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억 기부…올해도 충남 논산에 찾아온 익명의 감동

지난해 12월 중순 충남 논산시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현금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으로 A씨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을 받은 논산시 공무원은 기부 희망자가 2023년 말에 현금을 보낸 사람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2일 충남도청 남문 다목적 광장에서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 2025 나눔 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 충남도]

지난해 12월 2일 충남도청 남문 다목적 광장에서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 2025 나눔 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 충남도]

그는 자신의 신분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름은 물론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이메일뿐이었다. A씨는 담당 공무원과 여러 차례 이메일을 통해 기부할 방법과 기부할 기관 등을 주고받았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복지 담당 공무원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기부자 "어려움 속에서 아이 키우는 가정에 도움되길" 

A씨는 이메일에서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분들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기부를 결정했다”며 1억92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적 형편 속에서,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거액을 기부하면서 논산시 담당 공무원에게 특별한 부탁을 남겼다. 저소득층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치지 않는 ‘차상위계층’에게 자신이 기부한 돈이 쓰이길 원했다고 한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충남 논산시는 2021년부터 5년간 14억1300만원을 기부한 익명의 사연을 전하며 그의 뜻을 기려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고 밝혔다. [사진 논산시]

충남 논산시는 2021년부터 5년간 14억1300만원을 기부한 익명의 사연을 전하며 그의 뜻을 기려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고 밝혔다. [사진 논산시]

A씨는 기부를 약속한 1억9200만원을 최근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직접 기부금을 받을 수 없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받아야 한다. A씨의 기부는 올해가 다섯 번째다. 논산시 등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5년째 논산시에 현금을 기부했다. 5년간 누적 기부액만 12억23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맨 처음 기부를 시작하면서 “아내의 고향인 논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배경을 밝혔다.


아내 고향 논산에 기부…올해 1억9200만원 기탁

논산시는 A씨의 바램을 담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금을 전달할 121가구의 명단을 보냈다. 명단을 받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일부터 5개월간 매월 같은 달 121가구에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부모와 양부모, 자녀 수에 따라 20만~40만원씩 차등 지급하게 된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경제가 어려워도 이웃을 향한 사랑이 멈추지 않는 기부자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확인하게 됐다”며 “기탁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