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새 회장에 '의료개혁 중단' 김택우…"폭주기관차 세우자"

“달리고 있는 폭주 기관차의 기관사가 하차한 상태다. (기관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출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에 선출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의 당선 소감이다. 김 회장은 “2025년 의대 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부터 정부가 마스터 플랜(기본 계획)을 내야 한다”며 “정부가 플랜을 제출해야만 2026학년도 정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후보가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후보가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당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 사태를 풀기 위해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플랜이 나오지 않으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수 없다”며 “정부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말했다.

의협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7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어진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2만8167표 가운데 1만7007표(60.38%)를 획득해 함께 결선에 진출한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1만1160표·39.62%)를 제쳤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에선 총 2만2295표 중 8103표(27.66%)를 얻어 1위로 결선을 통과했다.  

김 회장은 경상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의료계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통한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이 본격화하던 시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대정부 투쟁을 주도했고, 의사 면허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오른쪽)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택우 신임 대한의협회장은 7일~8일 이틀 동안 전자투표로 진행된 보궐선거 결선 투표에서 1만7007표를 얻으며 주수호 후보를 누르고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오른쪽)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택우 신임 대한의협회장은 7일~8일 이틀 동안 전자투표로 진행된 보궐선거 결선 투표에서 1만7007표를 얻으며 주수호 후보를 누르고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그는 결과 발표 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26학년도 정원 논의 전 중요한 선결 조건은 교육의 마스터 플랜”이라고 말했다. 2024학번 의대생이 1년 가까이 휴학해 사실상 신입생 같은 상황에서 이들과 2025학번을 함께 교육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지난해 입학해 휴학한 24학번과 올해 입학할 25학번을 어떻게 교육할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지 26학년도 정원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의료 개혁의 결정권자가 궐위 상태”라며 “그렇다면 이 정책은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의대 교육은 불가능하다. 정부 의료정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할 명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와 대화·협상에 대한 여지는 열어뒀다. 김 회장은 “협상과 투쟁은 공존하는 것”이라며 “(현 시국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의지가 있지만, (우리를) 코너에 몰고 지금처럼 겁박한다면 전 회원 뜻을 모아서 투쟁을 어떻게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후보가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후보가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김 회장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사직 전공의들과의 소통이 활발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 위원장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전공의 단체와 소통이 잘된다는 게 강점으로 의료계가 보다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들과 소통을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며 “그들 목소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옳은지 소통하고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막말 논란 속에 6개월 만에 탄핵당하면서 이뤄진 보궐선거다. 김 회장은 2027년 4월 30일까지인 임 전 회장의 잔여 임기 동안 의협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