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제1회 림문학상 대상에 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습작기가 길었기 때문에 수상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이번 상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이란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열림원 '제1회 림LIM 문학상' 대상작 '눈사람들, 눈사람들'의 작가 성수진이 19일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열림원 '제1회 림LIM 문학상' 대상작 '눈사람들, 눈사람들'의 작가 성수진이 19일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출판사 열림원이 주간하는 '제1회 림 문학상'에서 단편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대상을 받은 성수진(37) 작가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대상 작품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낯선 곳에 도착하고 또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화재 사고로 인연을 맺은 주인공 수현과 연지는 대전 원도심을 산책하며 옛 도청 청사 건물 옆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숲에 둥지를 튼 백로 무리를 발견한다. 시간이 흘러 청사 건물이 헐리고, 숲과 함께 백로가 떠나면서 두 주인공도 이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림원 '제1회 림LIM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포도알만큼의 거짓'의 이돌별 작가(왼쪽에서 세번째)가 19일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림원 '제1회 림LIM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포도알만큼의 거짓'의 이돌별 작가(왼쪽에서 세번째)가 19일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성 작가는 "실제 제가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며 "청사가 철거되고 백로가 떠나면서 느낀 상실감을 소설로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시다 숲에 수십 마리의 백로 무리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은 "작품의 대표적인 심상"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 모습이 마치 나무 위에 눈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여 작품 제목도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지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한 쓰기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안윤 작가는 "상실의 불가피함과 삶을 향한 긍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수작"이라는 평을 남겼다.

'경계 없음'과 '다양성', '펼쳐짐'을 모티브로 신설된 림 문학상은 응모 자격과 작품의 내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런 만큼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 대거 접수됐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심사위원인 소영현 평론가는 "다른 문학상 응모작과 비교했을 때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며 "순문학 만이 문학이 아니라 어떤 실험이라도 가능한 것이 문학이라는 상의 취지에 맞는 작품이 많이 응모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4년 림문학상 우수상은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 가작은 고하나의 '우주 순례', 이서현의 '얼얼한 밤',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에 돌아갔다. 올해 림문학상에는 894편이 응모됐다. 심사는 연령, 등단 여부, 장르, 형식을 구분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영현 문학평론가, 소설가 김병운과 안윤, SF 평론가 심완선이 심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