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권' 투톱 체제로…계엄사태 4주만에 대국민 사과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5선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5선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안정을 택했다. 당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 권영세 의원을 24일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열흘 만이자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새 비대위는 국정 안정과 함께 당의 화합과 변화란 중책을 맡아야 한다. 권 의원은 실력과 통합의 리더십을 인정받아 정부와 당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의총 참석 의원들은 박수로 만장일치 추인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2002년 8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서울 영등포을(16~18대)과 서울 용산(21·22대)에서 다섯 차례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주중대사를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외교·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2012년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으로, 2022년엔 선대위 선대본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선 윤 대통령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및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끝에 선대위를 해체했을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아 잡음 없이 대선 캠프를 재정비했다. 이후 인수위 부위원장도 지냈다.

비대위원장 지명엔 권 의원의 이런 풍부한 정치 경험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권 의원이 당을 조속히 안정시켜 대선 체제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탄생 공신이기도 한 권 의원의 ‘친윤’ 꼬리표에 대한 비판도 상존한다. 윤 대통령이 벌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궤멸 위기에 처한 여당의 투톱을 모두 친윤 중진이 맡은 데 따른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권영세·권성동이란 ‘원조 친윤’ 투톱 체제를 구축해 ‘도로 친윤당’을 택했다”(박홍근 의원)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여당 지도부가 친윤 색채를 탈피하는 것이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게 비대위원장의 첫 번째 책무”라고 말했다.

당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둘로 쪼개진 당심을 다시 붙이는 것도 새 비대위원장의 주요 역할로 꼽는다. 이날 권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선 쇄신해야 하고, 쇄신을 위해선 우선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당직 및 비대위 구성도 계파를 불문한 화합형 인선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권 의원은 비대위가 출범하는 30일께 계엄 사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