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 '짝퉁' 골프채 받은 현직 부장판사 대법원 무죄 확정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업가로부터 ‘짝퉁’ 골프채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알선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에게 짝퉁 골프채를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마트 유통업자 B씨(56) 등 2명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10년 고향 친구 소개로 알게 돼 알고 지낸 B씨로부터 2019년 2월 52만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6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로부터 “사기 사건 재판에서 선고 날 법정 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고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법원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해 B씨 사건을 18차례에 걸쳐 조회·검색한 혐의도 받았다.


2018년 9월 A씨로부터 ‘걱정하지 말고 법정에 갔다 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B씨가 법정에 출석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A씨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가짜’ 판정을 받았다.

1심은 “A씨가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실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알선 명목으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A씨가 알선 대가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골프채를 받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온 점과 그가 B씨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연락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1심은 A씨가 B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량에도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검찰은 이와 관련해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을 혐의에 추가했으나 재판부는 “형사사법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권한 없이 다른 기관 또는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형사사법 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2심은 2015년 이뤄진 사건 조회ㆍ검색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내리고 검찰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21년 6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씨에게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0여만원 처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