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는 롯데, 키우는 신세계…지방 점포가 백화점 1위 바꾸나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사진 롯데백화점

 
경기 침체로 백화점 성장 정체가 뚜렷해진 가운데 업계 1·2위인 롯데와 신세계가 지방 점포를 두고 정반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롯데는 매출 하위 점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반면 신세계는 고급화를 통해 지방 거점 점포의 체급을 끌어올리고 있다. 두 회사의 전략 성패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마다 좁혀진 격차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백화점 68개 점포의 전체 거래액은 39조8002억원으로 전년(39조4281억원)보다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백화점 업계의 성장이 사실상 멈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1·2위인 롯데와 신세계의 실적 격차는 해마다 빠르게 줄고 있다. 

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의 전 점포 합산 거래액은 13조8325억원, 신세계는 12조6252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백화점 거래액에서 두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4.8%, 31.7%다. 두 회사의 격차는 5대 백화점 거래액 비중을 기준으로 2021년 6.3%포인트(p)에서 2022년 5.4%포인트, 2023년 3.8%포인트 차로 좁혀졌으며 지난해에는 3.1%포인트까지 줄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롯데백화점은 1979년 11월 서울 소공동에서 본점 영업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거래액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적극적인 출점 전략으로 외연을 크게 확장한 덕분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의 점포 수는 31개로 신세계(13개)나 현대백화점(16개)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0년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으로 출발해 1963년 신세계 명동본점으로 명맥을 이어온 신세계는 백화점 시장에 먼저 발을 들이고도 2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 점포 정리 vs 체급 키우기

변수는 롯데가 매출 하위권 점포에 대해 매각·폐점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매출이 가장 낮은 마산점을 폐점했고,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관악점·상인점·분당점·일산점·대구점 등도 정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점포는 지난해 각각 1100억~18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점포 한 곳이 사라질 때마다 1500억원 안팎의 거래액이 줄어드는 셈이다.


신세계는 오히려 지방 점포의 체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년 연속 매출 2조 원을 넘긴 부산 센텀시티점,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한 대구점 외에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지방 점포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조 클럽’에 가장 가까운 지점은 신세계 대전점이다. 지난 2021년 개점 후 갤러리아 타임월드를 제치고 충청권 최대 점포가 된 대전점은 지난해 95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가 선택한 것은 고급화 전략이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하이엔드 명품 매장을 지방 점포에도 유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현재 강남점에만 있는 우수고객(VIP) 라운지 ‘어퍼하우스’를 센텀시티점에 신설 예정이다. 전년도 구매금액이 1억2000만원 이상인 고객을 위한 시설이다. 기존 VIP 라운지와 퍼스널쇼핑룸(PSR)도 확장 리뉴얼할 계획이다.

미래형 점포 성공이 관건

리뉴얼 후 재개점한 롯데의 타임빌라스 수원점 내부. 사진 롯데백화점

리뉴얼 후 재개점한 롯데의 타임빌라스 수원점 내부. 사진 롯데백화점

 
왕좌 수성에 나선 롯데백화점은 미래형 점포 ‘타임빌라스’에 승부를 걸고 있다. 중위권 점포는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허문 타임빌라스를 통해 하위 점포 정리에 따른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재단장 후 선보인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타임빌라스를 13개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처음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한 롯데 잠실점은 2027년까지 단일 점포 최초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이 그룹 간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는 만년 2위 탈출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며 “지방 점포에 대한 두 곳의 정반대 전략의 결말에 따라 업계 1위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