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30대 여성이 병원 22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했다가 3시간 30분 만에 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8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13분쯤 청주시 오창읍 한 상가에서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관계자는 “환자 A씨가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라는 신고가 들어와 구급대를 보냈다”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함께 있던 지인으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자가 호흡이 가능했다. 다만 의식은 명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급대는 환자의 뇌 손상 등을 우려해 A씨를 중환자로 분류한 뒤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을 비롯해 충청권과 수도권 병원 22곳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수용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대부분 병상이 부족하다, 관련 전문의가 없다, 전문 장비가 부족하다는 등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며 “일부 병원은 연락이 안 되는 곳도 있었다”고 했다.

구급대는 병원 이송이 더뎌지자 구급차 안에서 산소공급 등 추가 응급치료를 지속했다. A씨는 결국 신고 3시간 30여분만인 오전 5시46분쯤 오창읍에서 약 100㎞가량 떨어진 경기도 수원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A씨는 병원 도착 직전에야 의식을 회복했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고 깨어난 이후에도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했다”며 “이송 지연에 따른 후유증 여부는 개인에 따라 달라서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지병으로 복용하던 약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갈등 여파로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서 모야모야병을 앓다 뇌출혈로 쓰러진 10대가 응급 치료 지연으로 신고 6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지만, 일주일 뒤 사망했다. 지난해 3월 충북 보은에서 생후 33개월 영아가 도랑에 빠진 뒤 구조됐으나, 치료 과정에서 상급병원 이송이 지연되면서 숨졌다. 당시 지역병원에서 1차 치료를 마친 뒤 상급종합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