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개헌 필요성 분명…尹 사태는 헌법 부족 아니다”

우원식 국회 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 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은 19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헌법은 시대 변화를 담아야 하는데,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운 시기의 큰 변화를 헌법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그 병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권력 구조적으로 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우 의장은 앞서 5년 단임 대통령제 문제를 제기하며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 때를 제시했다.

우 의장은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윤 대통령의 일은 헌법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헌법과 법률의 요건과 절차를 따지지 않은 오판”이었다며 “그래서 윤 대통령의 문제는 개헌과 꼭 관련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가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헌법과 계엄법에 국회의 역할이 정리돼 있는데도 오판하는 분들이 있어서 앞으로 국회가 이 부분(계엄 선포)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실하게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그렇게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난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장실

지난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장실

우 의장은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 등 6건의 쟁점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선 “한 대행은 야당에 설명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야당은 설명이 많이 된 것 같지 않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의요구가 있었다는 그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자신의 인지도가 높아진 데 대해선 “제 개인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을 2시간 반 만에 의결로 해제한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회를 감싸고 도와준 시민과 보좌진들 모두에게 드리는 국민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국회 토르’라는 별명이 붙은 데 대해선 “아주 재밌게 봤다. 젊은 사람들 속에 들어간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 도전은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우 의장은 계엄·탄핵 사태로 저하된 국가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에 국회의장 특사 형식의 의원 외교단을 구성할 것”이라며 “5∼6개 팀으로 여야가 구성에 합의했고, 함께 가는 것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