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대' 못 받은 젠슨 황, 삼성 빼고 마이크론만 외쳤다가 "삼성부터"로 정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신제품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신제품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기사 출고 후 업데이트 (1월 9일 09:20)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성명을 내고 “RTX 50 시리즈에 삼성을 필두로(starting with Samsung), 다양한 협력사의 GDDR7 제품이 들어간다”라고 밝혔다. 이틀 전 기조연설과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제품 GPU의 메모리 공급사로 마이크론만 언급한 기존 발언을 정정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G7 메모리, 이걸로 전 세대보다 데이터 처리 성능이 두 배 좋아졌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신제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개하며 던진 이 한 마디에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제품의 주요 메모리 공급사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빼고 미국 마이크론만 언급해서다. 중국 로봇·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키우면서 미국 정부 눈치를 살피는 엔비디아의 딜레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메모리 쓰면서, ‘마이크론’만 공개 언급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기조 연설에서 황 CEO는 엔비디아 소비자용 GPU인 RTX 50시리즈에 마이크론의 그래픽 더블데이터레이트 7세대(GDDR7)를 썼다고 했다. 

GDDR7은 PC·노트북용 GPU에 장착되는 초고속 메모리로, 데이터센터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고부가가치 D램 제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까지 메모리 3사가 모두 개발에 성공했고, 경쟁 끝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삼성 GDDR7가 부착된 RTX 5090 기판 실물 사진이 유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급 '24Gb GDDR7' 제품. [삼성전자]

지난해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급 '24Gb GDDR7' 제품. [삼성전자]

 
그런데 황 CEO가 정작 삼성은 빼고 마이크론만 외친 거다. 이날 기조연설을 중계 영상으로 보던 삼성전자 내에서도 ‘우리 제품 쓰면서 왜 마이크론만 언급하느냐’는 의구심과 서운함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 이상 상승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다음날인 7일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황 CEO는 “삼성, SK도 그래픽용 메모리를 만드는가?”라고 되묻더니 “모르겠다, 별 이유가 아닐 거다”라고 넘어갔다. 

엔비디아의 계산된 ‘협력사 노출 활용’

자사 제품에 어느 회사 부품을 썼는지 밝히지 않고, 납품사도 고객사 명을 노출하지 않는 게 첨단 IT산업계의 관례다. 특히 애플은 납품사 입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황 CEO는 정 반대 행보를 보여왔다. 대만에 가서는 대만 패키징 기업의 자회사 이름까지 일일이 언급해주며 환심을 사는 식이다. 이번 마이크론 언급도 곧 출범할 미국 트럼프 정부를 의식해서라는 업계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황 CEO는 7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자택에) 아직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서 축하하고 이 행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관세 정책(중국산에 60% 부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엔비디아 관점에서 최대한 많은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고, 행정부가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전날 기조연설에서 황 CEO가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훈련용 AI 제품·서비스를 소개할 때, 무대 배경에는 푸리에·유니트리 같은 중국 제조사 로봇들이 도열했다. 또한 그는 자율주행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회사 비야디’, ‘멋진 회사 샤오미’와 협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AI 챔피언’ 지위와 AI 반도체·소프트웨어를 사줄 거대한 중국 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엔비디아 수출뿐 아니라 생산에도 직결돼 있다. 대만 서버 회사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칩 제조 전용으로 세계 최대 공장을 멕시코에 짓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엔비디아 차세대 시스템 블랙웰의 최대 조립 협력사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면서, 폭스콘은 부랴부랴 미국 텍사스 주에 공장 부지 확보와 건설 추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