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규 전주지검 형사3부장, 8일 사표
한 부장검사는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전날(8일) 사직서를 냈다”며 “원래 2월 3일 평검사 인사 전에 사직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 조사만 남겨둔 상태에서 수사팀을 이끌던 검찰 간부가 갑자기 그만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계엄 사태나 탄핵 정국과 (사직은) 전혀 무관하다”며 “오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계엄 전부터 개인적으로 버티기 어려울 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외려 내란이 없었으면 1월 말 부장검사 인사 때 정상적으로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전혀 없다”며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부장검사 가족 중에 간병해야 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병원비 등 경제적 이유도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문다혜·김정숙 참고인 조사 거부…文만 남아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30일 문 전 대통령 딸 다혜(42)씨의 서울 집과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혜씨는 2018~2020년 가족과 함께 태국에 머물 때 최소 3명 이상 청와대 직원과 돈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입사하기 전 다녔던 게임회사 토리게임즈(2016년 2월~2018년 3월) 취업 경위와 다혜씨와 문 전 대통령 자서전 『운명』 등 출판사 간 금전 거래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서씨 채용과 태국 이주 지원 전후에 문 전 대통령 내외와 다혜씨 부부의 경제적 의존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11월 세 차례에 걸쳐 다혜씨에게 검찰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발됐다. 다혜씨 측이 “형사소송법상 참고인 조사는 출석 의무가 없다”고 거부하면서다. 다혜씨와 함께 이 사건 ‘핵심 참고인’인 김정숙 여사도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 수사가 근거 없는 데다 무리한 정치 탄압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차질 불가피” 지적…檢 “새 검사가 보직 이을 것”
그러나 한 부장검사가 사직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일정 부분 부인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검사가 곧 (한 부장검사) 보직을 받을 것”이라며 “(전주지검) 차장검사·검사장뿐 아니라 (형사3부) 검사들도 그대로 남아 있으니 수사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