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종로구 한 노인이 거리를 걷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는 92만명이 국민연금의 부양가족연금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국민연금에 부양가족연금이란 게 있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246만8349명(지난해 9월 기준)이 받는다. 일종의 가족수당이다. 연금 수급권자에게 본인 연금 외 추가로 배우자·부모·자녀 부양가족연금이 나간다. 본인 연금 액수나 가구 소득과 관계없다. 보험료를 더 내는 것도 아니다. 자격만 맞으면 무조건 받는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 복지 정책의 하나로 시행했다. 당시만 해도 복지라고 해봤자 의료보험·산재보험·생활보호제가 거의 다였다. 90년대 중반 이후 고용보험·경로연금 등이 도입됐다.
「 부양가족연금 폐지론 대두
연금수급자 가족복지 기여
다른 혜택 생겨 상황 변화
"기초·가족 중복 먼저 폐지"
」 지난 37년 동안 나름대로 기여했지만, 2010년 이후 다른 복지가 많이 생겼고 연금 수급자가 늘었으니 이제는 부양가족연금(이하 가족연금)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5일 한국연금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가족연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2023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인구와 사회 변화를 고려하여 가족연금의 효과를 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종합운영계획은 주변 여건 변화를 고려해 5년마다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가족연금은 연금 수급자의 36%가 받는다. 88년 연간 6만원에서 출발했고, 올해 배우자는 연 30만330원(월 2만5020원), 부모·자녀는 연 20만160원(월 1만6680원)이다. 매년 물가 상승만큼 올리지만 그리 많지 않다. 수급자는 배우자·고령자·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열 중 아홉이 배우자이다. 여성 비율도 비슷하다. 열 중 여덟이 60세 이상이다. 고령의 여성 배우자 복지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국민연금이 성숙하면서 가족연금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2008년 연금 수급자 10명 중 여성이 3.9명이었고, 지난해 9월 4.7명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 가족연금이 사라진다. 또 2010년 이후 복지가 급성장했다. 덩치 큰 것만 열거하자면 기초연금·노인 일자리, 노인 진료비 할인, 아동수당·가정양육수당·부모급여·자녀장려금 등이 있다.
기초연금만 따져보자. 성혜영 박사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 가족연금 수급자 중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이 84만2271명(지난해 6월 기준)이다. 부모는 8만5596명, 자녀는 81명이다. 배우자 가족연금이 기초연금 최고액(34만2510원)의 7.3%, 부모는 4.9%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은 설계가 허술하다. 노인의 소득 하위 70%가 기준이다. 기초 수급자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처럼 분명하지 않다. 70%는 그대로 있지만 인원이 증가하니까 매년 선정 기준이 달라진다. 특히 소득·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노인이 되면서 선정 기준이 가파르게 오른다.
올해 독거노인의 기초연금 선정 기준은 월 228만원이다. 이는 최저임금(112만원) 공제, 근로소득 30% 추가 공제 후 기준액이다. 이를 고려하면 독거노인의 경우 상시 근로소득이 월 437만원(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다고 가정) 이하, 맞벌이 부부는 월 745만원(연 8940만원) 이하이면 기초연금을 받는다. 월 30만원 안팎의 기초연금을 받는데 2만원 안팎의 가족연금을 유지하는 게 맞을까.
가족연금은 손이 많이 간다(행정 비용). 이걸 받던 배우자가 숨지거나 이혼(사실혼 파기)하거나 국민연금 수급자가 될 경우 골라내서 제외한다. 19세 미만 자녀가 받다가 19세가 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연금 수급권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할 때만 지급한다는 규정에 따라 가출·실종자를 가려내야 한다. 결혼 전 배우자의 자녀가 있다면 주민등록이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효과는 생각보다 작은 데도 가족연금 지출에 2023년 6699억원(행정 비용 제외) 들어갔다. 성혜영 박사는 "가족연금 대상에서 배우자와 부모를 점차 줄여가되 기초연금 동시 수급자부터 제외하자"고 제안한다. 중장기적으로 신규 국민연금 수급자(유족·장애연금은 제외)의 부모 가족연금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 추세를 고려해 배우자 가족연금은 일정 시점에 없애자고 한다. 자녀장려금이 적은 점을 고려해 자녀 가족연금은 유지한다. 일본·영국도 가족연금을 없애나가는 중이다. 성 박사는 절감한 재정으로 임의가입(전업주부 가입 등) 활성화, 연금 크레디트(출산·군 복무를 가입기간으로 인정) 확대,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에 써서 연금 수급권 확보를 돕자고 제안한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송창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게 월 2만~3만원은 작은 게 아니다. 가족연금이 사라졌을 때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같이 봐야 한다"며 "기초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못 받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 '1인 1연금(국민연금)'으로 가게 될 터이니 가족연금 폐지 방향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연금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앞둔 시점에 가족연금을 줄이게 되면 '또 깎으려 하느냐'는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가족연금 액수가 크지 않아 오히려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흔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생계에 보탬이 되는 저소득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