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일부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상욱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서 요즘 색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장에 저는 갈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울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찬성투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서 "솔직히 말하면 살해 협박도 많고 왕따도 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 의원을 향한 당 안팎의 압박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면서 "계엄을 막은 정치인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하거나 위협을 가한다면 민주 공화정에 살 자격이 없다"며 성토했다.
조 의원은 지난 17일 SBS 라디오에서도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의총장) 안에서 비난하고 큰소리쳤다"고 전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고 요구하는 등 색출을 시도한 데 대한 공개 비판이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이른바 '강성 친윤(친윤석열)' 성향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 총선 백서 관련 조사 등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탄핵안 가결 이튿날에는 한 의원이 "이제 지켜야 할 108명이란 숫자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90명이라도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지역적 한계가 원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명이 영남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도권은 18명에 불과하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80명이든 90명이든 배신자들 다 몰아내고 우리끼리 하자는 얘기의 속내가 무엇이겠나"라며 "당을 이른바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해 버리고 권력을 잃는 한이 있어도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의원 배지'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