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빗장 풀리지만, 대출 완화 수준은 은행마다 제각각

지난해 하반기 대출 문을 걸어 잠갔던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그러나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유지하는 등 은행별로 대출 완화 수준에 차이가 있다. 은행마다 대출 만기나 대출 요건까지 다르다 보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예비 차주 입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은행마다 대출 규제 다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은행은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기존에 주택이 있는 유주택자에게 내주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수도권 주택까지 유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한다. NH농협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주담대를 규제한다. 반면 하나은행은 주담대 제한 없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만 1억원으로 한정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갭투자 목적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은행별로 차이가 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한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올해 초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농협은 1월부터 조건부 전세대출 허용에 나섰다. 주담대 만기나 대환대출 허용 여부도 조금씩 다르다. 하나은행은 대면 창구를 통한 타행 대환대출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주담대 만기도 40년까지 가능하다. 30년으로 만기 제한을 둔 나머지 은행과 다르다. 대출 만기가 길어질수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제한을 없애면서도, 유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계속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모든 대출 규제를 해제한다.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까지 규제에 차이가 생기다 보니 대출 차주 입장에선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불편이 늘었다.

 


대출금리 하락까지도 시간 걸려

은행 대출이 원활했던 지난해 하반기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도 경영계획에 따라 가계대출을 일정 수준 이하로만 늘릴 수 있다 보니 연초 대출 증가 추세를 지켜본 뒤 추가 규제 완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 하락이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은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가산금리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5년)는 3.42~5.92% 수준이다. 6일 기준 지난해 8월( 2.94~5.69%)보다 하단 금리가 0.48%포인트 상승했다. 그 사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하고 대출의 준거 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하락했는데도 대출 금리는 여전히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