년부터 부회장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번 회장 승진은 1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