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6%, 130.5% 증가했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전망치 평균)는 7조9705억원으로, 이번 실적은 전망치보다 17% 낮았다.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이 300조800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이후 2년만에 다시 매출 300조원대(연간 영업이익 32조7300억원)를 회복했지만, 기대 이하의 4분기 실적으로 빛이 바랬다.
반도체 부문 수익성 추락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곳곳의 악재들은 매출이 영업이익을 견인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우선 고부가가치를 내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의 엔비디아 연내 공급이 무산된 영향이 한몫했다.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분야의 적자 폭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와 선단(advanced)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라며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모바일 등 주요 고객들의 수요 부진에 따라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 원대, 혹은 그 이하를 기록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 등 세트 부문에서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면, 비수기로 분류되는 4분기에는 이러한 세트 효과도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이 저점? 2분기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긍정적이다. 연간 매출(300조800억원)은 전년대비15.89% 증가해, 2022년 처음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년 만에 300조원대로 회복했다. 오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언팩 행사를 열며 공개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갤럭시 S25도 실적 회복의 키가 될지 주목되는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작년 4분기 및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한편 예상치를 하회한 실적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장초반 약세를 보이다 이내 반등 전환해 10시20분 기준 전일 대비 800원(1.44%) 상승한 5만6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발표로 인한 불확실성 제거로 매수세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