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는 최근 북한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탑재 TEL 250대의 배치 동향과 관련한 질의에 “탄도미사일 작전 배치 준비를 위한 정황이 식별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미 공조 하에 집중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실전 배치 움직임은 없다”고 했던 군 당국의 입장에서 진전된 평가로 볼 여지가 있다. 당시 국가정보원도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그 정도 발사대를 갖추더라도 미사일을 수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실전 배치 가능성을 작게 봤다. 하지만 이번 정보본부의 평가는 이와 무관하게 관련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척시키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이 한번 공언한 내용은 어떻게든 관철시켜야 한다"며 "250대 발사대에 탑재한 재래식 미사일 등을 핵무기와 섞어 쏘는 배합전에 이용할 경우 한국의 방공 자산을 현격하게 소모 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8월 4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 기념식에 참석해 “250대의 발사대가 국경선 제1부대에 실인도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판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케이티즘)’로도 불리는 근단거리미사일(CRBM) ‘화성-11라’형의 발사 플랫폼으로 추정됐다. 해당 미사일은 150㎞ 안팎을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해 탐지가 까다롭다. 또 TEL은 대당 4개의 발사관이 있어 이론적으로 1000발을 동시에 퍼부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최전방의 구형 무기를 소진하고 신형 무기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포) 체계 등은 러시아에 넘기고, 새로 제작한 ‘화성-11라’형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대 등을 전방에 깔아두려는 계획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2023년 12월) 선언 이후 북한 당국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방어용 구조물 구축에 집중한 것도 이런 무기 세대 교체 과도기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언제든 공세 태세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하 12'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軍 "과장"
노동신문은 7일 “전날 평양시 교외 발사장에서 발사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HGV)는 음속의 12배(마하 12)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고도 99.8㎞와 2차 정점고도 42.5㎞를 찍고 동해상 1500㎞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발동기(엔진) 동체 제작에 새로운 탄소 섬유 복합재료를 썼고, 비행·유도조종체계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정은은 딸 주애와 함께 이번 발사를 화상으로 지도하며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의 목적은 핵전쟁억제력을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며 “그 어떤 조밀한 방어 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거리 3000~5500㎞의 IRBM은 통상 주일미군 기지와 미국령 괌 등 한반도 유사시 미 측 증원 전력을 타깃으로 한다. 또 극초음속 미사일은 방공망 회피 기술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한·미·일 분석 결과 2차 정점 고도는 없었다”며 “북한의 기만 전술”이라고 반박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물수제비가 튀듯 여러 차례 변칙 기동을 하는 게 특징인데, 이번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최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번 미사일은 지난해 4월 북한이 공개한 ‘화성포-16나’형과 동일 기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획기적인 기술 진전이 없는데도 “실효성이 확인됐다” “누구도 대응할 수 없다”며 ‘말폭탄’을 늘어놓은 건 곧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를 겨냥한 관심끌기용 메시지 발신일 수 있다.
실제 김정은도 발사 지도에서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견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일을 암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명도 거론하지 않는 등 수위 조절을 한 모양새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발사는 트럼프 취임 직전 이뤄져 대미 메시지 용도가 명확하다”면서도 “핵무기 고도화 수준의 측면에서 자신들이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전략적 위상을 갖췄음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6일(현지시간) 평안북도 영변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영변 핵 단지를 재단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사화학실험실(RCL)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의 지붕을 수리하는 등 시설 보수를 통해 핵물질 생산과 비축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