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임원진과 만나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정말 특별하다”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의 큰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대한민국과 미국은 혈맹을 넘어서 경제적, 총체적 동맹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며 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불확실한 상황에 이 대표의 훌륭한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는 “다국적 기업이건, 국내 기업이건 기업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과 미국 간 무역 및 통상 활동을 증진하고자 만든 비영리단체다.
이처럼 12·3 계엄 사태 후 이 대표의 외교 ‘우클릭’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대표는 CNN(5일) AP통신(6일), 월스트리트저널·아사히신문(9일), 뉴욕타임스(10일) 등 미국·일본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선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며 “(나는) 극도로 정파적이지 않은 현실주의자”라고 설명했다.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에 거론되던 외교 책사를 북한 임무에 지명했다”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러시아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에서도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한다’는 1차 탄핵안의 문구를 삭제했다. 강선우 민주당 국제위원장은 12일 이를 공지하며 “민주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굳건히 지지한다. 한일우호 협력관계 역시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이 대표도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 대표는 그간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6월 싱하이밍 중국 대사와 만났을 때 15분가량 쏟아진 싱하이밍 대사의 ‘작심 발언’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 굴욕 외교라는 비난도 휩싸였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국 정부의 태도가 마땅치는 않다”고 수습하려 했지만, ‘더불어공산당’ ‘리짜이밍’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중국-대만 문제에 대해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고마워) 하면 되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대선을 대비한 중도층 잡기 포석으로 해석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도와 보수층에서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친중(親中)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외통위원은 “윤 대통령이 벌인 계엄 선포, 내란 행위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미국의 가치와 정반대되는 행위”라며 “미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수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