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국가가 18억 배상해야...74년 만에 판결

부산지법 부산고법 건물 앞 깃발. 연합뉴스

부산지법 부산고법 건물 앞 깃발. 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경남 산청·함양 지역에서 국군에 의해 숨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1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건 발생 74년 만에 나온 국가 배상 판결이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15명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8억2583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1심서 공소시효 지났다며 유족 패소했지만 2심서 뒤집혀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2월 산청 4개 마을과 함양군 2곳에서 주민 705명이 영문도 모른 채 국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국군은 유엔군 참전 이후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일부가 지리산 등지에 숨자, 공비토벌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까지 사살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1996년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이후 희생자 유족으로 등록됐지만, 현재까지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별다른 보상이나 배상을 받지 못했다.

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유족회가 1995년 12월 13일 당시 신한국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던 모습. 사진 중앙포토

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유족회가 1995년 12월 13일 당시 신한국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던 모습. 사진 중앙포토

 
1심은 유족들이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이 끝난 2010년 6월 30일로부터 3년 이내인 2013년 6월30일까지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민법 766조 1항에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공소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산청, 함양 사건과 유사한 거창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한 2022년 10월을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소멸시효 3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위자료 많게는 4억, 적게는 4000여만원…정부 불복해 상고

 
2심 재판부는 다른 민간인 희생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사망자 본인은 1억원, 생존한 사망자의 배우자는 5000만원, 부모와 자녀는 각 2000만원, 형제자매는 1000만원으로 위자료 기준을 정했다. 상속 관계와 지분에 따라 유족들이 받게 될 위자료는 많게는 4억3800만원, 적게는 425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판결에 정부는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김재생 산청·함양 양민 희생자 유족회장은 “74년 만에 첫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유족 732명 중 이제 남은 사람은 164명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더는 유족들을 괴롭히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이제라도 일괄 배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