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발부 다음 날인 8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엔 다시 긴장감이 고조됐다.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단체의 밤샘 집회가 계속됐고 곳곳에서 탄핵 찬반 양측의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관저 인근에선 전광훈 목사 주도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오후 7시쯤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하자 집회 일정을 앞당겼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 곳곳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박스 위에서 밤을 지새우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매서운 추위를 막기 위해 방한모·방한화 착용에 은박보온 담요를 몸에 둘러쓰거나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위해 난방 버스를 배치했다.
동이 튼 후 시간이 지나자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남동 일대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500~2000명이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부정선거를 수사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 무대 근처 인도엔 ‘뻥수처 때려잡는 경호처 화이팅’ ‘경호처가 경호했는데 뭐가 문제’ 등 윤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 40여 개가 놓여 있었다. 한남초 인근에서도 보수 성향 유튜버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벌어졌다.
오후가 되자 한남동 일대엔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까지 불어나 도로 2차로를 가득 채웠다. 오후 2시쯤엔 탄핵에 반대하는 청년들이 연단에 올라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후 4시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여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애국 시민들의 함성이 이끌었다. 이기자, 싸우자, 승리하자”고 환호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선 탄핵 찬반 양측의 신경전으로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이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통행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열어달라고 고함치는 등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 대치도 벌어졌다. 오후 3시쯤엔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반대 집회에서 약 190m 떨어진 곳에서 열리면서 양측간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경찰은 펜스를 설치해 양측 간 접촉을 제지했다.
영장 재집행을 앞둔 가운데 대통령 관저 앞 경비는 한층 강화된 분위기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 관저 입구엔 윤형 철조망이 설치됐고 관저 출입을 막는 대형버스 차벽도 더 촘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