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사업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 부문이 매각 대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사업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뉴스1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른 롯데그룹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가 주류 사업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매각 후보군으로 계속 주시하는 분위기다.
19일 롯데그룹은 일각에서 제기된 주류 사업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라며 “주류 사업은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사업 부문이라 매각을 검토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상품은 ‘처음처럼’ ‘새로’ 등 소주와 ‘클라우드’ ‘크러시’ 등 맥주다.
석유화학·유통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중장기 전략에 맞지 않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바이오·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투트랙’ 방식이다. 지난 6일엔 렌터카 시장 1위인 롯데렌탈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지난 6일 롯데그룹은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탄을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1조6000억원 규모다. 중앙포토
IB 업계에선 롯데렌탈과 함께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 롯데캐피탈 등을 매각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 4일 롯데케미칼은 건자재 사업 매각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 공시를 하기도 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지 않아 분리하기 용이하거나 롯데캐피탈처럼 과거에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었던 사업들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 주류 사업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며 매각설이 흘러 나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3조10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2조3063억원) 대비 34.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757억원으로 지난해(2027억원)보다 13.3% 줄었다. 이 가운데 주류 사업은 영업이익이 24.5%가량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4.1%를 기록해 음료 사업(7.4%)보다 부진했다.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내수 소비 둔화와 재료비 증가 등 영업 환경이 악화했다”라며 “주류 사업은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은 늘었지만, 광고판촉비가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줄었다”라고 분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투자은행(IB)업계에서 주류 사업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모습. 연합뉴스
주류 업계에선 일부 사모펀드가 주류 사업에 관심을 갖고 매각설을 재생산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류 사업은 전국 영업망을 활용한 네트워크 사업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 개선의 여지가 많단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9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오비맥주를 18억 달러(약 2조 6130억원)에 인수해 5년만인 2014년 58억 달러(약 8조4200억원)에 매각해 차익을 거둔 사례도 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팔 생각이 없다는데,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매각설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라며 “롯데가 주류 사업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